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는 레버쿠젠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올 시즌부터 단독 질주를 하던 레버쿠젠이 시즌을 한 달이나 남기고 우승을 확정지은 것입니다. 또한 우승을 확정지은 뒤에도 무패행진을 계속하며 우승이 확정된지 한 달 뒤에 레버쿠젠은 28승 6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역사상 처럼으로 무패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습니다.
레버쿠젠의 무패 우승과 관련해 두가지 뚜렷한 핵심 요소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레버쿠젠 감독인 사비 알론소입니다. 사비 알론소는 스페인 출신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입니다. 1981년생이니 올해 43살입니다. 세계적인 프로축구 리그인 분데스리가 감독으로는 상당히 어린 감독입니다. 그는 선수시절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였습니다. 그는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유로 2008, 유로 2012, 2010년 월드컵 우승을 거두 그야말로 황금의 스페인 대표선수였습니다. 알론소는 클럽에서도 대활약을 펼쳤습니다.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 감독을 시작으로 레알 소시에다드 B팀 감독을 거쳐 2022년 지금의 독일 레버쿠젠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2023~2024 시즌에 사상 처음으로 레버쿠젠을 우승대에 올려 놓았고 그것도 무패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수립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분데스리가의 역사상 첫 무패 우승을 기록한 레버쿠젠의 사비 알론소 감독(가운데)과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사비 알론소 감독은 조용하고 우호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가정에 충실한 남편이기도 합니다. 알론소는 아내가 출산할 때에는 경기도 포기하고 아내곁을 지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비록 중요한 경기에 결장한 것은 실망스러운 것이지만 이렇게 힘든 시기에 당연히 가족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알론소 감독의 나머지 두 형제도 축구선수출신들입니다. 스페인 축구에서 유명한 삼형제이기도 합니다.
레버쿠젠 우승과 관련된 두번째 핵심 사안은 바로 구단주인 바이엘과의 관계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무패 우승을 향해 질주해온 레버쿠젠과 지난해부터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단주인 바이엘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120년전인 1904년 바이엘의 공장 직원들이 모여 만든 축구 클럽이 바로 레버쿠젠입니다. 레버쿠젠과 바이엘은 일반 프로축구팀들 사이에 존재하는 돈의 논리와는 상당히 다른 그런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회사 축구팀에 가입해 축구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던 그 시절 노동자들의 혼과 땀의 결실이 바로 지금의 레버쿠젠이라는 것입니다. 레버쿠젠의 닉네임이자 '팩토리 일레븐' 의미의 페어크스 엘프도 여기서 기원했습니다.
"그들(레버쿠젠)은 ‘페어크스 엘프’(Werkself·팩토리 일레븐·11명의 공장)로 불린다. 우리(바이엘)는 그들을 동료라 부른다. 레버쿠젠의 첫 독일 프로축구 우승을 축하한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행운을 빈다."
126년 전 해열진통제 아스피린을 개발해 거대 제약사로 성장한 독일 바이엘이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레버쿠젠의 우승 확정을 축하하는 글입니다. 시즌을 한 달이나 남겨놓고 처음으로 우승을 확정하자 올린 글입니다. 구단주이자 제약사가 축구팀을 향해 '동료'라고 표현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분데스리가의 응원이 요란스럽지만 그 가운데 가장 정성을 다해 응원하는 팀이 바로 레버쿠젠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레버쿠젠의 구단주인 바이엘은 극심한 경영난에 처해 있습니다. 바이엘은 지난해 11월 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받아온 심장병 치료제 신약 임상시험을 돌연 중단키로 했습니다. 바이엘이 개발해온 경구용 혈액응고인자 억제제 아순덱시안은 회사에 연간 50억유로(약 7조4000억원)의 매출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 차세대 신약이었습니다. 신약 개발이 좌초되면서 바이엘의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현재 주가는 28.32유로(5월 21일 기준)로 2005년 9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6년 전 미국 제초제 기업 몬샌토를 인수하면서 엄청난 부채를 떠안아 재무 건전성 문제도 큰 상황입니다. 동시에 몬샌토의 제초제로 인해 암에 걸렸다는 소송이 미국에서 번지면서 피해 보상 문제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구단들이 재정적으로 위기에 놓이면 꺼내드는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프로구단들을 매각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레버쿠젠은 그동안 한번도 우승을 한 적이 없는 구단입니다. 하지만 바이엘은 결단코 레버쿠젠을 매각할 생각도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레버쿠젠은 바로 바이엘의 분신이자 역사였기 때문입니다. 레버쿠젠의 무패 우승이 이뤄진 날 경기장이자 바이엘 본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바이 아레나 경기장에는 빌 앤더슨 바이엘 최고경영자(CEO)가 팬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바이엘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본사 앞에 축구 깃발을 게양하고, SNS로 레버쿠젠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 감독 사비 알론소의 리더십을 홍보하기에 분주했다고 합니다.
레버쿠젠과 바이엘의 관계는 120년 역사 내내 끈끈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979년 분데스리가에 진입하기 전까지 레버쿠젠은 하위 리그에서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2000년 시즌에도 우승에 실패한 데다 다섯차례나 준우승에 그치면서 절대 우승 못 하는 팀이라는 조롱의 의미로 '네버쿠젠(Never-kusen)'이라는 별칭까지 생겼습니다다. 이에 2006년 바이엘 주주총회에서는 한 주주가 레버쿠젠을 매각할 것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이엘 구단은 일축하고 레버쿠젠에 대한 우정과 신뢰를 다시 한 번 뜨겁게 표현했다고 전해집니다.
레버쿠젠의 유래없는 무패 우승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닙니다.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존재하는 신뢰와 존중 그리고 레버쿠벤과 구단주인 바이엘 사이에 존재하는 끈끈한 우정과 역사가 없었다면 결코 이뤄낼 수 없는 대기록입니다. 또한 바이엘을 믿고 지지하는 소비자들과 레버쿠젠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팬들의 헌신적인 격려가 이런 대기록을 세우고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2024년 5월 2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