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나흘동안은 해를 보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날씨가 맑게 개었다. 화창한 날씨에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니 한국의 가을날씨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삿포로 시가지가 한눈에 보인다는 모이와산에 가기로 했다. 여관에서 로프웨이(케이블카) 할인 쿠폰을 챙겨서 시내로 나갔다. 모이와산으로 가는 전차에 올라타서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내가 가진것과 똑같은 로프웨이 할인쿠폰을 들고있는 한 일본인 아주머니가 눈에 띄었다.
'저 아주머니도 모이와산 정상까지 가나보군...'
내릴때가 된것 같아서 주변 일본인들에게 쿠폰을 보여주며 여기가 맞냐고 물으니 다음정류장이라고 알려준다. 그 아주머니도 내릴 준비를 하는듯 했다. 전차가 멈춰서고 아주머니가 먼저 내리는데 쿠폰을 차장에게 건냈다가 다시받는것 처럼 보였다. 내가 요금을 내고 그냥 내리려 하자 그 아주머니는 내 쿠폰과 차장을 번갈아 가르키며 일본어로 뭐라고 했다. 알아들을수는 없었지만 그 아주머니 쿠폰에는 펀치로 뚫린듯한 구멍이 있었고 아마 차장이 뚫어준것 같았다. 역시나 나한테 쿠폰을 건네받은 차장은 펀치로 구멍을 뚫어 주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쿠폰은 전차를 이용한 사람에게만 할인혜택이 있었고 전차이용 확인을 위해 차장이 직접 펀치로 표시를 해주고 있었다.)
아주머니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모이와산 정상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영어를 잘하시는 분이어서 몇마디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동경에서 살고 있는데 홋카이도 북쪽의 어느도시로 가는 중이란다. 계속 기차를 타고 가기 지루해서 삿포로에 잠깐 내렸는데 날씨도 좋아서 기분전환겸 모이와산에 가는 길이었단다.
로프웨이를 타고 산정상에 올랐다. 산정상의 전망대에서는 듣던대로 삿포로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고 멀리서 반짝이는 삿포로돔도 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주위 경치만 찍다가 그 아주머니도 혼자 왔기에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월드컵을 화제로 얘기하다가 독도,동해의 영어표기문제에 대해서도 몇마디 나눴다. 마침 주머니에 오백원짜리 동전이 있어서 기념품이라며 드렸다. 한국에 오시게 되면 자판기에서 음료수뽑을때 쓰시라고 했더니 아까워서 못쓸거 같다며 웃으신다. 그러면서 한국은 어디가 여행하기 좋으냐고 물으신다. 선뜻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당황했다. 사실 나도 관광지라고는 설악산,제주도,경주말고는 딱히 가본곳이 없는데...일단 제주도를 추천해드리기는 했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나라에 제주도 말고는 외국인들에게 추천할만한 곳이 없을까...
오늘 오후일정을 물어보니 시내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갈거라 하시며 이제 내려가야 겠다고 하신다. 나는 좀더 일광욕을 즐기다 내려가겠다고 먼저 가시라고 했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남은 여행 잘하라고 서로 격려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사요나라...
첫댓글 여행하고싶은 관광지는 제주도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