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
이승하
'그'는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
요란한 브레이크 소리 단말마의 비명
눈여겨본 차 번호판 4613
뺑소니를 놓는 차, 뒤꽁무니
…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한 순간에 한 사람이 사라져
하나뿐인 소우주가 폭발하였다
'그'는 틀림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지구상 유일한 목격자로서
… 복음은 다시 들려오지 않는다
'그'는 보았다 슬픔과 기쁨을 다루던
주름진 호두 모양의 뇌
거리를 붉게 물들인 뇌척수에
깨어 있던 인간의 기계 깨어지고 말아
… 잠언과 묵시가 사라진 지구
다음날 아침 아스팔트 위에는
핏자국과 흰 스프레이 자국
며칠 후 그 거리에는 <목격자를 찾습니다>
플래카드 외롭게 펄럭이고 색 바래고
… 침묵이 세상을 암흑에 휩싸이게 한다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외로운 신은 얼마나 가슴아파하고 있을까
침묵이 흐르는 21세기 벽두의 거리에서
대형전광판이 빛을 쏘아 보내는 휘황한 거리에서
… 그는 나다
☞[시, 아침을 읽다] 침묵의 거리-이승하 - 인천일보 (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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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詩한 요일
침묵의 거리 / 이승하
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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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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