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낯설음
첫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익숙한 낯설음에 대해 과제를 주셨을 때부터 줄곧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모순적인 단어이다.’라는 생각만 들뿐 어떤 내용으로 글을 써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모순적인 것을 찾아보자’이었다. 첫 번째로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 스스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를 발견했을 때, 이와 관련해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말이 있다. “너 자신을 알라.” 사람들은 남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다. 스스로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신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을 것이다. 익숙함을 넘어서 소중한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낯설음을 넘어서 너무 슬픈일인 것 같다. 두 번째로는 평생 기억할 것만 같던 행복한 순간도 결국 잊혀버린다는 것이다. 만약 내게 죽기 직전 일생에 행복한 일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갖고 싶었던 물건을 얻게 된 일, 맛있는 음식을 먹은 일, 시험을 잘 봐서 성적이 잘 나왔던 순간을 기억하기보다는 소소하고 익숙해서 행복한 줄 몰랐던 일상을 떠올릴 것 같다. 즉, 가장 익숙했던 순간이 가장 낯설게 행복한 순간이 되어 다가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지만 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 주제를 정하지 못하던 중 잠을 깨어보겠다고 커피를 사러 한라 홀에 갔는데 그 순간 ‘어 나 이장면 어디선가 본 적 있어.’라는 친구의 말에 영감을 얻어 데자뷰(기시감)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정의를 말하자면, 데자뷰(기시감)란 처음 겪는 일이나 처음 보는 대상을 마치 이전에 보았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말한다. 데자뷰는 프랑스어로 ‘이미 본’이란 뜻으로 최초의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과거에 이와 같은 경험을 경험한 것 같은 착각을 일컫는 말이다. 데자뷰에는 학설 두 가지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무의식에 의한 행동이나 망각된 기억이 뇌에 저장되어 있다가 그것이 유사한 경험을 만났을 때, 되살아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서 스치듯이 한번 본 것도 잊어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뇌세포 속에 저장하는데, 이런 세포 속의 정보들을 모두 꺼내는 것은 아니고 자주 보고 접하는 것들만 꺼내본다고 한다. 하지만 뇌는 훨씬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무의식중에 했던 일을 다시 하거나 방문했던 곳에 갔을 때, 처음 하는 일 같은데 아련히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두 번째 학설은 '신경세포의 정보전달 혼란'이 있다. 우리 인간의 뇌에는 해마라는 곳이 있는데, 기억들이 정리되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어떤 원인으로 인하여 과거의 기억회로와 현재 경험하는 회로가 연결되게 되면, 데자뷔와 같은 현상을 겪는다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데자뷰를 자주 경험하는 편이다. 꿈속에서 보았던 것을 똑같이 겪는다고 항상 신기해하였는데, 이는 유사한 경험들 중 부분적인 기억들이 모여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것일 뿐이라는 것에 놀라웠다. 그리고 여기에서 주제인 ‘익숙한 낯설음’을 느꼈다. 보았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비슷한 일이뿐 겪지 않은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주제에 관해서 정말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나의 주위에 많은 익숙한 낯설음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 또한 익숙한 낯설음이 아닐까?
첫댓글 두 번째 학설은 매트릭스 1편과 같은 내용이라서 신경학적인 주장이고요, 첫 번째 학설은 똑같이 신경학적이기는 합니다만, 기억이라고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만 남기고 디테일한 부분은 삭제한다는 것으로 사회과학 또는 인문과학에서도 이렇게 주장합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와는 다르게 낯선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익숙한 것처럼 생각되는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낯선 것에서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는 것은 꼭 같지는 않지만 그와 유사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 맺으면서 "공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낯선 존재를 만나면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는데도, 그와 내가 유사한 행동을 한다면 우리는 그와 내가 같은 유형, 곧 익숙한 유형이라고 생각해서 경계를 풀게 됩니다. 그런데 그러한 판단을 하는 데 몇 가지 요인이 필요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러한 과정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내가 실은 상대를 정확하게 다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해졌다고 하는 상황, 사물들을 정확하게 알기 위한 과정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