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만세루.
( 1 )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것 하나
불필요한 것은 단 한 개도 없어요.
한여름에 우는 매미의 우화 껍질도
모두 약으로 쓰지요.
선운사엘 가면 죽은 나무뿌리가 살아서 기어 다니고
죽어 천년된 나무가 꽃을 피운답니다.
봄이 오면 댓돌 위 눈부신 고무신 속으로
소리 없이 떨어진 동백이 마음을 찧고
가을이 지친 몸으로 일주문 문설주를 넘으면
구천을 떠도는 환생하지 못한 넋 이런가
핏빛 상사화가 지천으로 피어나지요.
피면 지고, 지면 피고.
잎 피면 꽃 지고. 꽃 피면 잎 지고.
서로 만나지 못해 슬픈 꽃
상사화가 눈물로 피어납니다.
밀짚모자 쓰고 선운사 가는 길
이름 모를 풀 들이 일어나 내목을 껴안아 주고
새들은 날아와 눈물을 닦아줍니다.
일주문을 들어서니 허허로운 모든 것
다 비우고 가라는 사천왕의 몸수색이 무서워요.
고창 선운사엘 가면
죽은 나무뿌리가 살아서 기어 다녀요.
구부러지고 비틀어진 나무들이 죽어서 천년을 살아요.
부처님의 진신사리 구하려 봉황이 깃들어 사는 집
가슴 시리고 마음 따스한 바구암 만세루가 있어요.
고창 선운사엘 가시거들랑
가슴 아픈 동백만 보지 마시고
만세루 천장도 꼭 보고 오세요.
죽은 나무가 피우는 꽃도 보고오세요.
진신사리는 죽어야 빛을 냅니다.
아마도 진한 부처님의 가피 속에
님도 더운 눈물을 흘리고 오실 거 에요.
꼭 만세루 천장도 보고 오세요.
고창 선운사엘 가시거들랑.
( 2 )
선잠을 깨어 밤하늘을 올려 다 봅니다.
먹물을 뿌린듯한 밤하늘엔 별들만 초롱초롱합니다,
금방이라도 맑은 방울소리가 들릴듯 합니다.
버려질 나무들만 모여 집을 짓고 사는 만세루
사랑도 미움도 모두 껴안고 버릴 것 한개도 없음을
일깨우는 만세루의 등 굽은 상량목(上樑木)
휘어져 절독거리는 서까래. 이어붙인 기둥들.
왜 선운사 만세루가 갑자기 생각이 날까요.
왜가리는 고사포 백사장으로 떠난 지 오래인데.
왜 갑자기 선운사 만세루가 생각이 날까요.
꼬리 잘린 장지뱀 같은 2월도
칠삭둥이 2월도 갑니다.
오늘이 雨水 날 이랍니다.
2025년 2월 18일
첫댓글 선운사에 몇 번을 갔어도
만세루를 못보고 왔습니다.
다음에 가면 꼭 만세루를 보고 와아
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시원시원한 글 잘 읽었습니다.
어쩐지 숨겨진 절인 듯 해요.
오래전 선운사 주지스님으로 있던
친한 지인이 살짝 알려주어 그 뜻이 좋아
자주갑니다. 정말 신기해요.
저리 굽고 비틀어진 나무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제 몫을 다하고 있을까? 경이 그 자체입니다.
균형잡기가 어려워 해체 복원을 못한다 하내요.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그렇네요. 오늘이 우수네요.
아직도 창문 열면,
찬 공기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님은 부처님 계시는 곳이면,
찾아 뵙고
봄 꽃을 만나고,
선운사를 찾으면,
상사화를 보고 옵니다.
역사깊은 사찰과
그곳의 꽃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외로운 섬도 그리워 하는 것 같습니다.
꽃님 감사합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우수이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 쌀쌀해요.
춘래불사춘 이란말이 생각나요.
심술보 터진 옛날 시누이 같아요.
그래보 봄은 오고 있음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그러게요 선운사에 가면 상사화도
있고 동백꽃도 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선운사에서 베롱나무를 처음 봤어요.
나무 껍질이 반들반들해서 넘나 신기했어요.
초의 님의 서사시 만세루를 읽으니까
아...만세루에는 그런 깊은 사연이 있었구나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나저나 오늘이 우수였어요?
우수인데 왜 그렇게 춥데요.
바람이 얼마나 매몰차게 차거운지
마음 상처입기 딱 좋은 날였어요.
감사합니다.
"춘래불사춘" 이라 했던가요.
그래도 봄은 오고 있음입니다.
선운사 경내에는 2그루의 잘생기고
오래된 베롱나무가 있어요.
베롱나무는 백일동안 꽃이 핀다해서
백일홍이라고도 하고요,
나무를 살짝만 터치해도 간질음을
타는것같이 흔들해서 우리말로는
간질밥 나무라고도 해요.
우수지나면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벌써 개구리 짝찾는 소리가 깊은 산골의
정적을 깨운답니다.
선운사 입구로 들어서서 본당쪽으로
걸어가는 길 옆의 맑은 물길이 생각납니다.
제가 본 선운사 상사화들은 붉은 얼굴
들고 비를 맞고 있었고요.
절을 볼 줄 모르니 절 겉모습만
보고 나오곤 했네요.
다음에 가게되면 만세루도 꼭 들러서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운사계곡에 흐르는 물 색깔이 좀 흐릿하게 느껴지지요.
물이 흐린게 아니고 원래 도토리나무가 많아 개울바닥의 돌이
타닌성분으로 채색되어 돌이 조금은 검게 보인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여시길 기원합니다.
고창 선운사에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왔다리갔다리 여러번 했습니다
그래서 선암사옆 동네 어디쯤 거처를 마련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헹구는 글 감사드리구요!
반갑습니다. 사찰 어느 곳 하나 특별하지 않은 곳을
하나도 없지요. 선암사 매화. 송광사 국내 3대 사찰중 하나.
보물도 많고 사연도 많지요.
도량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또 땀으로 보시(걸어서) 해야만
갈수 있는 곳이라 좋아요.
선운사 동백. 상사초 가까이 고사포해수욕장
복분자. 풍천장어 등
마음이 넉넉해지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