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언니
배구여제 김연경은 ‘갓연경’으로 불린다.
빼어난 실력과 인성을 배구의 신(神)에 빗댄 말이다.
그녀는 지난해 6월 해외 유명 클럽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국내에 복귀했다.
한 팀이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샐러리캡’에 걸리자 20억원의 연봉 중 15억원을
후배들을 위해 흔쾌히 포기했다.
대표팀에서는 궂은일을 마다치 않는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일부 후배들이 악플에 시달리자 선플만
모은 앨범을 선물한 일화는 유명하다.
코트에서는 승부사지만, 밖에서는 배구 꿈나무들에게 매년 수천만원을
지원하는 기부 천사다.
그런 그녀의 또 다른 별명인 ‘식빵언니’가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세계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올림픽 공식정보사이트 ‘마이 인포’는 김연경 페이지에서 그의 별명을
‘브래드언니(Bread Unnie)’로 소개하고 있다.
‘식빵 언니’의 영어식 설명이다.
경기 중 내뱉는 비속어조차
‘식빵’으로 미화될 정도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의 순수한 승부욕을 잘 아는 팬들에게 욕설 논란은 무의미하다.
그도 그런 별명이 싫지 않다.
구독자 40만명이 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름도
‘식빵언니 김연경’으로 정할 만큼 애착을 갖고 있다.
3개국 리그 파이널 우승,
4개국 리그 정규시즌 우승,
4개국 리그 MVP, 3개국 리그 득점왕, 2개국 리그 공격상….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4대 구기종목 가운데 한국 선수가 세계 최고를 찍은 것은 그가 유일하다.
그에게 이번 올림픽은 각별하다.
각종 리그에서 상을 독식하면서도 유독 올림픽만큼은 김연경을 외면했다.
첫 올림픽이던 2012년 런던 대회 때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했지만 메달 없는 선수로는 사상 최초 대회 MVP에 올랐다.
그제 한·일전에서 경기 도중 허벅지 핏줄이 터지는
‘피멍투혼’ 끝에 혼자 30점을 책임지며 승전보를 알렸다.
국제배구연맹은 “역대 올림픽에서 30점 이상 경기를 4차례 한 선수는
김연경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올림픽 역사마저 갈아치운 그녀의 꿈은 하나다.
메달 유무를 떠나 16년간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을 응원한다.
김기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