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대구 출장 일정 3일이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워낙 급속히 번져 나가서 공단에서 긴급히 취한 조치 때문이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구미 쪽 출장 일정만 잡을 걸 하는 후회도 살짝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게 이익만 좇아가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사태가 더 위중해졌음에도 이번 주에는 대구 출장이 다시 이어졌습니다. 사태가 엄중하지만, 긴급 자금 수혈이 필요한 중소기업의 요구를 무작정 뒤로 미룰 수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공단 입장에서는 실적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기다가 조만간 추경이 쏟아지면 아마 공단 직원들은 코로나19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의료진처럼 더욱 격무에 내몰릴 겁니다. 저는 추경 없어도 주 5일이 바쁜 사람이라 별 영향은 없지만 공단 직원들이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저는 대구에 홀로 사시는 미수의 노모가 걱정입니다. 어제 아침 기사 머릿글, ‘"얼씬도 마래이, 나도 안간데이" 자발적 격리 택한 대구’내용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2주간 못 찾아뵈었습니다. 차라리 코로나19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제 집이나, 셀프 자가 격리 중인, 그래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누나 집으로 임시 거처를 정하시자고 말씀드렸지만 요지부동이십니다. 대신 매일 안부전화 드려 목소리로 기분이나 상태를 가늠하곤 합니다. 누나가 한 번씩 주/부식을 조달하고 있고, 필요하면 온라인 마켓을 활용해 생필품을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지요. 그래서 택배 직원들도 과로가 누적되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주말에 마스크 관련 어려운 상황을 메일로 안내드린바 있었지요.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정부는 아직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일 이상 이어온 마스크 대란 속에서 정부 책임자들이 연일 과장과 거짓말을 한 꼴이 되어 버렸고, 대통령도 두 번이나 사과를 하였지만, 마스크 5부제를 발표하며 배급에 가까운 조치를 그저께 내렸지만, 이 또한 현장에서 삐걱대고 있습니다. 전국의 약국 수는 23,000개가 넘습니다. 접근성이 용이한 약국의 경우 당연히 조기 매진 될 것이고, 상당수의 사람에게‘마스크 찾아 삼만 리’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개인 구매이므로, 가족 개개인이 움직여야 해서 결과적으로 거동 가능한 국민 모두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길을 나서야 하므로, 정부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현장을 찾은 대통령도 시행 첫날, 실상을 보곤 방법 수정을 주문하였습니다.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열흘 고민한 방법이 이 정도입니다. 제 단견으로는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였던, 이·통장을 통한 배부 권고안이 더 합리적이라 보입니다.(이분들의 바이러스에의 노출, 업무과중이 우려되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래 모셔온 백무산 님의 시 말미처럼, ‘지금을 먹을 수 없다 죽을 지경이다’, 애꿎은 국민들이 희망고문에 죽을 지경입니다. 마스크 하나로 드러난 현 정부의 난맥상, 원인 파악과 분석도 안 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내편 아닌 이의 말은 뭉개고, 장고 끝의 대처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입니다.
그저께는 출장 대상 2개 업체 중 한 곳이 취소되었습니다. 그 업체 대표로부터 연락이 와서는, 확진자와 동선이 일부 일치한 것을 확인하였기에 자가 격리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랍디다. 자금이 긴급히 필요함에도, 자신의 매개 가능성 때문에 솔직하게 얘기하고 행동해주시는 이런 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서 희미해져 가던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립니다.
노래방도 매출이 엄청 줄었지만 최근 새로운 현상이 보인다고 합니다. 예전 같이 친구들, 동료들, 모임 뒤풀이로 찾는 이들은 사라졌고, 가족단위로 오는 이들은 전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합니다. 며칠씩 집에서만 얼굴 맞대고 있다 보니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왔다고 하더랍니다. 정말 코로나19 이후에 집단 우울증이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개활지에 마스크를 하고 가면 안전하다니 가끔씩-자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산, 들, 바다로, 아니면 주변의 소공원으로 나가 마스크 끼고, 다른 이들과 거리 두고 산책하거나 휴식하며 햇볕에, 맑은 대기에 몸을 맡기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을 듯합니다.
저는 그리 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저께는 양산 극락암과 통도사에서 시름을 잠시 잊고 거닐었습니다. 봄기운을 한껏 느꼈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840042392
며칠 전 금오산 뒤편, 대성지에서 봄을 캤습니다. 여름에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게 냉이를 데쳐 냉장고에 비축도 해 두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831792052
밥이 끓는 동안(모셔온 글)================
밥이 끓는다 현재는 끓는 밥이다
배부르지 않다 맛볼 수도 없다
뚜껑을 열어볼 수도 없다
현자들은 현재만을 살라고 하지만
현재를 살아볼 도리가 없다
지금은 끓고 있을 뿐이다
끓고 있는 지금 내가 먹은 것은
언제나 과거와 미래의 허공이다
현재는 허기다 주린 배로 사냥에 나선
피에 젖은 발톱이다
둥지로 돌아가지 못한 부러진 날개다
지금을 먹을 수 없다 죽을 지경이다
현재는 끓고 있는 창세기다
-----백무산, <현대시> 2019-9월호 신작 특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