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冬栢)

[영국신사]

동백(冬栢)

동백 카페, 카멜리아 Camellia 뒷산에는, 꽃망울이 맺힌 동백 군락이 있다.

어두컴컴하게 우거진 숲에, 점점이 빨간 꽃등이 켜졌다. 야무지도록 작은 동백꽃이다.

타는 듯이 붉지만, 맑고 단아한 매무새가 어찌나 깔끔한지! 청초함이 묻어날 것 같다.

동백은 겨울꽃으로 알고 있지만, 늦가을부터 몇 송이씩 피다가,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일제히 핀다.

그래서 3월 하순에서 시작한 붉은 합창은 4월로 이어진다.

동백 -

임은 어디쯤 오고 계실까?

남쪽에서 꽃신 신고

종종걸음으로 오시겠지!

보길도에서

거제도에서

원산도에서

선운사에서

겨울이 봄으로 이어지는

뽀오얀 꽃길 따라

봉긋봉긋 솟아오른

섬마을 큰 애기의

야무지게 알찬

붉은 순정이여!

보길도 동백은 겨울에 피는 꽃이다.

선운사 동백은 춘삼월에 피는 꽃이다.

낙화(落花)

동백꽃은 절정일 때 잘라내듯 송이째 떨어진다.

그래서 가지에도 땅에도 선연한 진홍빛 꽃 천지다.

그러니 동백은, 피어나는 기쁨과 스러지는 슬픔이 함께한다.

동백의 슬픈 역사

조선에서 돌아온 장수들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공물을 바쳤다.

개마고원 호피

장백산 산삼

걸개그림(탱화)과 불상

고려청자

문경 양반집 규수 남매

눈길을 끄는 것은, 남해안 어느 섬에서 가져왔다는 동백으로,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이 핀다.

왜군의 선봉장, 카도 키요마사의 공물에 감격한 히데요시는, 이 동백을 절에 심어 부처님께서 관람하게 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래서 이 동백은 일본의 국보가 되었다.

지금은 수명이 다해 죽고 없지만, 한 재일교포가 동백의 가지를 꺾어 고향 경남 고성에 심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길도 동박새는 동백꽃 열매 먹기 바쁘고

카멜리아 Camellia 카페는 동백기름 팔기에 바쁘고

춘화현상(春化現象) vernalization

아파트 베란다 동백은, 꽃망울을 맺어도 꽃이 피지 않는다,

밖의 추위를 유리창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보리를 봄에 파종하면 줄기만 무성할 뿐, 알곡은 맺지 않는다.

가을에 파종할 씨앗을, 봄에 심으면, 꽃이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는다.

혹한을 버텨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절박할수록

치열할수록

간절할수록

고통을 맛봐야 때맞춰 꽃이 피고, 실한 열매를 맺는다.

혹한을 견딘 노숙처럼

[마음자리]

저는 서산 동백정의 동백들을 기억합니다.
오늘 알라바마주의 낯선 쉼터에서
동백을 만났습니다.
고향을 만난듯 반가웠습니다.

[조윤정]

각 지역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니까
꼭 겨울 동백은 보고 싶고
그 진한 빨간색 꽃송이
사진으로 담아서
내 살고 있는 집
거실 중앙에 놓고
피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