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에서 가장 익숙한 것은 친구이다. 이 친구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어느 한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존재이다. 예를 들어서 고3시절의 내가 대학교를 제주대학교가 아닌 타대학을 가려고 선택했다면 지금 대학을 와서 만난 친구들은 영영 만날 일이 없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인간관계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친구들이 더 소중해지고 각별해지게 되었다.
더 생각을 해보면 가족이라는 존재가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고 처음 접하는 인간관계는 가족이다. 어떻게 해서 이 가족에 내가 합류를 하게 되었고, 9살 때까지는 영원히 막내일 줄 알았던 나에게 동생이 생기고. 이 또한 이미 정해진 순리에 따르는 것이다. 만일 우리 부모님이 어느 한 선택을 하지 않거나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와 내 형제들은 이 자리에 있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첫댓글 친구는 내가 선택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친구가 나를 선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남, 곧 관계라는 것은 일방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가 먼저 사귀자고 했는지는 구분될 수 있습니다만, 그 친구가 거절했으면 내가 선택한다고 해서 사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나와 친구의 선택이 만나서 지금의 친구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여기에 왔기 때문에 친구를 만났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여기에 왔지만, 그 친구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겠지요.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우리는 대개 자기 중심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 선택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그것뿐입니다. 하지만 내가 친구를 선택했다고 생각하면 친구를 대상, 타자로 두게 됩니다. 그러면 그 친구의 선택과 본질과는 무관하게 내가 보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게 되겠지요. 친구와 갈등이 생기는 이유도 으레 이런 생각 때문입니다. 나는 친구의 특별한 어떤 부분만 알고 있는 것이지 전체를 알고 있지 못합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제대로 된 만남이 이루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