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침대 발치에는 운동용 바퀴 없는 자전거가 하나 있다.
딸과 아들이 주로 타고, 하체 운동이 필요한 나도 가끔 탄다.
아이들이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오래 전의 기억 하나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전의 기억 하나가 떠오르곤 한다.
둘 다 자전거를 타는 풍경이다.
첫 기억은 안양천 고척교 가까이 살 때의 일이다.
베란다에서 자전거를 꺼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잔뜩 기대에 부푼 아들을 위한 앙증맞은 의자를 자전거 앞에다 걸고 엉덩이 푹신하게 수건도 여러 겹 접어 얹었다. 딸아이도 작은 두 발 자전거를 꺼내 준비 완료.
가을을 맞이하며 한강을 향한 자전거 나들이를 준비하던 오래전 어느 날의 우리 집이다.
고척교 밑 안양천변에 도착했고, 우리 두대의 자전거는 한강을 향해 출발했다. 안양천 오수의 냄새도 싱그럽게 불어오던 바람에 등뒤로 급히 밀려났고, 페달을 밟는 발엔 힘이 더해졌다.
몇 번 연습시킨 딸아이는 잘도 따라왔고, 발을 앞으로 뻗었다 오므렸다 마냥 신난 아들이 핸들을 두 손으로 꼭 잡고 큰 소리로 외치던 말,
"아빠~ 행복해요~ 우리 또 와요~"
귀에 선하게 들린다.
귓속에 이명처럼 울리는 그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내 기억은 그로부터 한참 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어느 날의 자전거 타던 풍경에서 멈춘다.
그때만 해도 자전거가 귀하던 시절, 자전거 도둑이 극성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방안에까지 들여두고 보관하던 자전거도 도둑맞던 시절, 큰 형도 예외가 아니라 몇 번을 도둑맞았다.
그 당시 대구 수성못, 유원지라기보단 쉼터정도였고, 내 큰 고모부는 수성못의 수문을 열고 닫는 일을 하는 공무원이었다. 농림부 소속인지, 산림청 소속인지?
수성못 가에 목조로 지어진 사택이 있었고 고모부는 그곳에 계셨다.
두 번인가 세 번인가, 큰형의 자전거를 타고 그곳에 갔었다.
내 자리는 앞자리, 바로 내 아들이 앉은 그 자리.
아이용 안장을 얹고 핸들을 잡고 불어오는 바람을 처음으로 맞는 자리.
세 살 많은 작은형은 자전거 뒷자리. 세 살 터울이 주는 설움을 톡톡히 받는 자리. 떨어지지 않으려면 큰형의 허리를 꽉 안아야 하는 자리.
대봉동에서 출발하여 길 따라 달리다가 중동교를 건너면 곧바로 파출소가 있었다.
"호야, 닌 내리라~ 뒷자리에 타면 경찰한테 잡힌다. 파출소 지나가서 다시 타자~"
작은형은 내려서 부리나케 앞으로 달렸다.
"큰히야~ 난 안 내리도 되나...?"
"니는 괜찮타."
"헤헤~ 좋다."
파출소를 지나 작은형을 다시 태우고 스무 살의 큰형, 아홉 살의 작은형, 여섯 살의 내가 함께 탄 자전거가 방천변을 따라 달리면 수양버들 늘어진 그 길이 끝없이 길게 이어졌고, 염색물로 오염되기 전의 방천은 맑게 흘렀다. 바람은 향기로웠고, 씽씽 신나게 달리는 형의 리듬에 맞춰 몸을 바싹 낮추고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야호!!!
수성못은 한가로웠다. 못가 우거진 숲 속에 목조 건물이 있었고 그곳에 고모부가 사셨다.
내 기억의 화면에는 고모부는 안 계시고, 수성못에 삼 형제 나란히 걸어 나가 잔잔한 물 위에 얇은 돌 던지며 누가 더 많이 물장구를 튀기나 제비뜨기 시합하던 풍경이 비 내리는 흑백영화 장면처럼 떠오른다.
내 숨이 턱에 찰 무렵,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의 강, 한강이 보였다.
"야호!!! 아빠~ 한강이야~ 한강!"
딸의 눈에, 아들의 눈에 비친 그날의 한강은 아마도 오래오래 둘의 기억 한 귀퉁이에 숨죽이고 있으리라. 그러다가 어느 미래에 그들의 딸이나 아들을 태우고 자전거를 탈 때, 불현듯 솟아올라 그날의 나처럼 가만히 미소 짓게 되리라. 그들의 낡은 필름 속에서 웃고 있는 먼 과거의 나와 그들을 보리라...
첫댓글 자건거를 타던 풍경이 넘 아름답습니다.
따님과 아드님과 타던 자전거.
형들과 타던 어린 마음자리 님의
자전거.
안양에서 결혼전에 6개월 정도
살았기에 안양천 지명이 정겹게 다가오네요.
옛날에 친구들이랑
경북대 캠퍼스에 가서 저전거를
타기도 했는데
이제는 자전거도 못타겠네요.ㅎ
저도 오늘부터 운동용 자전거 타기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글 잘 읽었습니다.
옛 대학 캠퍼스는 차들이 거의 없으니
자전거 배우기와 타기가 참 좋았어요.
운동용 자전거 타면 다리 근육의
탄력이 좋아져서,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니 꼭 해보세요~
일요일 아침 집근처 성내천을 걸으면 씽씽 달려가는 자전거풍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조금지나 한강천변으로 더 걸어가면 떼지어 가는 젊은이들의 자전거행렬이 너무나 건강해보이고 씩씩합니다.
귀여운 자녀들에게 자전거를 처음 가르치고 같이 타던 모습...누구에게나 오래 남을 추억이 될것입니다.
성내천도 그렇겠지만
안양천이나 한강변도 자전거 타기에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위의 글 중 실내 자전거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도 아내가 사용하던 실내 자전거를 3 년 6 개월째 매일 타고 있습니다
오전에 27 분 오후에 22분 1분에 회전수는 70 회 이상입니다
우연히 동네 내 내과 주취의 선생님에게서 운동 하면 성인병이 줄어든다 라는
말씀을 듣고 그 실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거 타기 ? 생각보다 엄청 힘이 듭디다
초창기에는 그거 타다 보면 심장 통증 때문에 실내자전거를 타다가
돌아 가시는거 아닌가 하고 생각이 될 정도 입디다
지금도 그거 타면서 여전히 심장 통증이 있지만 많이 완화 되었구
내가 많이 건강해 졌다는거를 느낍니다
사회생활을 안하는 지금 우리 나이에는 그거 권장할 만한 운동 입디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 실내 자전거를 탈 예정입니당
그리고 자전거?
실내 자전거를 타다 보니 진짜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우리 5060 아자 마켓을 통해서
염가에 중고 자전거를 구매 해서 동네에서 탔었는데?
우리 동네는 언덕이 심해서 자전거를 타기 적당하지 않습디다
그래서 10 번 정도 타다가 남 줘버렸습니다
이상 나의 자전거 이야기 이었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아이고... 태평성대님, 아무리 건강에
좋다해도 심장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까지 타시면 안 됩니다.
실내 자전거 기어 조정은 안 되는 건가요?
전 9단에 맞추어 두고 허벅지가 뻐근할 정도로만 타고 내려 옵니다. ㅎ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자전거 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있을거에요.
저는 그 중 아들을 앞 자리 안장에 앉혀서 태우고 다녔던 기억이 추억으로 남습니다.
아들은 기억도 못하겠지만..
우량아 였던 탓에 오래 태우고 다니진 못 했지만 아이를 태우고 강변을 달렸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가끔 삶이 힘들고 지칠 때
그런 추억을 되살리면 새힘이 솟지요.
그리운 추억은 지금의 새힘으로
돌아옵니다. ㅎ
'자전거 타던 풍경' 하면,
푸풋했던 학창시절,
미래를 향해서 꿈꾸던 시절입니다.
포푸라 나무가 쭈욱 늘어섰고,
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를
남녀가 함께 달리는 길,
그시절,
영화에서나 봄직한 낭만적인 풍경이었지요.
자녀와 함께,
어린시절 형들과 함께 했던 그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억 속에만 있는 자전거 타던 풍경을
마음자리님과 함께 공유해 봅니다.
돌아올 수 없기에 흑백 필름으로 간직되어 오래 잊혀지지 않나 봅니다.
저도 딸내미 초등학교때 생일선물로 자전거를 사주었는데요.
아파트 뜰안 자전거 묶어 놓는데다
묶어 놓았는데 글쎄 다른 자전거는
다 있는데 딸내미 것만 없어졌어요.
딱 하루 탓는데 새거라서 밤에 누가 훔쳐갔는지 없어졌어요. 얼마나 황당하던지ㅠㅠ
저는 결혼 하고부터 지금까지 안양천변에 있는 동네에 살어요.
맘자리 님 딸내미와 이름이 같은 지현이가 35살이니까 36년 살고있어요.
생일선물로 받은 예쁜 자전거인데..
다음날 또 탈 생각에 꿈 부풀었을 텐데..
제 마음이 이렇게나 속이 상하는데
따님은 얼마나 더 속이 상했을까요...?
나무랑님과의 인연이 깊군요.
저는 안양천 가까이 한 10년을
살았습니다. ㅎ
마음자리님
언제나 청춘이고
언제나 소년이고
기억이 총총하시게
그리도 자상하게
표현을 다하시는지
글을 읽으면서
저는 또 저의 소녀를 만나고
엄마의 청춘으로 제 자식들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제가 세 자식들 태우고
싱싱달리던 조치원 들길이
생생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앞 선물의 집에서
사다놓은 기념일에 받았던
소품들이 늘 추억을 보도륵 해주기도 하고
한 페이지 씩 충실하게 작성하고
74년 차곡차곡 쌓은 보물들이
마음안에 새록거려
많이 행복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항상 마음자리님
소년처럼 건강도 지키시고
꽃같은 환한 날들 기원드립니다.
평화를 빕니다.
직접 태우고 들길을 달리셨다구요?
그것도 세명이나? ㅎㅎ
그 또한 아주 멋진 풍경이였을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지요?
동안 뜸하셔서 걱정했었습니다. ㅎ
저전거를 배울때 생각이 납니다 .
혼자서 탈 수 있게 되었을때의 그 성취감은
그야말로 환희 였습니다 .
어린시절의 저전거를 타던 회상과
어른이 되어 어린 따님을 태우는 마음자리님의
마음을 잘 읽었습니다 .
추억들이 자주 생각나는 계절인가 봅니다. ㅎ
한편의 아름다운 단편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참 글 잘 쓰시네요. 어디선가 글쓰는 공부를 한 것인가요?
아니요. ㅎㅎ 글을 쓰다보니
재미가 있었고, 재미가 있으니
늘었나 봅니다. ㅎ
@마음자리 오! 그렇군요. 저도 님과 같이 되기를 바라면서 희망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