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2XHYTrKPuxc?si=HHIVH2CmRPiubbiT
일하다가 잠깐 유튜브를 보는데, 옛날에 했던(1999~2000년) 드라마 허준의 영상을 잠깐 봤습니다.
이 장면을 잠깐 설명하면...
허준이 유의태로부터 의술을 배워 한양에 의사 과거시험('의과')을 치르러 갑니다.
이때 허준과 유도지(유의태의 아들)은 진천의 한 마을에서, 의과시험을 치르러 가는 의사들에게 자신들을 진료해달라고 애원하는 환자 무리를 만납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과시험이 급하다며 이들을 무시하고 길을 재촉했는데, 허준만은 환자들을 돌보았고, 결국 시험 시간에 늦는 바람에 의과시험을 치지 못합니다. 반면 유도지는 의과시험에 합격하게 되지요.
이 영상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유의태(연기자- 이순재 선생님)가 유도지에게 화를 내면서 꾸짖는 장면입니다.
그러면서 의사는 높은 자리로 출세하거나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직업이라고 말합니다. 높은 자리로 출세하려고 했다면 역관(통역관)이 되었어야 하고, 돈을 벌려면 상인이 되었어야 한다고 하죠. (역관과 상인은 대체로 양반이 아닌 중인계급이 선택할 수 있는 출세의 길이었습니다.)
이 영상에서 유의태는 의사의 본분은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며, 그러한 본분에서 벗어난 유도지는 의사를 할만한 그릇이 못된다고 훈계합니다. 그럼에도 유도지가 끝내 뉘우치지 않자, 도와 예법은 인격이 되는 사람에게 전수해야 한다('비인부전')고 옛 성인이 말했는데, 자신이 핏줄에 연연하여 아들인 유도지에게 전수했다고 한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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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덕주의적 관점에 따른다면, 의사의 본분은 환자를 돌보는 것이고, 출세와 돈은 자신의 본분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와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의학이라는 지식은 마땅히 인간적인 도덕성을 충분히 갖춘 사람에게 전수해야 합니다.
물론 현실이 완전히 도덕주의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겠죠. 의학공부는 어려우며, 병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더럽고 힘든 일이므로, 마땅히 거기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보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단순히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니까 하라고 하면, 아무도 의사가 되려고 하지는 않겠죠.
결국 우리는 도덕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학을 배울 수 있는 능력(총명함)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인격이 충분한 사람인지도 함께 고려해야 하겠죠. 뽑을때 인격이 충분한지 아닌지 알 수 없다면, 최소한 의대에서 도덕에 대한 교육이라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의사들에게 충분한 보수를 주어야 하지만, 그 보수의 수준이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높아져서는 안되겠죠. 특히나 모든 똑똑한 학생들이 반도체를 비롯한 여러 과학분야에 골고루 분산되는게 아니라, 의대로만 쏠리는 현상은 더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 자체가 사회적 보상이 의사들에게 과다하게 몰려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되겠지요.
+ 영상의 8분 정도쯤에 가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허준의 친구들이, 허준과 유도지 중에 누가 과거시험에 합격할 것인가를 두고 다른 마을사람들과 내기를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허준이 과거시험에 떨어지고, 유도지가 합격하게 되자 허준의 친구들은 내기돈을 안내려고 도망을 다니고 있었죠. 그러나 허준이 진천에서 한 선행이 밝혀지자, 허준의 친구들이 내기를 걸었던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그러면서 이야기하죠. '사람의 도리'로 치면 누가 승리자냐! 라고 말이죠. 즉, 유도지가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할지라도, 도덕적으로는 허준의 승리라는 식의 주장이죠.
그러자 허준의 친구들과 내기를 했던 마을 사람들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결국 내기를 무효로 만드는 데 수긍하게 됩니다.
이런 부분이 드라마로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데요. 결국 2000년 정도까지만 해도, 도덕주의적인 성향이 우리사회에 강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허준이 이긴 것이니 이 내기는 무효다.'라는 식의 허준 친구들의 논리가 먹힐만 했던 것이죠.
같은 장면은 2024년 현재에 찍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저렇게 쉽게 수긍하는 식으로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도덕의 힘과 도덕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약화되어 온 것 같습니다.
오늘날 뻔뻔하게 내란을 옹호하고, 아직도 탄핵을 반대하면서 침대축구로 탄핵절차는 반대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국가를 내란의 위험 상태로 몰아넣는 매우 비도덕적 행동인데, 이런 행동을 용인해주는 지지층이 20%가까이 된다는 점이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결국 현재 우리사회의 상황은 공적인 도덕의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랫만에 추억에 빠져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ㅎㅎ
첫댓글 사람이 없으면 문제도없다고, 세계적인 휴머니스트께서 설파하셨는데요.
제가 68 운동을 주목하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개인적 이익에 따라 정치적 편을 드는 일을 당연시하는 풍토를 되돌아보게 만든 운동이지요
68의 중요한 부분은 제 짧은 생각만으로 보기엔 기존 세대가 어느 날 갑자기 자력갱생해서 사회가 도덕을 회복했다기보다
도덕을 중시하는 신세대가 세월이 흘러 정치지도층이 되었을때 그들의 사회가 바뀌게 되었다에 맞지않나 싶었습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도 1950년대 알제리 전쟁기간 알제리 독립 논란으로 국론분열되었죠
당시 극우나 중도파들은 자기네의 자유는 중요하면서 알제리인이 스스로의 자결권을 행사할 자유는 인정하지 않고
일부는 독립 의지를 꺾기 위해 학살과 고문 등 인권유린을 주도하는 이중성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알제리에 살던 프랑스인들은 강하게 진압 안 한다며 총독부에 집단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불과 얼마전 나치 및 비시정부의 파쇼 통치를 경험했음에도요
반면 현대의 프랑스인이라면 가식이더라도 최소한 민주주의의 탈을 벗진 않죠
한국이 겪는 것 또한 과거 유럽이 겪었던 격동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언젠가는 결국 대면하여 싸우고,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진통에 해당하는 셈이죠
진짜 문제, 도덕이 천대받고 실제 삶과 분리된 모순을 방치한 채로 국가가 발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금껏 경제성장을 먼저 맛부터 보느라 미뤄놓았던 숙제를 할 시간입니다
87년 체제 수립으로 민주주의 미션이 다 끝낫다고 생각하고는 문제는 해결할 생각 없이 경제성장률만 나오고 내가 등 따시고 배부르면 끝이다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죠
저는 일찍이 503 탄핵 인용되고 문재인이 당선되던 때조차도 한국사회를 크게는 긍정을 못 했습니다.
국민들은 여전히 이 문제에서 빠져나오지 못햇다가 눈에 보였거든요
68 당시도 불황기로, 유럽의 기성 시민계층이 빠져나오지 못한 모순 덕에 온 유럽이 터져나가던 시기 같습니다
MB의 당선은 한국에서 도덕이라는게 사라진걸 방증하는거죠.
오랜만에 좋은거 다시 봤네요 감사합니다
한국식 자본주의는 돈과 권력이 최고라고 가르칩니다.
의사를 사람 살리려고 합니까? 의사라는 명패에 딸려온 인생 해피 로드와 돈과 사회적 지위 때문에 하는 거죠.
상승 욕망의 긍정을 넘어 욕망에 먹혀버려 상승을 위해서라면 나라를 팔아먹기를 주저하지 않는 세상이고
이걸 누가 만들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