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도립화목원을 다녀와서
우승순
6월의 숲은 녹색으로 빛났다.
오늘은 춘천수필문학회의 6월 걷기 나들이가 있는 날이다. 행선지는 도립화목원이다. 며칠 전부터 폭염으로 34도까지 올라가면서 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햇빛을 가린 구름과 산들바람으로 야외활동을 하는데 적당하였다. 6월 모임에는 참석 회원이 9명으로 평소보다 단출하였다. 현직에 있을 때 업무와 관련하여 이곳 사무실에 몇 번 출장을 다녀갔지만 식물원이나 산림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시 조금 전에 도착하니 한정남 작가님께서 반갑게 맞으며 이달에 출간한 수필집 『빨간 동백꽃의 그리움』을 건넨다. 책표지에 있는 빨간 동백꽃 사진이 인상 깊었다. 주차장 인근에 있는 매점의 야외 의자에 앉아 최정란 총무가 준비해온 건강음료를 마시며 잠시 담소를 나누었고 이어 탐방을 시작했다. 입장료가 있었지만 딱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65세 이상이라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입장료를 더 내더라도 젊음이 부럽다고 한마디씩 건네며 각자의 방식대로 세월의 덧없음을 토로하면서 일행은 싱그러운 숲속으로 사라졌다.
2023년 6월 11일 강원도가 강원특별자치도로 새로 출범하였다. 모든 공식 명칭이 바뀌면서 화목원도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으로 변경되었다. 전국에 국립수목원 4개소와 공립수목원 36개소가 있는데, 강원특별자치도에는 국립수목원 1개소와 공립수목원 6개소가 있다. 국립수목원으로는 대관령 국립자생식물원이 있고, 공립수목원은 춘천의 도립화목원, 강릉 솔향수목원, 정선 백두대간생태수목원, 원주 동화마을 수목원, 홍천 무궁화수목원, 양구수목원 등 6개소로 경기도와 함께 전국 17개 지자체 중 가장 많다.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은 1999년 5월 20일에 개원하였고 연간 2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춘천의 관광명소가 되었다. 30여개의 시설에 1,827종류, 85,000여 본의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식물도 20종이나 보유하고 있다. 2002년 10월 31일 개관한 산림박물관에는 5개의 전시실과 3D영상관, 목재문화놀이터 등을 갖추고 있으며 7,600여점의 동물박제, 곤충, 수목표본 등이 전시되어 있다. 2012년 공립수목원 중 전국 최초로 ‘산림유전자원관리기관’으로 지정 등록되었으며 2019년엔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생물다양성활용과 산림생물자원 보존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기후변화 취약식물의 종자를 안전하게 보전하고 연구하고 있다. 도립화목원의 탐방은 크게 식물원과 산림박물관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 일행은 식물원부터 둘러보았다.
폐부 깊숙이 큰 숨을 들이마셨다. “아! 좋다!” 식물원에는 수천 종류의 초목이 6월의 태양을 받으며 짙은 녹색으로 산소를 내뿜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숲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명의 에너지가 몸속으로 스며든다. 울창한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식물원은 마치 큰 정원 같았다. 그 많은 식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기에 화목원에서 가장 키가 큰 메타세콰이어와 가장 작은 지피식물에 잠시 감정이입을 해봤다.
메타세콰이어는 시원스럽게 쭉쭉 뻗어 50m까지 자라는데 공원이나 가로수로 많이 이용된다. 우리말로는 수삼(水杉)나무로 번역되는데 본래 이 나무가 물가에서 자라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메타세콰이어가 길게 늘어선 가로수는 마치 네델란드의 화가 호베마의 그림 「미델하르니스의 가로수길」이 연상되기도 한다. 꽃말이 특이하게도 ‘아미타불’이다. 키가 큰 나무를 보며 무량, 무변, 무애의 크고 끝없는 자비광명을 상징하는 아미타불을 연상해봤다. 한편 지피식물은 메타세콰이어와는 반대로 키가 작은 식물이다. 숲의 가장 아래 부분에서 역경을 견디고 설움 받으며 자란다. 푯말을 보니 기린 초, 무늬 둥글레, 돌단풍, 꽃범의 꼬리 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나 역시 키 작은 설움을 평생 겪어왔기에 지피식물에 감정이입이 되어 특별히 더 살펴보았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생존경쟁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산림박물관은 2층 건물에 다양한 전시실을 갖추고 있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자연비경, 아름다운 무늬의 목재, 나무의 성장과정, 멸종위기식물, 산림의 ‘녹색댐’ 기능, 산불피해, 화전정리사, 산촌의 생활 등 갖가지 자료들이 즐비했다. 꼼꼼히 살펴보려면 꼬박 하루 정도는 봐야 할 것 같았다. 오래전 현직에 있을 때 환경전시회를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오염현상 등을 판넬로 제작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디자인이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자료들을 준비한 분들의 노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씨앗박물관의 ‘재미있는 참나무 이야기’에 발걸음이 멈춰졌다. 참나무는 ‘진짜 나무’란 뜻인데 사실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참나무과 참나무속의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의 6종류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 신갈나무로 우리 동네 애막골 뒷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나무다. 몇 년 전 『신갈나무 투쟁기』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평온해 보이는 숲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의문이 이 책의 화두다. 나무의 일생도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람쥐가 숨겨 놓은 작은 도토리 한 알이 우연히 연약한 싹을 틔우고, 치열한 투쟁을 통해 점점 강해지고, 성장하면서 꽃을 피우고, 다시 열매를 맺고 대를 잇는 과정을 컬러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숲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2층 전시실에서 김동순 선생님과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시간이 지체되었고 다른 문우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서둘러 내려가서 일행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점심은 수필집출간 기념으로 한정남 작가님께서 내셨다. 맛있는 보쌈정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6월의 걷기 행사도 여운을 남긴 체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회원님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시는 허남국 대장님과 김동순 총무님 그리고 함께해 주신 문우님들 모두에게 거듭 감사드린다. 한여름인 7월과 8월의 걷기 행사는 잠시 쉬기로 할 것 같다.
걷기 나들이를 다녀오는 날엔 선배 작가님들의 밝은 표정과 즐거웠던 시간을 남기고 싶어 기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는다. 다만 6월 모임엔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다. 몸이 편찮거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도 계신 것 같다. 며칠 전 춘천수필의 단톡방에서 연로하신 선배 작가님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걷기 나들이에는 참석이 어렵더라도 카톡방 나들이라도 자주하시어 소식도 전해주고 외로움도 달래셨으면 좋겠다. 요즘은 ‘좋은 말 공해시대’다.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상투적이고 영혼 없는 말들이 단톡방 이곳저곳에서 중복되고 난무한다. 단 몇 글자라도 진심이 담긴 자기만의 글이 그리운 시대에 원로 작가님들의 진솔한 대화는 마음에 울림을 준다. 세월이 주는 육체적 고통을 말끔히 지우기는 어렵겠지만 마음만은 6월의 숲처럼 싱싱한 녹색으로 빛나시기를 바란다.
첫댓글 와~ 부지런도 하셔라. ^^
어느새 수필 한 편 건지셨네요. 그 필력 부럽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참석하지 못했어도 사진으로 글로 생생하게 보여주시니까요. 님들이 계셔서 우리 춘천수필문학회가 환합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 💕 💜 💏
잔잔한 화목원의 모습이그려집니다
싱그런 나무처럼 될 수는없겠지만
나이듦의 성숙미로 주변사람들과
모나지않게살아가기를 자신에게최면을걸어봅니다
부지런 하시네요~~
강원도립화목원이 산림청 선정 야생화 100명소에 속합니다. 특색을 잘 살려 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