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나홍진 감독, 액션 sf. 한국, 156분, 2026년
드디어 봤다. 나홍진 감독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 집중하는 감독의 열정은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전 <곡성>에서 받은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곡성>으로 인해 <황해>와 <추격자>를 납득할 수 있었다.
접경지역인 가상마을 호포에서 시작된 잔혹한 현장들에서 출발해 거대 UFO의 충돌장면에 이르기까지
소문대로 욕이 마르지 않고 쉼없이 쏟아진다. 비겁하고 찌질하고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영웅들의 내면.
하지만 외계인의 시선을 보여주면서 감독은 인간의 광기가 공포를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성적인 성찰이 불가능한 인간 군상의 집합은 어처구니없는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우리들의 변방은 얼마나 황폐한가? 그 생생함이 오히려 낯설다.
한편으로는 치닫는 추격 장면이 너무 길어 집중력이 잠깐 떨어지기도 했다. 나홍진감독의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향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잠실종합운동장보다 큰 UFO가 등장할 바에야 군대도 나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땅의 껍질을 무참히 뭉괴시키는 충돌은 가히 충격적이다.
나홍진 감독은 <호프>에서 타자의 얼굴을 되찾아주는 듯하다. 이유 있는 타자의 고난을 더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호프2>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겠다. 어찌 되었든 나홍진 감독이 필쳤던 상상력의 끝을 보고 싶다.
= 시놉시스 =
지원해 줄 인력들은 산불을 끄러 갔고, 이젠 통신도 두절됐다.
호포 출장소의 ‘범석’과 ‘성애’는 노인들뿐인 마을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놈을 쫓아 산으로 향했던 청년들과 ‘성기’는 되려 놈들의 사냥감이 되어 버린다.
무지가 빚어낸 불행의 씨앗은 입장의 차이를 거쳐 온 우주의 비극이 되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