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요즈음 이재명 대통령을 선생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김구 선생처럼 존경이 아니라 격하의 의미이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전적으로 이재명 선생의 탓이다.
그는 모든 것을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핵심 지지층은 이익보다는 가치에 중심을 두는 형이 대부분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정치는 막판에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아왔다. 아쉽지만 다음에 어떤 잇슈로 문제가 붉어졌을 때 이 선생을 위해서 거리로 나와 줄 사람이 대폭 줄 것 같다. 마음이 슬슬 떠났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1971년도에 나는 잠시 공화당 국회의원 개인 비서를 했었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선거에는 유세가 상당히 영향력이 있었다. 23살이었던 내가 발탁된 것에는 선거철을 맞이해서 아가리 부대(웅변계 출신이 스스로 부르는 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원래 내 정치성향과는 맞지 않는 일이었지만 목구멍이 검찰청이라서 별 수가 없어서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일을 했지만 여당에 속해 있었던 탓에 권력의 구조와 속성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한 번은 의원이 사무실에 들어오더니 화를 내면서 야당 의원이었던 정대철의 아버지 정일형 박사 욕을 했다. 미국 유학파이었던 정일형 의원이 외신 기자를 만나서 ‘박 대통령은 독재자’라고 비난 했다는 것이다. 야당 의원이 박정희를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서울대 정치학과씩이나 졸업했던 의원이 나라 망신을 시킨다고 화를 내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지만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자기 객관화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지만 특히 권력을 가진 입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재명도 지금은 자신이 권좌에 있으니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권력이란 이성을 마비 시키는 것이다. 권력의 옷을 입으면 안되는 것도 될 것 같이 보이고 될 것도 안될 것 같이 보이는 수가 있는 것이다.
큰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 의지보다 신념과 철학이다. 이재명에게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인 것이다.
이재명은 민주당의 기존 주류와 출신부터가 다르다.
학생운동 출신도 아니고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도 아니고 친노나 친문이라는 정치공동체 안에서 성장하지도 않았고 민주당 중앙의 엘리트 코스를 밟지도 않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낯선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재명에게는 다른 정치적 자산이 있었다. 효능감이다. 이재명의 정치언어는 전통적인 운동권 정치의 언어와 많이 다르다. 무엇이 역사적으로 옳은가를 먼저 묻기보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념적으로 완벽한 답보다 실제로 현실에서 작동하는 답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이재명에 대한 불안의 근거는 바로 그것이다. 형이하학적인 세계에서도 형이상학적인 것을 모르면 안 풀리는 것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브라질의 룰라처럼 정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기도 하는 것이다.
Echo Chamber는 권력을 가진 편이 가장 빠지기 함정이다. 그래서 지금 분열주의, 반란군, 강경세력, 무책임한 극단주의 등 윤석열에게서 들어보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10년 전 시드니에 있을 때 성남시로 부터 소녀상을 기증 받아 이재명을 초청했었다. 시드니 대학에서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했는데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석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서 먼 길을 갔다.
강연 도중에 역사의 방관자가 되어서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방관자 효과’를 설명하면서 키티 제노비스 사건(Murder of Kitty Genovese)-1964년 3월 13일 뉴욕 주 퀸스에서 캐서린(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에게 강간살해 당한 사건-을 들었다.
그런데 그 사건은 애초부터 사실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선정적인 언론에 의해서 전혀 사실과 다르게 각색이 되었다는 것이 방관자로 손가락질 받던 38명에 의해서 법원판결이 밝혀진 바가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이 본질은 '방관자 효과'가 아니라 '언론의 무책임한 선정성'을 보여주는 예가 된 것이었다. 정보가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것이다. 어디에가나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할 책임 있는 정치인의 실수가 염려되어 메모를 해서 수행원에게 전달해 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