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유머)을 제삼자가 들으면 잠시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그다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물론 그러자고 한 말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상황에 놓인 당사자는 그렇게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심각합니다.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제삼자는 그 상황까지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적들이 노리는 물건을 가지고 그 적진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소위 미끼가 되는 겁니다.
‘혼자요?’
‘응, 혼자.’
‘총을 쏘면 어쩌죠?’
‘피하면 돼.’
말이야 그렇지만 총을 피할 수 있습니까? 피식 웃으며 지나갑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의 입장을 말입니다. 힘이 없고 약점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맡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 발걸음이 제대로 떨어지겠습니까? 말 그대로 부들부들 떨리지 않겠습니까? 하기야 위기 속에서도 유머로 희석하여 용기를 북돋아줄 수도 있기는 합니다.
경찰은 민중의 몽둥이 아냐? 기막힌 재활용입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민중의 지팡이’입니다. 지팡이나 몽둥이나 쓰기 나름이지 그게 그거 아냐? 하면 그만입니다. 조금은 해학적이면서도 실력과 능력이 있는 경찰, 우리 일반 시민들이 바라는 경찰입니다. 옛날 ‘수사반장’에서 만나던 수사관들 이야기도 있지만 요즘 많이 보던 비리경찰이나 힘없이 뒷수습이나 하는 경찰들을 보면서 실망한 적도 많습니다. 물론 근간 선행으로 사랑과 존중을 받는 경찰관들도 있습니다. 하도 쉽지 않아서 뉴스가 되고 알려지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히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본업입니다. 그런데 부정적인 일들이 꾸준히 우리 곁을 맴도니 뉴스가 됩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사회의 안녕을 지켜야 하는 것이 경찰의 중요 임무입니다.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서 세운 제도이고 조직입니다. 세기가 바뀌고는 더욱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온 세대 사람들은 일제시대 ‘순사’ 또는 ‘순경’이나 군사독재 시대 ‘경찰’에 대한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이 있기에 그다지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계속 개선되고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들을 챙겨왔습니다. 그 때에 비하면 대단한 변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너무 약한 모습이나 엉뚱한 곳으로 삐져나가는 듯한 모습에 실망하기도 합니다. 민중의 지팡이냐, 권력의 지팡이냐 하는 의문을 갖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비리경찰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레옹’입니다. 레옹만큼 잊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스탠스’형사입니다. 마약쟁이에 마약업자, 그런데 형사반장입니다. 세상에! 이 미친놈이 살인을 장난한 듯 하며 애 어른 할 것 없이 마구 쏘아댑니다. 오로지 자기 것을 찾으려고. 이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는커녕 민중의 악독 중에서도 악독입니다. 그의 끝은 시원하기는 해도 영 맘이 시원하지를 않습니다. 순직이라고? 경찰로 현장에서 죽었으니 순직이랍니다. 이게 세상이지요. 미친 세상 말입니다. 그런 속에서 우리 형사 ‘마석도’는 시민들에게는 아주 착하고 성실하지만 악당들에게는 그야말로 주먹이 먼저입니다. 아주 시원하게.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사건이 일어나도 당사자가 어떻게든 살아나오고 경찰은 그 뒤에 나타나서 뒷수습이나 하는 모습을 봅니다. 때로는 답답하고 짜증도 납니다. 아니면 사회 속에 치밀하게 조직된 체계로 인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을 찾아내기가 어렵게 됩니다. 유능하다고 자부하는 형사조차 여기저기 부딪치다 그만 주저앉고 맙니다. 그렇게도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하기야 사회조직이 일단 형성이 되면 사람보다는 그 체계가 움직여나가게 되는 수가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힘입니다. 사건은 있는데 그 사건의 책임자를 지정하기 어려운 때가 생깁니다. 어쩌지요? 아니면 다 해먹고 나 몰라라, 배 째라는 식으로 나자빠집니다. 어쩌지요? 피해자는 있는데 보상할 길이 없게 됩니다. 황당한 세상입니다.
그런 답답한 상황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야말로 선물입니다. 현실 속에서 정말 있거나 말거나 일단 마음이 시원하고 후련해집니다. 그러니 안 볼 수가 없습니다. 돈 만원 가지고 십만 원의 박카스 효과를 본다면 마다하겠습니까? 그 많은 외화들처럼 총질이나 하며 자동차 경주나 하는 볼거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실제 몸으로 부딪치며 가격하는 맛이 있습니다. 한 주먹 맞고 핵주먹으로 날려버리는 쾌감이라는 것 말이지요. 3편까지 왔는데 처음과 달리 조금 국제적으로 발전합니다. 소위 범위를 확장하는 거죠. 그러나 공간으로는 국내에 국한되었습니다. 그래도 재미가 어디 갑니까? 악당들은 사람보다 가지려는 물건에 집착한다는 사실이 이번 이야기에 초점입니다. 영화 ‘범죄도시 3’(THE ROUNDUP : NO WAY OUT)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