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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애인 이동편의증진을 위한 선언’ 대부분 안 지켜
올해까지 서울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 불가능
“장애인 이동권은 생존권” 모든 권리의 기본 전제
지하철 2호선 전광판에 '서울시는 2023년까지 특별교통수단 수도권 전역 확대 운행하라'라는 피켓이 붙어 있다. 사진 허현덕
2022년까지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
2017년까지 마을버스에 저상버스 도입방안 마련 ×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사이 단차, 간격 방지 방안 ×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 현재 도입률 57.8%
2015년 서울시는 ‘장애인 이동편의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으나 7년이 흐른 지금까지 단 하나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22일 오후 1시 30분, 서울시에 공식적인 사과와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시청역 1‧2호선 환승통로에서 기자회견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2호선‧5호선에서 지하철 연착 투쟁을 하며 지하철 캠페인을 벌었다.
조화영 장애여성공감 활동가가 2호선 신당역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지하철 안에서 어떤 할아버지께서 ‘국회에 가서 떠들지 왜 여기 와서 불쌍한 시민을 붙잡아 두냐’고 했습니다. 또 지하철 방송에는 우리가 ‘불법 시위’를 한다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시민을 붙잡은 게 아니라, 불법 시위를 하는 게 아니라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외치는 겁니다. 우리도 지하철을 탈 권리가 있고, 이동할 권리가 있습니다.” (조화영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2호선에 탑승한 활동가들은 시청역에서 을지로입구역 방향으로 한 역에서 한 번씩 내렸다 타며, 피켓을 목에 걸고 시민들에게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해 알렸다. 시청역에서 신당역까지 5개 역을 지나는 데 1시간가량이 소요됐다. 지하철이 정체되면서 불만을 표시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큰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2호선에 탑승한 활동가들은 시청역에서 을지로입구역 방향으로 한 역에서 한 번씩 내렸다 타며, 시민들에게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해 알렸다. 사진 허현덕
- 올해까지 ‘서울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는 불가능
지난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리프트에서 장애인 부부가 떨어져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부상을 당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1999년(혜화역, 천호역), 2000년(종로3가역), 2001년(오이도역, 영등포구청역, 고속터미널역, 발산역), 2002년(발산역), 2004년(서울역), 2006년(회기역), 2008년(화서역), 2012년(오산역)에도 꾸준히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장애인들은 안전한 이동을 위해 꾸준히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를 비롯한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끊임없는 장애계의 요구 끝에 서울시는 2015년 12월 ‘장애인 이동편의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 및 세부실천 계획(아래 서울시 선언)’을 발표했다. 계획을 통해 서울시는 △2022년까지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100% 설치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 △2017년까지 마을버스에 저상버스 도입방안 마련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간 바퀴 빠짐 방지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2017년, 신길역에서 장애인이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려다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에 장애계는 “휠체어리프트는 살인기계”라며 지속해서 리프트 철거와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으나, 여전히 서울지하철 역사 21곳에 엘리베이터는 설치되지 않았다. 미설치 역사 21곳 중 청량리, 용답, 교대, 명동, 마천 등 5곳만 공사 중이고, 13곳은 공사가 예정되어 있을 뿐이다. 신설동(2호선), 대흥(6호선), 까치산(5호선)은 여전히 설치를 검토 중이다.
지하철이 멈춰 서 있고 한 시민이 문 앞에 서 있다. 지하철보안관과 경찰이 장애인 활동가를 둘러싸고 있다. 사진 허현덕
서울장차연은 “엘리베이터 한 대를 설치하는데 21개월의 공사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서울시가 당초 약속했던 올해 안에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100% 설치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1동선은 지상에서 대합실을 거쳐 지하철 승강장까지 하나의 동선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말한다.
서울시의 약속 불이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따르면 서울시 저상버스 도입률은 57.8%에 그친다. 2017년까지 마을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는 방안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사이 단차와 간격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손 놓고 있다. 활동가들이 2호선으로 이동하는 역마다 승강장과 열차의 높이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을지로입구역과 을지로4가역은 경사로 없이 휠체어이용자가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이 차이가 컸다.
을지로입구역에서 휠체어이용자가 승강장과 지하철 단차가 심해 내리기를 주저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을지로입구역에서 휠체어이용자가 승강장과 지하철 단차가 심해 오르기를 주저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서울장차연은 ‘서울시 선언’ 이행뿐 아니라 △서울교통공사 관할 역사 외 한국철도공사 관할의 지하철 전 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간격 및 단차 대책 마련 △전 역사 1역사 2동선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다.
- “장애인 이동권은 생존권” 모든 권리의 기본 전제
활동가들이 이처럼 장애인 이동권을 강조하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는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라고 촉구하며, 내년도 서울시 장애인권리 정책을 제시했다.
서울장차연은 서울시를 향해 △이동권 △최중증장애인 노동권 △장애인평생교육 권리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발달장애인 권리 △뇌병변장애인 종합지원 체계 마련 등을 요구했다. 특히 올해 1월 18일부터 시행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에 따라 특별교통수단 운행범위를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등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우리는 석 달째 장애인도 이동하고 싶다고, 집구석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고, 교육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울부짖고 있지만 서울시와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시민들의 발길을 멈춰서라도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려고 한다. 이렇게 투쟁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아침에 지하철 투쟁할 때마다 온갖 욕을 다 듣고 있다. 이처럼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홀대하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가 책무를 다하지 않고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장애인도 이동할 수 있었더라면, 공부할 수 있었더라면, 시설이나 집구석에 처박히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이 분리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지하철을 탄다”라고 말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2일 오후 1시 30분, 서울시에 2015년 약속한 ‘장애인 이동편의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 불이행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시청역 1‧2호선 환승통로에서 기자회견 열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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