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항구
조성래
3월이 먼 바다로부터
항공모함 몰고 온다
하오의 바닷가 나가 보니 태평하게
마스크 쓰고 걷는 시민들 많다
바닷물에 자신들 모습 비추며 한결같이
카톡 하거나 트로트 듣기 바쁘다
퇴직자 나도 그 흐름에 어정쩡 끼어들어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오늘 세상이 어제 세상과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 찾아 천천히 걷는다
가끔, 꽃나무 사이로 반려견 데리고 나온
소녀의 노랑머리가 발랄하게 다가올 뿐
직박구리 우짖는 하늘 아래
한나절 거닐어도 아는 사람 하나 마주치지 않는다
서점에 들려 신간 사서 읽다가, 날 저물어
근처 태극기부대 현수막 지나쳐
역전 할머니 맥줏집에서 기어이 혼자 마신다
이렇게 살아갈수록 헐거워지는 내가
술집 탁자를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스스로 아픈 사람!
TV화면에서 무쇠 독수리 편대가 우리
영공 뒤덮고 군사 훈련해도
나의 봄 꿈 하나는 꺾일 수 없다
- 《내일을 여는 작가》 2023년 여름호
조성래
1984년 무크지 《지평》 등단.
시집 『목단강 목단강』 『쪽배 』등
카페 게시글
#......詩 감상실
남쪽 항구 - 조성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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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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