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틴 콜로라도 강가에서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여 산에서 사시는 선생님이 계시다.
방학이되면 지리산에서 지내시고, 주말에는 경치가 빼어난 내고향을 찾아 오셨다.
가끔씩은 제자들 예닐곱 이끌고 오신다.
중학교 입학도 하기전 내가 영어선생님을 알게 된 이유도 선생님이 우리마을을 자주 찾아 오셨기 때문이다.
중학교에서 우리 마을은 가장 멀리있다.
버스가 고장나서 결행하면 이교시 수업이 끝난후에나 학교에 도착했다.
선생님이 우리 마을에 찾아오시면 마을에는 경사가 났다.
학부형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마을학생들이 모두모여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시골의 학부형들은 곶감과 밤 그리고 호두를 선물했다.
빠알간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던 가을에
산에가서 불을 지피고 나무에 고기를 꿰어 숯불에 구워먹었다.
산속 지천에 버섯이 깔려있다.
산호두도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선생님은 나의 중학교가 첫부임지였는데 오래 근무하다보니
신입생 얼굴생김새를 보고 "너 누구 동생이지" 하며 알아 마추셨다.
눈덮힌 지리산 고사목을 아름답게 찍어 슬라이드로 보여주시고
팝송을 가르쳐주시는등
선생님의 영어시간은 지루하기는 커녕 즐거웠다.
걸스카웃이 창단되어 여름방학때 지리산행 계획이 잡혔는데
단원 한명 두명이 이런 저런 사유로 빠지게 되었다.
결국 지리산 등산로를 훤히 잘 아시는 영어선생님과
걸스카웃 담당선생님, 친구와 나 넷이서 산행을 하게 되었고
선생님의 후배팀을 노고단에서 만나기로 했다.
산행에 필요한 밑반찬 준비하고
예쁜 옷도 마련하여 몸을 치장하고 꿈에 부풀어 산행을 했다.
험한 뱀사골 계곡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폭포가 나와도 우리는 전진했다.
8월10일 한여름이었는데 노고단은 추웠다.
밥지을 쌀을 씻을때 손이 시렸다.
노고단산장에서 더위를 잊고 며칠을 즐겁게 지냈다.
선생님과 알고지내시는 스님이 지리산 문수대에서 배추농사를 지어 쌈도 싸먹고
원추리꽃 만발한 노고단 정상에서 달빛을 받으며 산책하고 노래자랑도 했다.
님을 기다리다 꽃이되었다는 달맞이꽃의 전설을 선생님이 들려줬다.
지리산의 돌연변이 달맞이꽃은 속세의 것보다 꽃잎이 훨씬크다.
세월이 흘렀어도 들에 흔하게 피어있는 달맞이꽃을 보면 선생님이 떠오른다.
지리산 정상에서 달빛을 받은 나의 달그림자가 하늘에 생기는 모습을 보고 황홀했다.
지리산행후 노고단산장 함태식선생님, 영어선생님과 선생님의후배에게 선물을드리고 감사편지를 썼다.
그들은 우리를 무척 사랑해주셨다.
유난히 지리산을 좋아하신 신석정님의 시를 엽서에 적어 곧잘 보내주셨다.
이름은 잊었지만 지리산만을 찍던 사진작가의 작품도 주셨다.
나의 선배가 선생님과 함께 지리산 노고산장에 갔더니
산장지기 함선생님이 잊지않고 나의 안부를 묻더란다.
선생님은 내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곧장 빠져버린다. 그러나 콩나물은 자란다.
책을 읽으면 곧 잊어버린다. 그러나 지식과 교양이 길러진다.
그러니 책을 많이 읽어라.
너는 산처녀다. 산골에서 살아서 산처녀가 아니라 계곡의 물처럼 맑고
순수해서 산처녀다.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얼마나 마음 아프냐. 일찍익은 열매가 빨리 떨어지듯
어머님이 훌륭하셔서 하나님이 먼저 부르신것이라고 위로 해주셨다.
선생님이 삽십여년전에 보내주신 빛바랜 편지들을 스크랩하여 고소란히 보관하고있다.
중학교를 졸업할때 선생님은 내게 오천석의 <사랑은 아름다워라>를 선물로 주셨다.
감동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고 책속에 푹 빠져 지냈다.
졸업후에도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밥도 잘 사주셨고 포도원에도 데리고 가셨다.
선생님댁에 초청받아 교회예배도 빼먹고 종일 산행 앨범을 보며 친구들과 논적도 있다.
사회인이 되어 지리산 동행했던 친구가
선생님과 나의 소식이 궁금하여 방송국에 지리산행과 관련한 글을 써서 보냈단다.
우리의 소식은 없고 원고료로 책만 한아름 받고서 씁쓸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야 들었다.
중학교 동기들은 모였다하면 선생님의 근황을 묻곤한다.
선생님을 좋아하던 제자가 한두명이 아니었다.
몇년전 선생님을 모시고 사은회를 했다.
전국 각지에서 제자들이 모였다.
그당시 영어책을 달달 외우던 이희영이란 친구가 있었다.
영어학원 원장을 하던 그가 선생님께 질문을 한다.
"선생님 영어시간에 왜그리 무섭게 때리셨나요?"
"시골학생들이 학교에서 영어공부를 소홀히하면 다른데서 보충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아니었다
영어에 흥미를 잃어버리면 더이상 영어학습 회복이 어려워
영어공부하도록 혹독하게 했다"고 선생님이 답변하셨다.
현재선생님이 근무하는 고등학교에 야구부가 있다.
선수들 야구연습이 없는날이면 교직원들 축구를 하는데
축구하다 영어선생님과 부딪히는 상대편은 모두 다리가 부러져
기브스했다.
그래서 교장선생님이 교내에서 교직원 축구금지령을 내렸다.
산행을 자주하시는 선생님의 체력은 이처럼 남다르게 강인하다.
미국으로 오기전 눈덮힌 덕유산행 계획을 세웠으나
젊은목사님 섬기며 개척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는 선생님이 시간을 내지못하여
아쉽게 취소되었다
유대인들이 세계를 휘어 잡고있다.
어느 열악한 곳에 있더라도 생존하고 위대하게 남는것은
그들이 한순간에도 Vision을 놓지 않은것이라며
"비젼을 찾아서"라는 메세지와 함께 남덕유산 산행사진을 보내주셨다.
영어실력을 기르는 방법중 영어일기보다 영어편지쓰는것이 실력향상에 좋다고 하시며
영어이메일 주고 받자는 선생님의 제안을 모른척한지 꽤 오래되었다.
내년에 선생님은 정년퇴직을 하신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마감하기전 고3의 담임을 맡아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 계신다.
선생님은 "자유로운 삶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아무래도 공부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퇴임후에는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셨단다.
항상 활기 넘치는 우리선생님,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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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글의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드렸더니
남덕유산 산행모습과 함께 선생님의 짧은 답장이 왔네요
마냥 부끄럽다.
지워진 수많은 추억을 글로 읽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강춘희 홈피에 들어가서 사진도보고
수많은 글도 읽었지.
황수관박사사진,
텍사스대학 캠퍼스모습,
손석희씨의 유학이야기, 두루두루 서핑을 했는데
미국에서 열심히사는 모습에 부끄럽기만 하네.
그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모두 기억하고 있었는지 경이롭네.
학교생활이 아직 바빠서 싸이월드에 들어갈 수 없어 유감일세.
이렇듯 오랫동안 기억해준
그이름이 약간은 촌스럽지만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내 제자 강춘희 자랑스럽다.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첫댓글 이제 개학도 얼마 안남았네....선생님 말씀처럼 공부열심히 하세요.....
개학준비 했어. 가방,노트, 지우개 사고 샤프0.5mm는 한국에서 오는중이고~~~
좋은글이네요 갑짜기 하칼의 양 어께가 무거워지고 무언가가 억누르는것 같다 학생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훗날 날 기억하는 친구들이 많았으면 싶다 오늘도 욜씸히 가르치고 꿈을 실어 줘야지**^^^
인자요산, 산을 좋아하는 하칼샘은 좋은선생님이십니다. 위글은 산을좋아 하시는 선생님에 대하여 쓴 글이예요. 조연선생님은 킬로만자로 해외원정 다녀오신 프로급산악인입니다. 2006~07 이년동안 찍은 지리산의 야생화 사진도 보내주셨어요.
학창시철의 아름다운 추억이네요.....!!!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길 ........
훌륭하신 선생님과의 만남이 영광이지요.
학업에도 마니 바쁘실텐데도 때때로 짬을 내어 챔버린의 명수 밤송이친구가 노니는 강백산에 들려서 옛친구와 또는 그의 동료들과 같이 열성적으로 함께해주시는 성의와 열정에 사실 조금은 놀랬습니다~그래서 몇일 안되는 만남이지마는 우린 밤송이처럼 역시 하나가 되었습니다~엣날을 생각하고 옛은사님의 고마움을 끝까지 잊지않고 여전히 감사해하는 마음~참으로 아름답습니다~그런 마음이 있는 강백산~,우리들의 마음에 스미어 좀더 훈훈해지지않을까 ~기대에 사뭇 가슴이 잔잔히 여울집니다~
ㅎㅎ 참 , 춘희라고허셨던가요? 몽유매원님한티 물어봐야허는디 ~ 김홍도의 춘뭐시기그림 의 그 춘짜하고는 어쩌께 된당가요~?
무식하긴 단원님의 고것은 춘희씨가 아니고 춘화씨랑께! 근데 벌레씨 요즘 카페 출입이잦소이다.은빛여울에 취해 그만 혼줄을 놓으셨는가?
강백산이 편안한 곳이어서 신입이 재롱을 부려봅니다. 너그러이 받아주심 감사드리고요. 방학동안 글쓰기하며 놀았습니다. 미국이야기, 한국이야기 ...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를 올리고 싶은데 막상 개학이되면 공부하느라 글이 써질지 모르겠습니다. 허벌레님의 기대를 실망시켜드리지 않고싶습니다. 이시간 밤송이를 포함해 회원님들 백두대간 산행중이시겠군요. 안전하게 잘 다녀오세요.
아~이젠 개학이 시군요~열심히 하시고요~전 어릴때부터 선생님 분들을 제일 존경해 왔습니다...!
나무꾼님은 선생님을 존경하세요? 그런 나무꾼님이 참 멋지게 생각됩니다. 제가 아직도 빨간머리앤을 좋아하는 이유가 선생님을 존경하고 꿈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계시네요. 산을 좋아하신 스승님과 제자 부럽네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만남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