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안협의체는 지난해 1월 26일 출범해 올해 초까지 28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당시 복지부와 의협은 원활한 협상을 위해 회의록을 따로 작성하지 않고 양측이 협의한 사항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회의가 끝나면 현장에서 언론 브리핑도 진행했는데, 의료현안협의체는 법정 기구가 아니라 회의록 작성 의무도 없다고 합니다.
의료현안협의체 보도 자료에는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 인력 재배치 및 양성 방안, 의사 인력 확대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여러 차례 담겼다고 합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8일 10차 회의 자료에는 '복지부 의협 합의 사항'으로 △미래 의료 수요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필요 인력 수급 추계 △의사 인력 수급 모니터링 등 사후평가를 통한 정원 재조정 방안 마련 △확충된 의사 인력이 필수의료·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이 언급됐고, 11월 23일 18차 회의 자료에는 의협 협상단이 복지부가 시행한 의대 증원 수요 조사에 항의하고 모두발언 후 퇴장했다는 내용도 있다고 합니다.
회의록은 없어도 의제와 양측 입장은 보도 자료에 남아 있지만 의사단체들은 회의록 부재를 문제 삼아 2,000명 증원의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백 년 국가 의료 정책에 대해 회의 후 남은 게 겨우 보도자료밖에 없다"며 "밥알이 아깝다"고 비난했는데, 의료현안협의체에는 의협 전임 집행부가 참여했고, 현 집행부는 이달 1일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서울고법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여부에 대해 이달 중순 결론을 내린다고 합니다. 원고의 신청을 인용하면 의대 증원에 제동이 걸리지만 기각 시 정부 정책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의사단체들은 법원 결정 전까지 의대 증원 근거 자료 공개를 압박하며 여론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데, 교수들의 집단 사직과 휴진도 별 효과가 없어 의사들에게 남은 카드가 법정 싸움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의·정 갈등이 시작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많은 국민들은 아직도 궁금하다.
의사들은 왜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대하는지, 의사들이 원하는 의료개혁은 어떤 모습인지. 의사들 주장대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이 일방적이었던 게 사실이라 해도 대화조차 거부한 채 의료현장을 이렇게 혼란에 빠트리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요즘 의료계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은 하소연에 가깝다. 주 50시간만 일하라고 해도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 주 80시간을 우습게 일하는 전공의들의 희생 아래 지금까지 모든 의료 혜택을 누려온 것을 알기나 하냐는 식이다.
그렇게 계속 고생해야 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면 더 뽑으면 되는 것 아닌가 싶은데 그건 아니라 한다. 전공의들의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면 그들을 고용한 병원이나 전공의들을 관리하는 이들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했어야지 싶은데 그렇게 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그동안 전공의들과 의사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전 세계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헐값에 사용한 게 아니냐는 식의 얘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과연 그럴까. 의사들과 전공의들이 희생해서 만들어놓은 의료시스템을 국민들이 누리기만 하는 것인가.
오늘날 우리가 갖춘 전 세계 최고 수준 의료시스템의 근간은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1977년 박정희정부에서부터 시작됐고, 1986년 전두환정부 때 ‘전 국민’ 대상 도입 계획이 발표됐으며, 1989년 노태우정부 때 전 국민 의료보험이 도입됐다.
지금의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체계가 완성된 것은 2000년 김대중정부에서였다. 일각에선 전두환정부가 전 국민 대상 의료보험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노태우정부가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한 것은 국민들의 민주화투쟁 덕분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국민들이 독재에 저항하지 않았다면 전두환정부가 대국민 당근책이라 할 수 있는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등의 도입을 약속하지 않았을 것이고, 노태우정부가 전 국민 의료보험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인과관계를 단정 짓기는 어려워도 납득할 만한 분석이다. 이후의 정부들이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유지·개선한 것도 국민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저항과 요구가 전 국민 의료보험을 만들었다면 지금의 의료보험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도 국민이다. 국민들이 내는 의료보험료가 지금의 건강보험 체계를 유지하는 버팀목이다. 의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갖추는 데에도 국민들의 희생이 뒷받침됐다.
암과 중증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의 치료에 대한 산정특례 제도를 통해 환자들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공한 덕분에 우리나라는 이들 질환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갖게 됐다. 산정특례로 할인된 의료비 역시 국민이 낸 돈으로 해결한다. 의사들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은 평가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만든 것은 국민이다.
국민들이 전 국민 의료보험을 강제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의료시스템은 없었을 것이고, 국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건강보험 재정이 없었다면 의사들이 소위 돈 되는 분야에만 몰리는 현상은 훨씬 더 심해졌을 것이다.
국민들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의사에게는 존경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자주 만나는 의사들 중 상당수는 환자가 찾아갈 때 “실손보험은 갖고 있느냐”는 질문부터 먼저 한다.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하고, 보호자까지 생업을 포기한 채 병원 문을 두드리지만 단 몇 분간 만나는 의사들은 대부분 냉랭하고 무표정하다. 심지어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는 환자들도 많다. 그럼에도 이를 감수하는 건 아픈 사람이 약자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존중받고자 하고 존경의 대상이 되고자 한다면 국민이 의료 현장에서 매일 맞닥뜨리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한 다음 얘기를 꺼내야 한다.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의사의 얘기에는 귀 기울이지만 그렇지 않은 의사에게 냉소적인 국민들의 시각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만든 주역인 국민들은 기꺼이 의사들이 그 시스템의 중요한 한 축임을 인정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국민들을 의사들의 희생 위에서 거저먹는 존재 정도로 여기는 이들을 존중하거나 존경할 국민은 없다.>국민일보. 정승훈 논설위원
출처 : 국민일보. 오피니언 [여의춘추], 세계 최고 의료시스템은 누가 만들었나
저는 의료계에 전혀 모르기 때문에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은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럴 일도 없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다들 ‘국민’ 또는 ‘민심’을 악용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야당이 총선에서 이기고 나니까 모든 것을 자신들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정말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면 합리적은 선에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고 배려해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해서 괜한 국민, 민심을 거론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