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31 사순제5주간 금요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31-42
31 유다인들이 돌을 집어 예수님께 던지려고 하였다.
3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분부에 따라 너희에게 좋은 일을 많이 보여 주었다. 그 가운데에서 어떤 일로 나에게 돌을 던지려고 하느냐?”
33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좋은 일을 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을 모독하였기 때문에 당신에게 돌을 던지려는 것이오. 당신은 사람이면서 하느님으로 자처하고 있소.” 하고 대답하자,
34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율법에 ‘내가 이르건대 너희는 신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35 폐기될 수 없는 성경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이들을 신이라고 하였는데,
36 아버지께서 거룩하게 하시어 이 세상에 보내신 내가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하였다 해서, ‘당신은 하느님을 모독하고 있소.’ 하고 말할 수 있느냐?
37 내가 내 아버지의 일들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나를 믿지 않아도 좋다.
38 그러나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
39 그러자 유다인들이 다시 예수님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손을 벗어나셨다.
40 예수님께서는 다시 요르단 강 건너편, 요한이 전에 세례를 주던 곳으로 물러가시어 그곳에 머무르셨다.
41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분께 몰려와 서로 말하였다. “요한은 표징을 하나도 일으키지 않았지만, 그가 저분에 관하여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42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믿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창경궁에 핀 이른 봄꽃들, 매화 목련 개나리 진달래 앵두꽃 살구꽃이 외로운 이들을 반긴다. 봄꽃들이 활짝 피기에는 아직 이른 때인 모양이다. 서울은 언제나 좋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아 좋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 찻집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시집과 소설책 몇권을 읽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처럼 마음 설렌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하느님의 걸작품인 이 사람들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라고 부르심을 받았다.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 능력은 엄청나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불확실한 존재다. 나약하고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질서를 이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왜 착한 사람이, 의인이 고통을 받는가? 죽음을 앞두고 세상 만사는 허무일 뿐인가?
“나는 아버지의 분부에 따라 너희에게 좋은 일을 많이 보여 주었다. 그 가운데에서 어떤 일로 나에게 돌을 던지려고 하느냐?”
'표징의 책' 요한 1-12장에서(요한 13-21장은 '영광의 책')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의 일들', 곧 '표징들'을 보여주심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시고, 사람들은 믿게 된다. 사람들은 믿음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게 된다. 영광스럽게 된다.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거룩하고 존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게 된다. 이 얼마나 놀라운 선물인가?
오늘도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자연을 통해서 그리고 사람들을 통해서 많은 '하느님의 일'들을 본다. 이 중에서 최고의 '하느님의 일'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이루시고, 우리가 매일 기억하며 거행하는 성체성사다. 빵의 기적과 생명의 빵에 관한 담화에서 보여주셨듯이, 성체성사야말로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의 영원한 생명으로 내어주시는 최고의 사랑이다.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사람에게는 최고의 기쁨이요 행복이다. 예수님과 나와의 사랑은 결코 변할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이다. 사람 사이의 사랑 또한 큰 기쁨과 행복을 주지만 그 사랑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하느님과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이다.
이 영원한 사랑으로 나약하고 부족하고 불완전한 사람이 완전한 사람이 된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이 사순시기가 은혜로운 때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은 아름다운 천국같다. 지난 IMF 이후 지금까지 벌써 26년 동안, '밥생명공동체'에서 매일 오후에 밥차로 국밥과 백설기와 우유를 준비해 와서 배고픈 이들에게 푸짐한 저녁식사를 대접한다. 넓고 아름다운 마로니에공원이 졸지에 크고 아름다운 밥집이 되기 때문이다. 부럽다. 그중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장애인 화장실도 갖춘 넓고 깨끗한 화장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