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연중 제21주일) 애증의 교회
‘교회 떠난 청년, 길 위에서 답 찾는다.’ 이번 주일 가톨릭 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종교에서 멀어진 청년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여전히 청년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유럽과 북미 청년들은 자신들은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다고 표현한다.(Spiritual but not religious. 줄여서 SBNR) 그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단지 믿기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하느님이나 영적인 세계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 교리, 규율 등, 어려운 말로. ‘제도적이고 규범적인 교회’를 거부하는 거다. 그 대신에 명상, 대자연과 교감, 영적인 생활 등을 포함하는 개인적인 영성을 추구한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탈종교화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그들이 거부하는 ‘종교적’이라는 말을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그 의미는 잘 알고 또 공감한다. 나 역시 교회가 답답하고 때로는 비인격적이라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다. 어떤 학자는 세상이 세속화되면서 종교는 다 없어질 텐데 그중에 가톨릭교회가 제일 먼저 사라질 거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상처로 멍이 들기는 했어도 가톨릭교회는 건재하다. 그 학자는 학자적 양심으로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자신이 연구하면서 살펴보니 교회 내 조직 중에서 쇄신이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타협한 수도회를 비롯한 다른 조직과 단체들은 대부분 사라졌다고. 그 대신 정통 보수의 길을 가면서 그 설립 취지와 본질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수도회와 조직들은 세속화의 파도를 견디며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교회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 예수님이 만드셨다. 예수님 승천 후에 열한 제자가 스승을 기리기 위해 만든 조직이 아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증언을 듣는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8-19) 예수님은 베드로 사도, 그의 신앙 고백을 기초로 교회를 세우셨고, 그를 신뢰하며 하늘나라 열쇠까지 맡기셨다. 교회의 기원은 사람들의 바람이 아니라 하느님의 구원 의지다. 친구와 지인끼리 서로 만나고 우정과 친목을 돈독히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아니다. 하늘나라 복음을 전하고, 인류를 구원하시는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과 자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하늘나라의 첫 선교사, 예수님이 만드신 공동체다. 어려운 말로, ‘교회는 구원의 보편적 성사’라고 부른다. 예수님은 세상에 교회를 만들기 위해 사람이 되셨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다.
교회를 사랑하고 동시에 미워한다. 다시 말해 사랑하니까 미워도 하는 거다. 교회를 비판하고 비난하려면 먼저 교회를 사랑해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는 왜 모양일까?’ 하며 공동체를 비판할 때, 많은 경우 그 ‘우리’ 안에 자신은 빼놓고 생각하곤 한다. 교회를 미워하면 자신도 미워하는 것이고, 교회를 부정하면 자신은 더 이상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그러면 교회를 미워하고 비난할 이유도 없을 거다. 교회는 예수님이 만드셨다. 세상 마지막 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겠노라고 분명하게 약속하셨다.(마태 28,20) 예수님을 믿는다면, 교회는 마지막 날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베드로 사도가 한 신앙 고백에 예수님은 감동하셨다. 하지만, 이 고백이 얼마나 불안한 거였는지 우리는 잘 안다. 그는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막아섰다가 사탄이라는 심한 꾸지람을 들었고, 급기야 예수님이 붙잡혀가셨을 때는 세 번이나 그분을 모른다고 하고 그게 거짓말이면 천벌을 받겠다고까지 했다. 그는 참 약한 사람이고, 철저한 세속인이었다. 우리들처럼 말이다. 예수님은 그의 불안한 신앙 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셨고, 그에게 하늘나라 열쇠를 맡기셨다. 사도는 눈물로 회개하고, 눈물로 주님을 사랑한다고 세 번 다시 고백했다. 반면에 유다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회개한다. 결국 교회는 우리의 얄팍한 신앙 고백이 아니라 진정한 회심 위에 세워졌다고 말해야 할 거 같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 우리가 회심하고 회개하는 만큼 하늘나라의 신비는 우리에게 현실이 된다. 지상 교회는 천상 교회, 하늘나라를 가리킨다. 우리는 끝까지 교회 안에 있어야 한다. 교구나 수도회에 소속되지 않은 사제가 없는 거처럼, 나 홀로 그리스도인은 없다. 미워도 교회는 나 그리고 우리 집이다. 사랑하고 미워해야 한다.
예수님, 신앙을 주시고 교회 안에, 수도회 안에서 살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동체이지만, 주님은 이런 저희를 통해서만 일하신다고 믿습니다. 동료를 사랑해도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는 분은 주님 한 분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교회의 이콘이시니, 이 이콘 제목대로 세상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기 되도록(1코린 9,22) 도와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