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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Fighter Zero 작성자 SKOON
1990년대 초, 대한민국 전역을 들끓게 했던 불후의 명작 스트리트 파이터 2! 그 스트리트 파이터가 게임의 인기를 업고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지 7년 만인 2001년, 제작사 캡콤에서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후속으로 한창 주력해오던 '스트리트 파이터 ZERO' 시리즈를 애니메이션 화 했다. 이 사실은 나 같은 스파(스트리트 파이터의 줄임말)팬들에게 다시 한번 기쁨을 안겨줄 것이며,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스트리트 파이터 2 극장판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본 스파 ZERO의 영상은 스파 2때처럼 크게 다가오는 것이 없었다. 스파 ZERO는 뛰어난 작화와 액션, 음악의 3박자를 갖추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빈약한 스토리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혹여 게임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모두 그렇다하는 생각을 더 정형화시켜 버리는 것이 아닌지.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로 ZERO의 스토리는 허술하고 빈약하다. 류를 주인공으로 한 스토리 때문에, '살의의 파동'에 관련된 전개가 너무나도 뻔했다는 단점마저 있다. 차라리 스토리상의 비중을 다른 캐릭터에 더 크게 두었다면, 이 정도로 정형화된 스토리는 나오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스파 ZERO 애니메이션에 아무런 매력이 없느냐? 그건 또 아니다. 스파 ZERO는 기본적으로 원작에 충실한 배경 설정과 캐릭터들의 성격을 취하고 있다. 그로 인해 원작 게임 팬들의 기대를 완전히 어긋나게 만들지는 않았다. 살의의 파동에 빠진 진중한 성격의 무도가 류, 우정과 무도가의 자존심을 위해 싸우는 켄,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범죄 신디케이트 샤도루를 쫓고 있는 인터폴의 조사관 춘리, 류의 스트리트 파이팅을 우연히 목격한 뒤에 언제부터인가 그의 뒤를 쫓게 된 여고생 사쿠라. 이들이 원작 게임에 등장하는 설정 그대로, 그리고 캐릭터의 성격 그대로 들고 나와 애니메이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움직임과 합쳐져 새로운 느낌을 팬들에게 부여해준다. 원작 게임의 팬이라면 이런 큰 매력을 웬만해선 거부 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살의의 파동에 빠진 류. 한밤중에 배회하다 갑자기 사람 잡는 진공 파동권을 날리다! 스파 ZERO 애니메이션은 게임 스파 ZERO 2에서 다루어졌던, '살의의 파동'을 깨우친 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는 원작의 류 팬들에게는(대부분이 류의 팬이겠지만) 즐거운 소식일지 모르나,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접해보면 그렇지만도 못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스트리트 파이트에 임하는 자세가 누구보다 진지한, 자신이 강해지려는 이유와 싸우는 이유를 찾고 있는 류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그와 연관된 인물들의 이야기. 이것이 바로 ZERO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다. 그런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방도였을까? ZERO 애니메이션에는 오리지널 캐릭터들과 오리지널 스토리가 삽입되었다. 이 오리지널 캐릭터와 스토리의 삽입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애니 뿐만이 아니라, 원작이 따로 있는 모든 애니메이션에 있어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그 새로운 캐릭터, 그리고 새로운 스토리가 과연 기존의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조화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문과 거부감을 팬들에게 들게 만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도 오리지널 스토리는, 결국 스트리트 파이터란 원작 게임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히고 말았다. 이 스토리 부분에서는 굳이 논할 가치를 못 느낄 만큼 실망스러웠지만, 다행히 오리지널 캐릭터 부분에서는 반의 성공과 반의 실패를 거두었다고 생각된다. 위에서 언급했듯, 스파 ZERO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류다. 류는 어릴 적부터 스승인 고우켄의 밑에서 켄과 함께 수련을 쌓아온 무도가다. 여기서 류의 그런 설정을 이용한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슌이라는 캐릭터다. 슌은 자신이 류의 동생이라 밝히며 류의 앞에 등장한다. 갑작스러운 슌의 등장을 류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그의 친우인 켄은 그다지 탐탁치 않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켄과는 상관없이 류와 슌은 점차 형제애를 쌓아갔고, 그런 둘의 모습에 켄도 마음을 풀어 가기 시작하는데... -류의 동생이라며 나타난 슌. 류와 켄, 슌은 정말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이 류와 슌의 관계는, 슌이 살의의 파동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서부터 조금씩 뒤틀리게 된다. 슌은 류처럼 살의의 파동에 빠져 극단적인 폭력 행위를 반복한다. 이 살의의 파동이 자신들의 권(류와 켄의 유파는 원래 살인 기술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둘의 스승인 고우켄이 그 권에서 살의를 모두 제거해낸 무도를 만들어 류와 켄에게 전수했던 것이다.)에만 잠들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류는 슌에게 묻는다. 그 권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이에 대한 대답에 류는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슌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말했던 것이다. 아버지. 류는 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켄 외에 자신들의 권을 알고 있는 자가 단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다. 조사인 고테즈를 죽이고 자신의 스승인 고우켄마저 죽인 남자. 살의의 파동에 완전히 빠져 권을 살인에만 악용하는 남자. 바로 고우키! -슌에게 머리띠를 감는 법을 가르쳐주는 류. 이 장면은 미래에 전개될 이 둘의 슬픈 운명을 암시한다. 개인적으로 최고 명장면이라 생각하는 장면. 이 부분에서 원작 스파의 팬들은 놀람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왜냐? 고우키가 류의 아버지라는 터무니없는 가정이 갑작스레 튀어나왔기 때문에. 하지만 이건 생각해보면 금 새 풀릴 의문이었다. 캡콤이 스토리를 맡고 있는 이상 그럴 리는 절대 없으니까. 그렇다면 그와 동시에 의문이 하나 떠오르게 된다. 그럼 슌은 도대체 누구인가? 어떻게 살의의 파동을 알고 있는가? 여기부터가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는 내가 오랜 기간동안 스파 시리즈의 팬이었던 관계로 우연히 알고 있는 부분이다. ZERO 2의 일러스트들 중에, 이런 장면이 하나 있다. 고우키가 어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장면. 그 아이의 손에는 과일이 하나 들려있다. 아마 고우키에게 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그런 모습의. 놀랍게도 그 소년이,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슌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것. 혹시 이 때, 어깨 너머로 잠깐 고우키의 권을 배우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나의 가정이다. 분명 고우키의 성격상, 어설프게 슌에게 권을 가르치진 않았을 테니까. (고우키는 류와 켄의 권을 '가짜'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그들의 권은 원래 살인술이기 때문에. 류와 켄의 권에는 살의가 없다. 하여간, 안타깝게도 이 슌의 정체에 관해서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또 하나의 오리지널 캐릭터는 샤도루의 박사, 세들러라는 인물이다. 이 인물에 비하면 슌의 등장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세들러는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류가 가진 살의의 파동 데이터만 모으면, 세계는 나의 발밑에 끓게 될 것이다.'라는 시대착오적인 대사까지 읊기도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이 캐릭터로 인해 원작의 팬들은 심한 거부감을 느꼈을 듯싶다.) 더욱이 세들러의 하수인 격으로 나오는 무적 사이보그의 존재는 세들러란 캐릭터가 주는 충격을 한층 더 강화시켜 눈을 질끈 감게 만들어 버린다. 이 부분에서 본인은 크게 외쳐본다. 도대체 왜 이런 캐릭터가 필요했는가!? 물론 원작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독주를 막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수단으로 사용하려 했다면, 적어도 이 사이보그는 류가 아닌 켄이나 춘리에게 나가 떨어져야 하는 운명이었다. 이 사이보그는 켄과 춘리의 비중을 형편없이 줄여 놓은 반면, 류의 비중을 극대화시켜 놓았다. 물론 류가 주인공이니,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주인공은 류지만, 그를 즐긴 모두가 류의 팬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캡콤은 착각한 모양이다. 어처구니없이 떨궈져 나가는 춘리, 뭔가 할 것처럼 보였던 켄의 불쌍한 발악은 정말 눈살이 찌푸려지기까지 한다. -작렬! 사랑과 우정의 승룡열파! 그러나 결과는...? 그로 인한 스토리의 정형화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세들러가 등장하면서 스토리는 류와 슌의 형제애와 그 비밀이 아닌, 샤도루의 음모에 대항하는 스트리트 파이터들의 뻔하디 뻔한 싸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서브 캐릭터들이 활약이라도 보여주었으면 이해할 수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또 서브 캐릭터들(단이나 버디, 가이)은 단순히 당하는 역할을 맡을 뿐이다. 그나마 비중이 있는 켄이나 춘리가 조금 활약을 할뿐. (정말 그나마다. 나중에 이들도 세들러의 사이보그에게 패해 무참히 나가떨어진다.) -정말 슬픈 캐릭터 춘리! 히로인 같은데 어째 러브신은커녕 얻어터지기만 하고... 스파 ZERO 애니메이션은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이 부자연스럽고 그 결과마저 너무나도 뻔하다. 그나마 부분적으로 나오는 명장면들과 캐릭터들의 성격에 맞춘 명대사들이 그 실망감을 작게나마 메꾸어 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말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명대사 하나씩은 남기는 듯.) 살의의 파동을 느낀 류가 스스로에 대한 위험을 깨우치며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고 말하는 시점부터, 이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팬들이 스트리트 파이터들에게 느끼던 의문, [그들은 왜 싸우는가?]에 대한 물음을 보는 이들에게 던져준다. 이에 대한 답의 힌트는 애니메이션 곳곳에서 나온다. 후에, 살의의 파동으로 살인마로 변한 고우키와 만난 류가, 자신도 고우키처럼 될 것을 두려워하며 켄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말하는 부분. 그리고 둘의 피 터지는 승부 후에 쓰러진 켄이 류에게 하는 말. '누군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건 너 일거다.' 그런 둘의 싸움을 보며 생각하는 춘리. '당신은 왜 강해지려고 하지?' -우리의 폭주 여고생이 다쳤다! 곳곳에서 얼굴을 들이밀지만 정작 끝까지 류는 못 만나는 우리의 폭주 여고생! 류의 살의의 파동에 의한 진공 파동권에 휘말려 부상을 당한 사쿠라. 그런데도 여전히 류를 만나고 싶어 하는 그녀에게 켄이 하는 충고. '원한다면 그 녀석에게 빠지라구. 그러나 네가 모든 것을 확실히 견딜 각오가 없다면 무예의 길에는 들어오지 마. 류가 지금 겪는 고통은 모든 무예가들의 벽이다.' 이에, 사쿠라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그는 왜 싸우는 걸까?' 그리고 마지막, 슌이 살의의 파동에 휩쓸리려고 했을 때, 류가 했던 이 말에서 그 모든 답이 집약되어 나온다. '나는 강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싸우는 거야. 나는 나 자신과 싸운다... 나 자신에 대항하여...' -그 유명한 더블 KO! 뜨겁게 달궈진 우정이 빛을 발한다. 켄 왈, 류! 너라면 할 수 있어! 그렇다. 스파 ZERO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들이 싸우는 이유를, 그럴 듯하지만 아주 애매모호하게 답해 놓았다. 이들은 왜 싸우는가? 사쿠라의 등장은 그것을 답해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폭주한 류의 진공 파공원에 휩쓸려 다친 병원에 입원한 그녀는 진지하게 고민한다. (평소 그녀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무조건 류의 뒤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없었음. 그런데 정작 류와는 한번도 못 만났다는...) 류는 왜 싸우는가? 그렇게 계속 고민하던 그녀는, 그녀다운 한 가지 답을 내어놓는다. 자신이 느끼는 그 감정, 그 느낌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해 놓는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싸우는 거야!' 이건 이제부터 펼쳐질 그녀의 스트리트 파이트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그녀 또한 그 의문을 풀 답을 찾기 위해 스트리트 파이트를 하게 될 테니까. -사쿠라가 내려준 명쾌한 해답!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나도 이제부터 싸우겠어! 이렇듯 스파 ZERO 애니메이션은 부분적으로는 아주 훌륭했다고 본다. 게임에서 등장하는 각종 격투 기술들도 잘 살려놓았고, 배경음악과 효과음, 캐릭터의 성격과 대사들도 마음에 들었다. 단지, 스토리의 허술함에 충격을 먹었을 뿐.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해서라도, 위에 열거한 매력들만 생각해보면 이 애니메이션은 꽤나 물건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만약 내가 스트리트 파이터란 게임을 접하지 못해, 캐릭터들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 과연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느꼈을까? -이것이 결말. 류는 답을 얻었다. 고우키 앞에서 씨익 쪼개는 류. 고우키 선생은 그 미소에 왠지 모르게 분노한다. 마지막으로 명대사 하나 남겨본다. 최강자 고우키 선생 왈, '나는 걸을 때, 혼자 걷는다. 나는 싸울 때, 혼자 싸운다.' |
글틀 |
첫댓글 호오.. 제로도 애니가 있었군요?? ; 게임에서는 거의 본편과 전혀 다른 시리즈로 나가지 않았나요? (사실 마지막으로 해본 스파가 3였는지 터보였는지-_-)
제로는 스트리트 파이터 2 보다 더 전으로 거슬러간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2 이전의 이야기죠. 젊은 시절의 류와 켄, 춘리등이 나옵니다. 확실히 드라마틱한 건 이쪽이라는... 샤돌의 총수인 베가(스트리트 파이터 2 최종 보스, 국내에선 바이슨으로 유명하죠.) 가 고우키한테 쫄아서 아무것도 못하던 시절이죠.
몇 달 전의 한 잡지에서 제작자 모씨(누군지 기억못합니다만)가 그러던데요, 제로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종의 패러럴 월드라구요. 그래서 괴상한 캐릭터들이 있을 수 있는 거라고...
글쎄요... 하지만 설정상으로는 분명 과거니까요. 단지 패러럴 월드라고 느껴지는 건, 역시 제작사가 시리즈를 억지로 끌고가려고 했기에 말도 안돼는 설정들을 늘려간 탓일 겁니다. 늘어나는 신 캐릭터, 그리고 설정. 그러니 기존에 만들어졌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는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 생겨버린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