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stave Caillebotte 1848~1894
가을은
시들어가는 낙엽조차도 가여워보이지 않는
너무 완벽한 계절이다.
갈수록 짧아진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냥 보낼 수 없다.
이런 날씨엔 테라스가 있는 도심의 커피숍에 앉아
그냥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한껏 여유롭고 행복해진다.
아마도 한 발 떨어져 있다는 거리감이
내 마음을 그렇게 만드는 듯 하다.
사실 실제로 살아간다는 것은
갑갑하고 빠듯하지만,
선선한 바람과 파란 하늘,
바로 그 아래 앉아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것이
바로 가을.
가을의 여유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Les Orangers, 1878
Man in a Smock, or Father Magliore on the Road between Saint-Clair and Etretat, 1884
모던한 낭만을 즐기다
까이유보뜨가 담아내는 빠리는
상당히 모던하다.
여유롭게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보트를 타고 강을 가로지르는 장면들이
빠리의 일상인 듯 펼쳐진다.
특별한 기교나 노력 없이
상당히 담담한 색체로
눈에 보이는 빠리를 그대로 담아내려 했다.
무심한 듯, 그저 바라보는 시각으로.
그의 작품은 감상하는 내내
내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데,
그의 실제 삶을 알게 된다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 될 것이다.
법원의 재판장이었던 아버지 덕에
25세에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까이유보뜨는
평생 벌어먹는 걱정 없이 여유롭게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또한 친구들인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는
수집가로도 명성이 높아
인상파 화가들의 후원자 역할도 해내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치열한 삶을 살아낼 필요가 없었고,
그 덕에 그의 작품은 이렇듯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Paris street, rainy weather, 1875
The Yerres, Rain, 1875
Le pont de l'Europe, 1876
The Argenteuil Bridge and the Seine, 1883
Perissoires, 1877
Boulevard des Italiens, 1880
Young Man at His Window, 1875
담백하게 담아내는 미학
지금, 휴일이 채 두시간도 남지 않은 시간,
내가 그의 작품을 새삼 펼쳐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까이유보뜨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았다.
빛이나 구도, 혹은 숨은 의미를 통해
작품을 수 차례 해석할 필요 없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담아내려 했다.
그래서 담백하다.
쓸쓸함도,
여유로움도,
스산함이나 따뜻함도
마치 그 순간 그의 눈이 찍어낸 스틸사진을 보듯.
그런 그의 작품은 마치
언제나 삶의 치열함에서 한 발 물러나
즐거운 시간을 살아가는 친구를 만난 것 같다.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저런 이유에서 결국은 행복하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은 꽤나 눈부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내게 말해줄 수 있는 친구.
Game of Bezique, 1880
Chrysanthemums, Garden at Petit Gennevilliers, 1893
Dahlias: The Garden at Petit Gennevilliers, 1893
Bather Preparing to Dive, Banks of the Yerres, 1878
Perissoires aka The Canoes, 1878
한 발 멀리서 바라보다
기껏 까이유보뜨의 작품을 감상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쏟아낸다는 것은
그림을 감상하려는 마음과 너무 동떨어진 일이다.
그냥,
바라보다 잠들어야겠다.
내일 내가 걸어나갈 세상에 대한
새로운 거리감을 만들어낸 후에.
그의 삶이 너무 윤택했다하여
혹여 공감하지 못할까, 하는 우려는 필요 없을 듯.
그가 그려낸 서민들의 풍경 역시,
상당히 아름다우니까.
까이유보뜨화 된 모습일지라도,
어쩌면 너무 삶과 가까운 나머지 놓치게 되는 소중한 것들을
보게 해 주었다고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내 삶도 비록 그렇게 보이진 않지만,
그건 정말 삶이 메말랐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여전히 삶에 너무 가까이 서있기 때문이라
위안할 수 있어 좋다.
산다는 것은 때론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Landscape near Yerres aka View of the Yerres Valley
and the Garden of the Artist's Family Property, c. 1877
Landscape, Banks of the Yerres, c. 1875
Loaded Haycart, c. 1874-78
The floor scrapers, 1875
Fishing, 1878
The Garden at Petit Gennevilliers in Winter, c. 1894
written by mand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