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을 나누는 축하와 대접의 공간
사적 경주 동궁과 월지는 통일신라시대 궁원지이다. 다른 부속건물들과 함께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었는데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문무왕 14년(674)에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진귀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라는 기록과 ‘동궁아, 세택, 월지전 등 동궁 소속 관청이 있다’라는 기록이 있다. 또 동궁에 속해 있는 건물 ‘임해전에서 연회를 개최했다’라는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면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었는데 931년에는 신라 경순왕(敬順王)이 고려 태조 왕건(王建)을 초청해 주연(酒宴)을 베풀고 위급한 정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동궁과 월지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상류층의 놀이문화를 보여주는 목제 주령구(木製 酒令具)도 출토되었다. ‘술을 마실 때 그 방법을 알려주는 도구’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주사위로 정사각형 면 6개와 정육 각형 면 8개로 만들어져 있다. 각 면에는 여러 놀이 규칙이 적혀 있는데 ‘노래 없이 춤추기’, ‘시 한 수 읊기’ 등으로 풍류가 넘친다. 그 당시 왕실이나 귀족이 주령구를 굴려 나온 글자에 따라 벌칙을 행하며 즐겁게 놀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름다움으로 물드는 불빛의 향연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이름을 지닌 월지는 굴곡이 있는 호안으로 어느 곳에서 보아도 연못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연못 가운데 동산처럼 보이는 섬들과 섬 주변의 석축이 매력을 더하는 월지는 저류지 역할도 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경주 동궁과 월지 Ⅲ 발굴조사보고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2019).
동궁과 월지는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욱 환상적인 자태를 뽐낸다. 햇살이 잦아든 동궁과 월지에 어둠이 찾아오면 월지의 호안과 복원 건물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켜지고, 불빛으로 물든 복원 건물이 수면 위에 그대로 녹아든 듯 건물과 건물이 서로를 마주본다. 그 아름다움에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여기저기에서 탄성을 쏟아내기에 바쁘다. 시대를 달리하며 사람들의 즐거운 탄성을 자아내는 사적 경주 동궁과 월지. 2022년 한 해를 살아낸 스스로에게 이곳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불빛의 향연을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동궁에 속해 있는 건물 임해전에서는 ‘연회를 개최했다’라는 기록이 자주 등장하는데 효소왕 9년(700)부터 경순왕 5년(931)에 이르기까지 『삼국사기』에 다섯 번이나 등장한다.
정리. 편집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조광연
[문화재청, 문화재사랑. 2022-12월 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