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이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의 그렇게 살고 싶어 하던 날이라고요. 맞습니다. 그런 오늘을 우리는 그저 그런 날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어제 그제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들에게 오늘은 맞이할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세상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이 상상이 됩니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늘은 그저 평범한 오늘일 뿐입니다. 다른 게 뭐 있나 싶게도 어제와 별다름 없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따지고 보면 다시 경험할 수 없는 날인데 말입니다. 이 하루에 무슨 일이 생길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런데 보통 의식하지 않고 하루를 살아갑니다. 때로는 지루한 듯 짜증도 내면서.
우리 앞에 100일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1,000일이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10,000일이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에게는 오늘이 끝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오늘은 그대로 영원으로 사라집니다. 그런 오늘을 헤프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심각한 생각입니다. 하기야 그런 생각할 틈도 없이 바쁘고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생들도 많습니다. 사치스런 생각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어느 순간 한번쯤 생각해불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고 즐겁게 지나온 시간들을 회고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어기적어기적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누구나 세상에 와본 의미는 새겨두고 싶을 것입니다.
왁자지껄 파티에서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필 사이코 같은 여학생이 나타나서 파티를 망쳐놓지 않았다면 그냥 괜찮게 즐기고 준비했던 추억도 만들었을 텐데 아쉽기는 합니다. 그래도 차 안은 네 소녀의 떠드는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그 아이가 어떻고 파티가 어떻고, 어둡고 한적한 도로를 달리며 신나게 떠듭니다. 그리고 순간 갑자기 나타난 트럭을 피하느라 운전대를 틉니다. 차가 나뒹굽니다. 언뜻 시간을 보았는데 자정을 한참 지나 있었습니다. 정신이 들어 깨어났는데 어제 아침, 잠에서 깨어난 아침 시간입니다. 기억으로는 사고가 나서 나뒹굴었는데 말입니다. 무슨 일이지? 꿈을 꾸었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동생이 깨우러 들어옵니다. 똑같습니다.
아무리 정신을 가다듬으려 해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어제의 일상이 이어집니다. 동생이 하는 말, 아래층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 등등. 친구가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는 것도 그대로입니다. 함께 학교로 가면서 다른 친구들을 태우는데 역시 똑같습니다. 모습도 하는 말도, 하는 행동도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업시간 선생님의 하는 말 그대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나타납니다. 수업 도중 ‘큐피드 데이’ 기념으로 장미꽃을 돌리는 일도 똑같습니다. 그러니 그 다음의 일도 짐작하며 기다립니다. 이게 뭐지? 내가 정상인가?
사흘째도 역시나 반복됩니다. 짜증이 납니다. 내가 사는 게 맞아? 이럴 바에는 이까짓 하루 내 맘대로 살아볼 거야. 동생에게도 엄마에게도 막대합니다. 아니 얘가 오늘 왜 이래? 친구들에게도 맘대로 대꾸합니다. 아니 얘 왜 이래? 약을 안 먹은 모양이야. 그런 날도 있는 법,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갑니다. 그대로 반복되니 앞에 일어날 일, 다음 하는 말 등등 이미 알고 있습니다. 미리 말해줍니다. 놀라지요? 자기네 할 말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상하다 싶기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대로 받아줍니다. 좀 다르게 하루를 만들려고 합니다. 파티에 참석하지 않기로 합니다. 친구들을 설득하여 모두 기피하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시간을 지냅니다. 초조하게 사고 시점을 기다리다 지나갑니다. 안심하지요.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그대로입니다.
똑같은 하루,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뭐 이런 삶이 있지? 그렇다면 이 하루를 다르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혹시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바꾸기로 합니다. 말도 태도도 행동도. 그랬더니 주변 상황이 바뀝니다. 그야 삶이 거울과도 같아서 내가 주는 대로 받게 되어 있습니다. 선의로 대해주니 선의의 대접이 돌아옵니다. 그러면서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이 나타납니다. ‘줄리엣’이 왜 사이코로 불리게 되고 왕따가 되었는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누구를 진정한 사랑으로 받아들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하나씩 풀어집니다. ‘린제이’의 사적인 비밀과 줄리엣과의 관계도 알게 됩니다. 전체적인 수수께끼가 풀립니다.
엄마, 내가 왜 좋은 사람이야? 그거 하나야? 좋은 점 하나에 집중하면 돼. 그게 너를 이끌어줄 거야.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루려고 애쓰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장점을 많이 만들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 강해지려고 애쓰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오늘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그냥 자기로 살면 됩니다. ‘너다운 사람이 돼라.’ 어쩌면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일지도 모릅니다. 날마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면 사실 삶도 인생도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말 그대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 하루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곧 인생 아니겠습니까?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Before I Fall)을 보았습니다. 2017년 작품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주말에는 쉬엄쉬엄
여유롭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ㅎㅎ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