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멋대로 해라에서 양동근의 죽는 연기를 보기 위해
시청자들이 복수가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어떤 분의 글을 읽은 후 내내 그것에 대해 생각하며
이 글이 쓰고 싶어 몸이 달았습니다.
나/문/희
얼굴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중년 탈렌트시며
<조용한 가족>에서 어머니로 열연하신 분이시죠.
그 뛰어난 연기력에 비해
영화나 연극이 아닌 TV연기에 전념해 오신 것이
신기하고 한편 고마울 따름입니다.
(무언가 한우물 파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녀의 연기는 사실 TV브라운관을
통해 가깝고도 친밀하게 접하지만
그녀의 내공은
그 네모난 화면 헤치고
우리의 가슴을 헤집어 놓는 괴력이 있습니다.
그녀는 어느 극속에서나 제값 이상을 해내시지만
사실 그녀 최고의 연기는
죽어가는 어머니를 연기한 몇몇 작품 속에서입니다.
2부작이었지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인가 하는 MBC의 드라마에서
암에 걸려 아직 학생인 아이들을 두고
남편을 두고 죽어가는 연기로
저를 펑펑울게 만들었지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영화건 드라마건 나를 그렇게
눈물,콧물 다 짜며 소리내어
눈이 벌게지게 울린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울면서도
한편은 그녀를 살려주세요 하는 마음과
한편, 그녀의 죽는 연기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햇살 속에서
그녀가 죽어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이후 그녀는 단막극에서
암투병 전문배우가 된 듯 했지요.
드라마게임이던가...
딸로 분한 강문영과 같이 바닷가를 찾은
죽어가는 어머니.
딸은 이혼당하고 딸도 뺏겨 제정신이 아닌
극도의 히스테리를 보이며
어머니는 배운 것 없으나 질곡의 삶을 살아온,
그러나 자식들에게 외면당하고
남은 모든 힘을 쏟아 시를 쓰고 있습니다.
아파 괴로와하는 모습보다는
두 모녀가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에 촛점이 맞춰 있지만
극의 말미, 가슴을 쥐어 뜯으며
울부짓는 그녀의 모습은
그 아픔이 내게도 전해질 만큼 생생한 것이었지요.
일요베스트<아주 특별한 이별>이던가...
전혜진이 모진 성질머리를 그대로 닮은 딸로 나왔지요.
의사인 딸이 죽어가는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어머니 입에서
"너하고 난 피 한방울 안 섞였어!"라는 말을 듣지요.
"내가 엄마 제일 많이 닮았잖아,
나 엄마 성격 그대로 빼 박았다며!"
바람핀 남편이 데려온 딸,
그리고 교통사고로 정부와 함께 죽은 남편.
그 한을 가슴에 안고 살아 병이 되었을까
그녀는 정말 지독히도 아파합니다.
"넌 내 젖이 잘 맞아 살이 포동포동 올랐었지...
낳은 정보다는 기른정이라지 않니, 정말 그래."
"엄마, 이렇게 죽으면 안돼,
나 아직 엄마한테 다 못갚았잖아."
다 토해가며 괴로워하고
몰핀으로 연명하는 어머니를 보다 못한 딸이
안락사를 시키고 감옥에 갈 만큼,
그 만큼의 고통을 연기할 배우가
나문희 말고 또 있을까?
그녀는 아마도 젊어서
미모를 자랑하는 배우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들며 점점 우아한 향기를 내는 여인이다.
<미저리>가 뭔지를 보여준 케시 베이츠를 떠올린다.
나문희라면 케시보다 더 멋진 미저리를
보여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길>의 젤소미나도 나문희가 연기하면
또 다른 슬픔,
웃으면서 보는 이를 울게 만드는 코미디를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