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반이 넘어 생신잔치를 앞두신 어르신을 찾아 뵈었습니다.
박시현 선생님께서 찾아 뵙기 전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직 저녁을 드시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선생님께서 학생 둘 데리고 갈 테니 같이 저녁 먹어도 되겠는지 여쭈었습니다.
그리해도 좋다고 해 주셨습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인사하고 어르신 댁으로 박시현 선생님, 동훈이 오빠와 함께 갔습니다.
열흘 뒤에 있을 어르신의 생신잔치를 저와 동훈이 오빠가 함께 준비해 보기로 하였거든요.
어르신 댁에 도착하니 부엌에서 막 그릇을 씻어 상에 놓으시던 중 이셨습니다.
저희가 오니 대문까지 나오셔서 맞아 주십니다.
준비해 놓으신 상을 들어 방안으로 옮겼습니다.
상에 올려진 수저는 네 벌이지만 밥 그릇이 두 개밖에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오랜만에 수저를 네 개나 꺼내셨다고 말을 건네니, 아무 말씀 없이 웃으십니다.
어르신께서 방에 들어오셔 찬장 안에서 사기 밥 그릇을 두 개 더 꺼내십니다.
뒤 쪽에 있던 그릇을 꺼내시는 것을 보니 밥 그릇도 오랜만에 네 개가 상에 놓이게 된 듯 합니다.
주섬주섬 냉장고에서 반찬을 세 가지를 꺼내 주셨습니다.
고추장에 맛있게 무친 멸치,
딱 맛있게 익은 김치,
직접 마당에 기르시는 가지와 고추 그리고 멸치를 넣어 끓이신 찌개.
모두 직접 어르신이 만드신 것입니다.
까만 강낭콩을 넣어 맛나게 지으신 밥을 그릇이 넘치도록 퍼 주셨습니다.
이 역시도 어르신이 지으신 밥이지요.
한 입 먹어보니 밥이 참 맛납니다. 반찬도 집어 먹어보니 이 역시 참 맛이 좋습니다.
밥을 먹고 상을 물린 뒤, 생신잔치에 관한 이야기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박시현 선생님께서 “생신상에는 어떤 음식을 올리면 좋을까요?” 여쭈니,
“돼지고기 사서 찌지면 되지.” 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김치 넣고 하면 된다 하십니다.
찰밥을 해야 되는데 날이 더워 팥 익히는 것이 힘들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이렇게 밥과 국이 정해 진 건가요? 괜스레 신이 납니다.
동훈이 오빠가 미역국 이야기를 꺼내니 처음에는 안먹는다 하십니다.
제가 옆에서 거들면서 쇠고기 넣고 끓일까요 하며 한 번 더 여쭈니 그러자 하십니다.
더 신이 나고 그렇습니다.
농활을 1년을 기다리는 동안 센터 카페에 올라오는 두 번의 생신잔치 글을 보았습니다.
글을 읽으며 저 자리에 꼭 있어야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한참 마음이 힘들 적,
첫 번째 생신잔치 기록을 보면서
저 좋은 자리에 내가 있을 수 있을까?, 있어볼 수 있을까? 하는 괜한 생각에 눈물 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글에서 보았던 상황과 오늘 어르신과의 만남이 많이도 닮아 있습니다.
어르신의 즐거운 생신잔치의 자리에 제가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좋구나 좋구나 했었던 생신잔치를 준비하는 과정에 제 발자국이 남겨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농활이 시작되었는가 봅니다.
첫댓글 생일 밥상.. 샛별이 글속에서 정말 맛있는 생일 밥상이 그려진다.^^ 맛있는 반찬 한상 가득 차리고 거기에 샛별이 마음까지 담으니 생일 밥상이 더욱 맛있어 지겠다.^^
진심으로 농활을 그리고 꿈꾸던 샛별, 생신잔치 잘 할거야.^^ 농활이 끝나고 난 후에도 어르신이 두고두고 '나를 귀하게 섬겨준 아가씨'로 기억하시겠다.
샛별씨와 동훈이가 어르신과 함께 준비하는 생신잔치 기대하겠습니다. 얼마나 정겨울까!
생신잔치, 가상 시나리오 나누는 것으로도 가슴이 아련했습니다. 뭉클했습니다. 잘 진행하고 있고 그 날을 기대합니다. / 첫 방문 때 선뜻 학생들에게 저녁 대접해 주신 어르신, 고맙습니다.
4명이 함께한 밥상이 오랜만이었겠지요. 할아버지는 찬장에서 그릇 하나를 꺼내셨습니다. / 누군가와 함께하는 밥상이 언제였던가? 그 밥 그릇은 언제부터 거기서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저 그릇에는 누구와 어떤 기억이 묻혀 있을까? 짐작케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런 저런 짐작에 함께 밥 먹겠다는 샛별이와 동훈이도 고맙습니다.
카페에 적힌 두 번의 생신잔치 풍경 글과 사진을 읽으며 울었다는 샛별이, 그 풍경 속에 함께 하고 싶었다는 샛별이. 가슴 벅찼던 기억을 나눴습니다. 그래서 생신잔치팀을 선택했다고. / 그렇게 풍경 속에 자신을 그려 넣었는데 이제는 그 풍경을 그리고 있다며 설레고 벅찬다 했지요. 고맙습니다. / 이번 생신잔치는 샛별이가 그린 풍경 속에 우리가 있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