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통틀어서 결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늘 반에서 1, 2등을 도맡아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꽤 좋은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달랐다.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열정적으로 살거나 강한 신념을 추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자주 소외감을 느꼈고 꺾이지 않기 위해 긴장해야 했다. 누군가 긴장을 풀어주려고 하면 진지하지 못한 태도에 오히려 화가 났다. 남들이 웃을 때 웃지 못했고, 마음을 털어놓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불면증이 찾아왔다. 몸과 마음을 편히 내려놓을 수 없었던 탓이었다. 요가를 시작하게 된 건 경직된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굳어 있는 나를 위해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이후, 8년째 요가 수련을 해오는 중이다. 요가에는 8만 4천여 개의 다양한 자세가 있다. 꼿꼿이 몸을 펴는 '나무 자세'가 있는가 하면, 부드러운 곡선으로 기울이는 '반달 자세'도 있고, 거꾸로 서는 '머리 서기 자세'도 있다. 자세를 바꾸면 신체 부위의 위치와 역할이 바뀐다. 두 다리를 들어 올려 발을 머리 쪽으로 보내는 '쟁기자세'를 취할 때 땅을 딛게 되는 건 어깨다. 두 손으로 양 발끝을 잡고 한껏 몸을 뒤로 젖히는 '활 자세'에서는 배가 몸에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게 된다. 신체의 각 부위를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 요가를 통해 나는 삶의 지혜를 배웠다. 고개를 숙이고 둥글게 등을 구부리니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던 말들을 경청하게 되었고, 외발로 서는 자세는 장애물을 만나도 반쪽짜리 힘만으로 버틸 수 있는 끈기를 길러줬다. 다양한 요가 자세를 익히면서 나는 세상과 화해할 수 있었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파도를 만나도 이제는 웃으며 능숙하게 대처한다. 주변에서 만류해도 헤쳐 나가야 할 때가 있다는 것, 때로는 숙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가끔은 얼굴을 묻고 웅크려야 할 때가 온다는 것, 어떤 유혹에도 힘을 풀지 말고 버텨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 균형이 무너져도 한쪽으로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터득한 덕분이다. 삶에는 정답이 없어서 매번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진리도 몸 곳곳에 새겨 두었다.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타이밍이 아니라면, 몸을 비틀어 딴청 부리며 지나갈 수 있는 융통도 배웠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 고개가 비뚤어진 타인의 얼굴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상대방이 아니라 내 고개가 비뚤어져 그가 그리 보였던 경우도 있었다. 결국 요가가 내게 준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이해다. 나는 늘 내가 옳다고 생각해 왔다. 고집스러운 이상주의자였기 때문에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고 생각했고 세상은 살만한 곳이 못 되었다. 물들지 않기 위해 조금씩 사람들과 멀어져야 했다. 요가를 배운 뒤에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기꺼이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 발이든 어깨든 손이든 어딘가는 바닥에 닿아야 몸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을 인정하자 마법처럼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전에 나는 아무리 고된 일을 해도 힘든 줄을 몰랐다. 힘들지 않은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몰아붙였다는 걸 알았다. 이젠 그렇게까지 나 자신을 들볶지 않는다. 결과가 좋지 못하거나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자 다른 사람에게도 너그러워졌다. '못해도 괜찮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늘 정자세만 취할 수는 없다. 매일매일 헤쳐 나가야 하는 세상의 풍파에 매번 꼿꼿한 자세로 맞서느라 힘에 부쳤는데, 요가를 수련한 뒤에는 세상의 바람이 순풍처럼 부드럽게 다가온다. 내가 자세를 바꾸면 세상도 다른 대답을 한다. 전에는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불어오는 강풍을 견디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고맙고 만나는 시간마다 따뜻하다. 요가는 내게 마술처럼 다른 세상을 보여줬다. 세상에 대처하는 8만 4천 가지 다른 자세처럼 '나무'의 굳건함과 '독수리'의 집중력, '쟁기'의 성실함과 '뱀'의 지혜를 전해준 요가는 고마운 요술방망이다. 글 최정화(소설가)
스스로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_ 마루야마 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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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고운 멘트
감사합니다 ~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반갑습니다
사랑천사 님 !
다녀가신 고운
멘트 감사합니다~
오늘도
보람으로 미소짓는
좋은 하루보내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좋은 글 고맙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좋은 공감 멘트로
공유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