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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종소녀 감자양과 알프스 소년 오이군의 한국 여행기
남이섬의 재발견, 단풍 위로 날아볼까?
서양인 답게 호리호리한 체형이 길쭉한 오이를 닮아 '오이'라는 애칭이 붙은 스위스인 오이군
그런 오이군 옆에 있으니 대조적(?)으로 동글동글한 얼굴 덕분에 '감자'라는 애칭이 붙은 한국인 감자양
'재미있는 놀이'를 발견해내는 재주가 특출난 유쾌발랄 채소커플의 남다른 단풍놀이 이야기!
채소커플, 남이섬으로 향하다!
가을이 무르익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단풍절정 소식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기껏해야 2~3주 머무르는 단풍을 놓칠까봐 그저 노심초사.
특히 오이군에게 한국의 멋진 가을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분주했다.
백양사, 내장산, 주왕산, 설악산 등등 단풍이 예쁘다고 소문난 수많은 명소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모두 당일치기로는 무리.
단풍철이 성수기인만큼 숙소 잡기도 만만치 않아 미리 부지런히 예약하지 않은 스스로를 책망하기에 이르렀을 때,
오이군이 주말에 일해야 하니 가까운 곳에 가자는 고마운 제안을 해주었다!
덕분에 간단히 해결. 오이군이 주말 내내 일해야 하는 대신, 주중에 하루를 비울 수 있게 되어 우리는 가까운 남이섬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남이섬 역시 인기만점 단풍명소지만 주중이니까 비교적 인파가 적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나도 남이섬은 12년만. 설레는 마음으로 기쁘게 ITX-청춘열차에 올랐다. 그런데… 분위기가 어째 심상치 않다. 기차 안이 사람으로 빽빽했던 것.
그리고 남이섬에 도착한 순간 내 눈에 보였던 것은'끝없는 관광버스의 행렬!
몰랐다. 평일에 이렇게 남이섬에 사람이 많으리라곤. 알고보니 죄다 외국인 관광객. 내가 모르는 사이 남이섬은 외국인에게 '한류 여행지'가 된 듯.
거기에 우리처럼 평일 나들이를 온 한국인들까지 더해, 엄청난 인파가 북적이는 것 아닌가~ !
을씨년스럽지 않고 화기애애하니, 나름 이것도 좋다며 오이군과 함께 위로했다. (^^;)
채소커플, 남이섬으로 날아가다!
우리는 눈으로 하는 관광보다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선 '액티비티 커플'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정도다.
그 이름이 아깝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단풍놀이조차 '액티브'하게 즐겨주기로 결심했다. 바로 '짚와이어'를 타고 남이섬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보통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전용 유람선을 타고 강을 가로지르는 것. 그러나 우리는 강 대신 하늘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짚와이어는 코스가 2가지. 자라섬 코스와 남이섬 코스가 있다. 우리는 짚와이어 코스가 좀 더 긴 남이섬 코스를 선택했다.
비용은 3만 8천원. (2013년 기준)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짚와이어 이용료와 남이섬 입장료 1만원, 돌아오는 선박료가 포함되어있다.
짚라인은 온라인이나 전화예약이 불가하고 현지에서 도착하는 대로 대기 시간표를 받으니 가자마자 번호표부터 받는 것이 좋다.
보통은 한 시간 이상 대기시간이 필요하다는데 다행히 주중이라 우리는 40분 정도였다.
드디어 출발 직전! 그런데 뜬금없이 안전요원이 내게 "50kg 넘으시죠?" 하고 묻는다. 여자에게 몸무게를 묻다니…! 하는 분노보다,
뻔히 보면 아는 것을 왜 묻는지 (^^;)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짚와이어는 최저 체중 제한이 있는 것 아닌가.
너무 가벼우면 다 내려가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는 일도 발생한다고… 그래서 남이섬 코스 짚와이어는 50kg 이상인 사람만 탑승 가능하다.
그말인 즉슨, 웬만한 여자 연예인들은 탑승이 불가하다는 소리. 감자양은 가뿐히 탑승 가능. 흠… 기분이 썩 좋진 않다.
순서가 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 80미터의 탑위로 올라가게 된다. 간단한 브리핑 후, 앞사람 가는 모습을 바라보니 심장이 두근두근.
그런 나의 긴장은 아는지 모르는지 안전요원이 '재밌게 타세요'라며 발랄한 인사를 건넨다. 동시에 순식간에 출발~!
# VIDEO. 짚와이어 위의 풍경, 영상도 찍었다!
쏜살같이 날아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속도가 느리다. 의자도 편안해서 익숙해지니 긴장은 온데 간데 없고 여유가 돌아왔다.
주변도 감상하고 사진도 찍어가며 가을 바람을 만끽~! 특히 남이섬에 가까워졌을 때, 상공에서 바라보는 단풍 숲의 아름다움이란…
그렇게 짚와이어를 타고 우리도 마치 낙엽이 된 듯, 푸른 북한강과 울긋불긋한 남이섬 위로 날아들어갔다.
순식간이었지만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둘도 없는 멋진 가을의 모습이었다.
Welcome to 남이공화국
남이섬의 또 다른 이름, 남이공화국
유람선을 타는 선착장은 Immigration 출입국사무소라고 쓰여 있고 매표소는 Visa발급처라고 쓰여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오이군은 외국인 등록증을 제출해야 하는 것인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
그렇게 도착한 남이나라는 마치 '가을'을 위해 존재하는 곳인 것처럼 온통 단풍나무 천지다. 새빨간 단풍 아래 화사한 국화가 생글생글 환영해준다.
▲ 감자양, '감자'바위와 감격의 상봉을 나누다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찰칵소리, 즐거워 하는 사람들의 웃음 소리. 웨딩촬영을 하는 중국 커플들도 매우 많았다.
절정에 이른 단풍과 화창한 햇살 덕에, 오늘 이곳에서 찍는 사진 하나는 모두 기가 막힐 듯 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부탁해서 한장 찍어주고 나니 우리도 찍어주겠다고 한다. 얼떨결에 단풍 아래 투샷을 남겼다. 뭔가 어색. (^^)
오이군 뭐하니?
이렇게 예쁜 곳에 오면 나는 그저 사진 찍기에 바빠 이성을 잃고 만다. 오이군을 방치해두고 사진 삼매경에 푹 빠져 있노라면,
예전만 해도 종종 불만을 토로하던 오이군이었으나 이제는 현명하게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어가고있다.
오늘 그가 찾은 놀거리는 바로 이것.
태극권?
그게 아니고, 바로 부메랑던지기.
누군가가 부메랑 비슷한 것을 버린 것인지 잃어 버린 것인지 잔디밭에 놓고 갔는데, 오이군이 그걸 주워들고 쿵푸 마스터 따라잡기에 나섰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렇게 분위기를 잡는다. 사진찍어 달라는건 줄 알고, 얼른 찍었는데 찍고 보니 표정이 심상치않다.
알고보니 갖고 놀던 부메랑이 나무 높이 걸려버렸기 때문.
단풍은 아름다웠지만 오이군의 혼자 놀기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
Hello, 동물 친구들
다시 단풍 사진에 심취해 있으니 갑자기 오이군이 취잇~ 하며 손짓을 한다.
저것은 야생동물을 포착했을 때 오이군이 보내는 신호.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발휘하며 숨죽여 다가갔다.
오이군이 가리킨 손가락 끝에 있던 주인공은 바로 청설모. 조심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우리만의 슈퍼스타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살랑살랑 복슬복슬 청설모의 꼬리는 어쩜 이리 매혹적인지! 파파라치로서의 임무를 다 하고 다시 길을 걷는데 오이군의 또 다른 취잇~소리.
오이군은 동물 탐지기라도 되는 것일까? 야생동물을 잘도 찾아낸다.
이번에 나타난 것은 다름아닌 토끼. 정말 '야생' 토끼라고 부르긴 애매하지만, 울타리 없이 방목 중이니 야생에 가까우리라.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풀을 뜯느라 정신이 없는 토끼.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쓰다듬어보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괜히 사람 손을 타게 하고 싶지 않아 그저 바라만 봤다. 참 사랑스럽기도 하지.
이번엔 조금 뜬금 없는 동물친구의 등장. 바로 타조였다. 길고 요염한 속눈썹을 깜박이며 사람들을 이리저리 쳐다보는 타조.
타조는 새중에서도 얼굴이 참 예쁜 것 같다. 커다란 눈망울에 긴 속눈썹, 야무지게 올라간 입꼬리가 전형적인 미인상이다. (수컷이면 미소년상)
남이섬의 동물로 호숫가의 오리도 빼놓을 수 없다. 호수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데 한 몫하고 있으니까.
남이섬의 중심에 이르니 여러 예술 작품들이 놓여있다. 그 중 단연 눈에 띈 것은 바로 이 동상.
사계절 중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 어딘가 가을과 닮아있었다.
가을에는 마음에도 양식이 가득 찬다. 독서의 계절인지라 섬 곳곳에 도서들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심지어는 공중화장실 안에까지 책이 놓여있다.
좋은 생각이기는한데, 누군가 들어갔다 책에 빠져 나오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문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릴 이들을 위해, 책은 상쾌한 가을 바람을 느끼며 밖에서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가을 남이섬엔 사람도 가득 차 있다. 사람 없는 풍경을 찍는 것은 포기한지 이미 오래.
그러나 즐거운 모습의 사람들이 카메라 안에 가득 차니 그것 또한 기분 좋은 사진이 되었다.
또 다른 가을의 낭만, 자전거
가을은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계절이다.
살짝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로 달리다보면, 살짝 체온이 올라 그렇게 쾌적할 수가 없다.
남이섬에서 꼭 자전거를 타겠다며 벼르고 있었기에, 입구에서부터 대여소를 찾았는데 섬 중심 즈음에 가서야 자전거 대여소가 등장했다.
2인용 자전거를 타면 답답함을 느끼는 나는 싱글 자전거를 고집했지만, 오늘따라 오이군이 '2인승'을 우긴다. 결국 오이군의 승리.
사이좋게 2인승을 타보니 오랜만에 이것도 나쁘지 않다. 오이군 어깨도 주물러주고 자유로운 손으로 마음껏 사진도 찍으니 낭만이 따로 없다.
섬 끝은 남이섬 두물머리라 불리는데, 탁 트인 북한강의 전경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그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쉬었다 가려고 벤치에 누웠는데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어버렸다.
그런데 옆을 지켜줘야 할 오이군이 풍경을 찍겠다며 멀찌감치 가버려, 나는 혼자 벤치에서 자는 여자가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이제 더이상 부러울 것이 없겠다 싶을만큼 실컷 단풍을 즐긴 우리는 섬을 빠져나오기 위한 배를 탔다.
섬 내부에는 펜션도 있으니 인파가 빠져나간 오붓한 밤을 즐기고 싶다면 남이섬에서의 1박도 좋을 것 같다.
INFORMATION
남이섬 대중교통으로 가는 법
- 용산, 청량리, 상봉역에서 ITX 청춘 열차를 타고, 가평역에서 하차 -> 버스 33-5번을 타고 남이섬역 하차
- 인사동, 잠실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는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 (http://www.namisum.com/)
남이섬 짚와이어
- 홈페이지 : http://zipwire.co.kr/
- 가격 : 3만 8천원 / 경기도민 3천원 할인
- 높이 : 80m
- 길이 : 남이섬 940m / 자라섬 710m
※ 기상 상태에따라 탑승 조건이 변경됩니다.
※ 사진 촬영은 목걸이 또는 손목걸이가 있어야 허락됩니다.
자전거 대여료
- 30분 : 1인용 3천원 / 2인용 6천원 / 가족용 1만원 / 전기자전거(트라이웨이) 1만원 / 4인용 자동차 1만원
- 1시간 : 1인용 5천원 / 2인용 1만원 / 전기자전거 1만 8천원
첫댓글 남이섬 구경 가서 카페에 차 한잔하려는데 카페의 해와달 가수가 있더군요.
예전에 해운대 같은 아파트 산 인연으로 차 잘마시고 노래브 잘 듣고 CD까지 선물로 받아 왔네요?
지금도 있을련지~~~
아... 그런 좋은 인연이 있으셨군요.
저는 사실 남이섬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다녀온 것 같으니 그게 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