늘 그렇듯이 사지는 못해도 구경은 하자는 심보로 서점을 둘러보던 중 신간코너에 자리하고 있는 적갈색 표지의 하드커버가 눈에 띄었다. 그다지 화려한 것도 아니었고, 베스트셀러니 뭐니 해서 눈에 띄는 것도 아니었는데 왠지 끌리는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다. 당연히. 구입은 못했고, 그 자리에 서서 읽기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을 다 읽는다고, 다리가 얼마나 아팠는지 모른다.
경영에 관한 것이었지만, 어딘지 도쿠가와의 평전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다. 아마도 도쿠가와의 경영방식을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그의 일화에만 중점을 둔 탓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앞 부분엔 일본의 세 지배자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문구가 있다. 울지 않는 새(사실 새 이름은 까먹었다.)에 관해 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먼저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야 한다." 그리고,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새는 울게 해야 한다." 끝으로 도쿠가와는 "울지 않는 새는 울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것은 도쿠가와가 그만큼 인내력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인내력에 관한 문구가 하나 더 있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된다."
그의 이러한 인내력은 그의 인질 생활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그의 인질생활에 대한 불평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값싼 동정심대신, 자신에 대한 좀 더 고급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그러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모든 수모를 견뎌낸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그렇게 많은 수모를 견디며 궁극적으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민심'이었다. 그는 그 만큼 민심. 즉 여론을 중요시 여겼던 것이다.
그런 그의 경영 핵심은 역시 '신뢰'였다. 그가 아내와 자식을 죽여가면서 까지 동맹을 지켰던 일화는 그가 얼마나 '신뢰'를 중요시 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여담이지만, 그가 죽인 아내는 정략결혼에 의한 배우자였으며, 끔찍한 악처였다고 한다. 혹자는 그가 아내를 죽이며 묘한 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까지 한다는데... 하지만, 이 때 죽은 아들은 후에 그의 후계자 문제를 거론할 때 가장 안타까워 했던 인물이었다.
그토록 신뢰를 중요시 여겼던 그 였지만, 실제로 그 자신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한 말 중에 "물은 배를 띄워주지만, 뒤집기도 한다." 라는 말은 그가 부하와 자신을 빗대어 한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의 이러한 태도를 비운의 어린시절 인질생활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엄청난 재물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검소했다. 어느 날 자신이 들고 있던 종이 한 장이 날아가자 그걸 잡느라고 힘들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비웃는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해서 천하를 얻었소." 라고 한 일화도 유명하다.
그의 또 다른 경영책은 "꽃은 주어도 열매는 주지 않는다." 였다. 여기서 꽃은 권력이고 열매는 급여였다. 그가 쇼군이 되기 전부터 자신에게 충성을 다한 부하들에게는 권력을 주었고, 그가 쇼군이 되고 나서야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기 시작한 자들에게는 급여는 많이 주되, 절대로 요직에 앉히지는 않았다. 그는 그렇게 한 사람에게 권력과 재력을 동시에 주지 않음으로써 그들 세력을 견제케 했던 것이었다.
또한 그는 머리와 몸을 분리하는 분단정책을 썼다. 그는 쇼군이 된지 2년만에 아들에게 직위를 물려주고, 슨푸에 은거하면서 유능한 참모진의 정책을 아들에게 실행케 했다. 즉, 머리는 자신이, 손발은 아들에게 맡긴 것이다.
그의 경영전략을 정리하면 다음 네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째, 신뢰를 바탕으로 민심을 파악한다. 둘째, 한 사람에게 권력과 재력을 모두 주지 않는다. 셋째, 머리와 몸이 분리된 분단 정책을 쓴다. 넷째, 종이 한 장 까지 아낄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한다.
그 외 그의 개인적인 면을 보면, 그는 전쟁을 싫어 했던 것 같다. 히데요시가 조선을 공격할 때, 자신의 군대는 하나도 보내지 않았으며, 그 후에도 무신들 보다는 문신들을 중히 여기는 등 무력정치를 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맹자"를 좋아했는데, 이는 맹자에 나오는"덕이 없는 왕은 필부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말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그는 "너구리영감"이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어쩌면, 그토록 두텁게 감춘 그 안의 진짜 도쿠가와는 외로운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첫댓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군요. (잘 아는 편은 아니었지만) 잘 읽었습니다. : )
노부나가가 길을 만들고, 히데요시가 길을 닦았으며 그 길을 걸은 인물이 이에야스였죠. 일본의 전국시대의 끝은 노부나가가 시작했고, 히데요시가 완성했으며, 이에야스가 그걸 다진, 완벽한 3박자...; 그 새는 아마 도요새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도요새 맞아요. 저 글 쓸 때는 기억 안났는데, 뒤에 생각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