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곶이는 거제도 동쪽 끝자락 산비탈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가늘 길이 만만찮다. 찻길은 와현해수욕장 너머 예구마을 포구까지만 나 있다. 주차장에서 산길을 따라 20여분 발품을 팔아야 한다. 언덕에 오르면 발아래 펼쳐진 남해 풍경도 장관. 내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바다에 우뚝 솟은 해금강도 아련하다. 농원은 꽃잔치다. 샛노란 수선화, 붉은 동백, 새하얀 조팝나무가 남해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공곶이는 강명식(77)·지상악(73) 부부가 평생 일궈놓은 농원이다. 영화 ‘종려나무숲’의 촬영지가 되면서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지 아닌 오지인 까닭에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이가 대부분. 1957년 이곳에 터를 잡은 부부는 산비탈에 계단식 밭을 일궈 나무와 꽃을 심고 가꿨다. 얼핏 봐도 척박한 야산인데다 끼니를 걱정할 때라 기계를 이용할 엄두도 못 냈다. 대신 호미와 삽, 곡괭이로 가꾼 까닭에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 있다. 10여년 객지생활을 제외하면 40년 피땀 어린 인간승리의 현장이다.
언덕 아래 공동묘지를 가로질러 조금 더 내려가자 나무터널이 나온다. 동백터널이다. 공곶이로 들어서는 관문인 셈. 200여에 이르는 동백터널은 끝을 보기가 쉽지 않다. 가파른 흙길에는 돌계단을 만들었다. 폭 1m 안팎의 터널에 깔아놓은 돌계단은 무려 333개.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피고지기를 거듭하는 동백꽃이 이미 한 차례 낙화해 꽃잎으로 융단을 깔았다. 터널 초입, 농원 유일의 백동백도 봄볕의 유혹에 못 이겨 꽃잎을 열었다.
농원 규모는 총 14만8761㎡(4만5000평). 경작면적은 3만3058㎡(1만평)다. 강씨의 손길에 다듬어진 나무와 꽃은 50여종. 동백나무만 해도 50종이 넘는다. 바다를 향해 쭉 뻗은 동백터널은 하늘마저 모습을 감출 정도로 울창하다. 터널을 따라 양쪽 산비탈에 층층이 만들어 놓은 계단식 밭에는 동백나무와 수선화, 종려나무를 심었다. 수선화. 봄기운에 물이 잔뜩 오른 종려나무는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무척 이국적이다. 수선화와 나란히 심어 놓은 조팝나무가 순백의 꽃을 터뜨리는 4월이면 이곳은 그야말로 꽃대궐이다. 동백터널을 빠져나와 돌담과 종려나무숲 사이 오솔길을 따라가면 쪽빛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바닷가는 동글동글한 자갈이 깔린 몽돌해변. 서이말등대를 향해 길게 뻗어 있다. 바닷가 ‘최전방’에는 자연석으로 돌담을 쌓았다. 돌담은 모두 해안가 몽돌을 사용해 만든 방풍벽이다. 영화 ‘종려나무숲’ 촬영 당시 만들어 놓은 세트장 앞마당과 돌담을 둘러친 노 부부의 살림집 주변이 온통 수선화 밭이다.
애초부터 관광농원으로 조성한 외도와 달리 이곳은 부부가 먹고 살기 위해 조성한 삶의 터전이다. 관광지가 아닌 까닭에 입장료는 없다. 매점도, 쉬어갈 벤치도 하나 없다. 그저 사람의 손에 의해 다듬어진 자연만이 외지인을 반길 뿐이다. 농원을 가득 메운 나무와 꽃은 모두 판매용이다. 종려나무 잎은 주로 화환 장식에, 수선화는 꽃꽂이용으로 쓰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종려나무 잎의 판로가 끊겼다. 화환에 쓰이던 종려나무 잎이 플라스틱 잎으로 대체됐기 때문. 공곶이는 찻길을 내지 못해 외도처럼 관광농원으로 허가를 받을 수도 없다. 게다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탓에 관광객이 쉬어갈 정자 하나 맘대로 만들지 못한다. 이곳 풍경이 알려지면서 찾는 이가 꾸준히 늘고 있다. 관광지가 아닌 개인 사유지라 매번 이들을 대하기가 귀찮을 법도 한데 ‘친절’을 달고 산다. 외지인에게 일일이 설명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노 부부에게서 꽃보다 따사로운 봄기운이 느껴진다.
● 와현 모래숲해변, 거제 해금강, 대·소병대도, 지심도, 내도, 거제어촌민속전시관,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학동·여차몽돌해수욕장, 바람의 언덕, 신선대, 망산, 청마생가
● 공곶이가는길펜션(010-2691-3510), SEA 펜션(055-681-1345), 거제도 썬비취(055-681-7952), 거제 풍차언덕관광펜션(055-681-6867), 누마루펜션(055-681-1141)
● 서해안고속도로를 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 비룡분기점→대전통영간고속도로→통영IC→14번 국도→와현→예구마을→공곶이
● 거제시청 관광과(055-639-3198), 공곶이 강만식씨 집(055-68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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