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7 철학수업레시피 읽기 모임 후기 2
정리 김혜숙
교사가 주도적으로 질문을 만들고 수업의 절차를 이끌어나가는 교사질문주도의 개념중심탐구를 함께 체험해보고자 기획했다. 요즘 절실한 화두를 가진 샘을 찾았는데 박서진샘이 지원했다. 난 이 수업을 통해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과하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이 샘들을 많이 괴롭히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본이 탄탄하고 그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어이없게 학교현장에서 벌어진다. 세상을 가르치는 학교가 못된 세상을 담고 움직이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학교라는 곳에서 일하는 건지, 특히 관리자들은 뭐하러 학교 다니는지...... 오래오래 맘이 어둡다. 왜냐면 나도 그 상황이 너무나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1. 수업의 절차
1) <수업열기> 지금 나는?
(1) 지금의 자신을 나타내는 그림을 고르거나 찾아서 패들릿에 올리기
- 잘 생각이 나지 않으면 교사가 제시한 세 가지 중에서 고르기
(2) 각자 자신이 고른 그림에 대해 설명하기
2) 그림책 ‘프레드릭’ 겨울되기 전까지 읽고 토론하기
(1) 읽기
(2) 소모임별로 왜?질문만들기
- 의문이 가는 장면 찾고 질문 만들기
- 소모임 대표질문만들기
(3) 소모임 질문 중에 하나 골라 전체토론질문 만들고 토론하기
- 소모임 별로 대표질문 설명하기
- 전체토론 질문고르기
* ‘왜 다른 쥐들은 프레드릭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을까?“
- 패들릿에 각자의 생각쓰고 생각들의 공차 찾아 연결하기
- 토론하기
* 대개 일의 생산성 내지는 실용성, 공동체 작업에서 이탈, 불공정, 일의 경중, 육체적인 일과 정신적인 일의 구분 등과 같은 이유를 댐
3) ‘프레드릭’ 끝까지 읽고 생각하기
(1) 읽기
(2) 프레드릭에 대해 평가하기
- 프레드릭 넌 누구니? 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각자 패들릿에 쓰기
- 이야기 나누기
4) 내가 궁금한 나의 질문 만들고 토론하기
*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단계인데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함
5) <수업마무리> 프레드릭의 틀로 나의 일을 돌아보기
- 나는 일의 만족도에 관한한 몇 %의 프레드릭인가?
2. 수업참여 소감
첫째, 통상적인 수업과 달라 흥미로웠다. 자기 질문을 제대로 갖게 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었으며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교사가 이끄는 절차를 밟으면서 여러 관점에서 일을 바라보았고 그에 따라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각자 진정성있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 때문에 그 마지막 단계의 자기 질문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둘째,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었다. 먼저 우리들의 교사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니 그건 차치하고라도 교사의 과제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생각했다. 예를 들어 책 내용에서 궁금한 장면을 찾아 질문을 만들라고 했는데 그런 조건무시하고 그냥 자신들이 궁금한 것을 질문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교사의 말을 제대로 경청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그러는데 아이들은 무수히 그럴 것이다. 자세히 듣지 않고 제대로 듣지 않고 슥 들은 다음에 자기 생각대로 듣고는 그에 대처하는 거다. 다시금 경청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순간들이었다. 다른 하나는 수업흐름을 방해한 사람들이다. A샘과 내가 그랬다. 그냥 교사의 안내를 따르면 되는데 우리는 태클을 걸었다. 아마도 서진샘이 당황했을 것이다. 아니 서진샘이 당황하지 않았다해도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A샘의 태클은 그나마 낫다. 나는 결정적인 아주 중요한 순간에 나서서 가장 핵심적인 자기 질문만들기를 하지 못하게 하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를 짓도록 유도했다. 그런 나의 반성은 어제 그 순간에는 어렴풋했지만 이 리뷰를 작성하고 절차를 복기하면서 더욱 명확해졌다. 이 수업에서 중요한 건 자기 질문을 갖는 것이다. 어쩌면 일에 대한 자기 질문을 하나씩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은 마무리였을 것을 나는 ‘질문 만들면 토론도 해야하는데...’ 하는 선입견으로 쓰잘데기 없이 개입해서 어줍짢은 권위로서 그걸 방해한 셈이다. 서진샘에게, 또 다른 샘들에게, 또 이 알찬 수업 기획에 난 너무나 미안하다. 다시는 함부로 까불지마 김혜숙......
셋째, 우리는 소극적이다. 서진샘이 뒷부분 읽기를 생략했다. 이 책 다 읽으셨죠? 다 아시죠? 하면서 그냥 넘어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책을 안 읽은 분이 꽤 계셨다.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고 읽어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뒷부분의 내용을 모른 채 두 번째 과제를 수행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행의 질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으로 노는 노로 얘기하는 적극성? 이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그런 뭔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중요하다. 사소한 요구, 사소한 정직성, 사소한 적극성 같은 것들이 우리 삶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 거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 비대면인데다가 사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이라는 가정도 해본다 아직 심리적 공동체가 아니라서...... 하여튼 든 생각이다. 아닌 건 아니라고 그냥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많이 챙겨 생각하지 말고. 그리고서 까일때는 까이더라도.... 그냥 말하고 경쾌하게 까이기도 하고 그런 게 되면 좋겠다.
넷째, 일이라는 개념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과 만났다. 대개 프레드릭을 옹호하고 정신적인 일의 가치를 높게 산다. 몇 사람만이 생각이 달랐다. 그점을 본격적으로 토론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자신들의 생각을 점검해볼 기회를 우리는 못 가진 것이다. 난 프레드릭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꺼꾸러지는 꼴을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다섯째, 한동안 우리들을 떠나지 않을 코로나 상황에서 교사들의 잡무에 대한 나눔이었다. 난 어이가 없다. 방역과 안전관리를 교사가 떠맡고 있다니.... 교장 교감 행정실의 직무유기는 물론, 나만 아니면 돼하면서 방조하고 누군가의 고초로 떨어지는 꽁고물이나 주워먹으려는 얍샵한 동료교사들..... 그간 샘들이 힘들다 할 때마다 징징거리지 말라는 투로 말하곤 했는데 그게 그런 일의 종류가 아니었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또 잘난 척을 한 거다. 샘들에게 미안했다. 기본적인 인식도 시스템도 없는 학교현장에서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정말 다각도로 다양하게 미안하다...... 나는 그래도 자조는 싫다. 코로나라는 특별한 상황에 지나가는 것은 지나가는 것이지만 결국 그것을 움직이게 한 건 우리가 가진 기본이라는 것이고 또 그것으로 구축된 시스템일 것이다. 난 그것을 위해 소리내고 연대하기를 바란다. 아 전교조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꼼꼼히 원인을 찾아서 가설을 세우고 그를 위한 대안을 세워 검토하고 실행해 나갔으면 한다. 부서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다시 일어나고 일으켜 세워주고 함께 질문하고.... 한나 아렌트가 말했다. Vita Activa!!!!!
뭔가 길게 썼는데 너무 긴 거 같아서 언제나 그렇듯 다시 읽기가 싫다. 오타나 비문있으면 고쳐주시길 그리고 태클은 언제나 환영!!!!!!
아 참 수업절차 부분에서 내 기억에 잘못이 있으면 지적해주시길 바란다.
첫댓글 글색깔도 바꿔주고.. 수정해서 올려줘서 고마워요. 짜리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