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아저수지와 수목원
내가 태어난 고향 산천은
전국 8대 오지의 하나로 70년대 초 화전경작이 중단된 후,
지형적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관계로 인위적인 훼손 없이
여러 종의 식물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나이라가라 폭포라 불리는 대아저수지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저수지답지 않게
자연스럽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우아하고 부드러운 산세의
동성산에 에워싸인 잔잔하고 푸르른 호수의 물은
남쪽의 동상저수지와 이어져있다
대아저수지를 감돌아 동상저수지에 이르는 호반도로는 말끔하게 포장되어
드라이브코스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길게 이어지는 대아저수지를 지나면 동상곶감마을이 시작된다.
마을 주위로 운장산과 왕사봉, 운암산 등 높고 낮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어
아름다운 경관이 돋보인다.
전망대에 들러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저수지전경을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임을 느낄 수 있다.
주차를 하고 대아수목원 입구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다양한 수목과 초화류를 식재한 표본수원이 있고
조금 더 직진해서 들어가면 여러 가지 식물원이 조성되어 있다.
6월부터 장관을 이루는 장미원, 봄에는 목련이,
가을에는 서흥, 한라구절초가 소담스럽게 피는 목련원,
열대과수, 선인장, 관엽식물원, 진귀식물원, 수생식물원,
식충식물원 등을 갖춘 열대식물원(온실)이 있고
무궁화 2,000여주를 심어놓은 무궁화원이 있다.
또한 인공연못에 왕버들, 연꽃, 꽃창포 등의 식물을 단장한 수생식물원이 있으며
소나무, 금송, 반송, 목련, 층층, 구골나무 등을 조성해 놓은 관상수원이 있다.
120여점의 분재와 18점의 조각이 조화를 이룬 테마식물원과 철쭉,
조팝나무, 벚나무 산수유, 생강나무,
금낭화 등이 개화하는 4-5월에는 화려한 꽃동산으로 수목원의 절정을 이룬다.
특히 수목원근처의 숲에는 너도바람꽃을 비롯 꿩의바람꽃,
숲속의 발레리나라고 불리는 얼레지, 큰괭이밥, 큰구슬붕이,
족두리풀, 천남성, 산자고, 현호색 등의 야생화가 계절 따라 피고
특히 해마다 4월 말부터 6월 초 사이에 피고 지는
일만평되는 금낭화 군락지는 전국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산간지형에 자리 잡은 터라 마을에 들판 하나 없지만,
산속에서 무한한 자원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고종시 동상곶감은 마을 주변 산 어느곳에서나 풍성하게 열려 있고,
신비의 물로 각광받는 고로쇠 약수도 얻을 수 있다.
동상은 지대가 높고 일교차가 커서
토질과 큰일교차의 영향으로 곶감에 씨가 없어 먹기가 좋다.
내 어릴적 우리집 뜰에는 여러그루의 감나무에서 대봉과 두리감이 열렸고
커다란 살구나무, 앵두나무, 뽕나무가 있어 갖가지 열매를 따먹고
매년 무궁화꽃과 붉은 카나리아꽃이 예쁘게 피었다.
물맑고 산세가 아름다워
여름철이면 학교와 교회등 단체 피서객들로
여름내내 북적거렸다.
여름철이면 외가나 친가의 친척들이 많이 찾아왔다.
학교에 다니던 이모와 외삼촌이 찾아와
밤이면 자갈밭 평상에서 하모니카를 멋지게 불어주었다.
큰집이 한동네에 있었는데
여름휴가온 사촌언니의 어린조카들은
외가보다 우리집을 더 좋아하여 우리와 함께 먹고 자고
아버지따라서 물고기를 잡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그시절
우리의 놀이터는 산과 들, 냇가, 그리고 학교운동장이었다.
봄이되면 산벗꽃과 산복숭아꽃이 피어
마을을 빙둘러싸인 산은
온통 꽃으로 환해졌다.
들에서 냉이, 달래, 돌나물, 쑥을 캐고
산에 가서 고사리와 취, 두릅을 채취하고
진달래와 복분자도 따고
여름철이면 냇가에서 다슬기, 가제. 새우 잡고
남자들은 피라미, 은어, 붕어, 미꾸라지,
장어와 메기를 잡고 간혹 잉어와자라를 잡기도 했다.
장마가 오면 학교 뒷산의 바위에는
수많은 자연폭포가 생기어 장관을 이루고
산에서 쏟아져 나온 많은 물이
냇가를 맑끔히 청소를 해주어
깊은물속 자갈과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까지
환하게 들여다 보였다
친구들과 미역을 감으며 무더위를 잊었다.
지천에 떨어진 감을 가지고 친구들과
누가 먼저 찾는가 놀이를 하고
물속에서 너무 오래 있어 몸이 추워지면 자갈밭으로 나와
햇빛을 쪼이며 몸을 따뜻하게 한다음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종일 놀았다.
감자를 쪄서 점심대용으로 먹었다.
가을이되면 감깍는 일에 분주하다.
초등학생들도 농번기방학을 하고
전 가족이 곶감만들기에 매달린다.
손과 옷에 감물이 까맣게 들어도
홍시 실컷먹고, 으름도 먹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들을 수 있는
감을깍는 가을이 즐거웠다.
겨울철에는 꽁꽁언 냇가에서 썰매를 타고
얼음으로 뒤덮힌 언덕에서 미끄럼도 타고
친구들과 한집에 모여 옛날 이야기하고
민화투 치고, 줄넘기, 팔방놀이하고
오빠들 따라서 연을 만들어 날리고, 자치기를 하고,
닦나무 껍질로 팽이채를 만들어 팽이돌리기도 하였다.
장독의 단지에 넣어놓은 고염과
지붕위에 짚으로 덮어 겨울철까지 보관해놓은 대봉
하얗게 분이난 곶감과 감껍질을 먹고
점심은 고구마를 쪄서 동치미와함께 먹었다.
남자들은 산에서 멧돼지, 산토끼, 참새, 꿩을 잡았다.
설에는 설빔을 입는 재미로 설레였고
대보름에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오곡밥을 얻어와서 먹으며 널뛰기를 하였고
단오에는 큰 정자나무에 매달아 놓은 그네뛰기를 했으며
칠석에는 친구들과 냇가나 계곡에가서 음식을 해먹었다.
추석에는 땡감을 소금물에 우리고
절구에 쌀을 찧어 떡을 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색종이로 꽃을 만들어 교회를 장식하고
연극연습을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행사를 마친후
친구들과 교회에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새벽송을 다녔다.
산천초등학교에는 한학년에 한반이다.
선생님이 우리 학교로 발령이나면
사모님이 함께 오셔서 관사에서 살림을 하셨다.
그렇지 못할경우에는 마을에 식당이 없으므로
민가에 식사를 정해놓고 드셨다.
선생님이 부족하여 초등학교 이학년이 되었을때
교감선생님이 나의 담임선생님이셨고
삼학년이 되었을때에는
교장선생님이 나의 담임선생님이셨다.
박영철교장선생님은 내가 5학년이 될때까지
장기간 근무하셨는데
학부형들로부터 매우 존경받았다.
남학생들은 언제나 학교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놀았다.
학교에는 우물도 있었고 빙둘러 오래된 벗나무가 많았다.
환하게 핀 벗꽃은 이쁘기도 하거니와
버찌가 까맣게 익으면 나무에올라가 따먹어서
학생들의 입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방과후에도 친구들과 학교로 가서
선생님들과 놀곤했다.
백선생님은 우리 담임은 아니었는데
다정다감한 선생님이셨다.
중학교 음악책에 나오는 가곡을 가르쳐줬는데
그 노래가 가슴에 와 닿았다.
지금도 난 그때 배웠던 바위고개, 보리밭, 성불사의 밤을 좋아한다.
5학년 담임선생님의 사모님한테서 뜨게질을 열심히 배우고
아기와 자주 놀아주었는데
귀여운 아기가 있었는것이 부러웠다.
초등 5학년 이학기가 되면서 새로 부임한
김영근 총각선생님이 담임을 맡았다.
운동을 좋아하시는 담임선생님은 두메산골학교에
남학생을 위주로 핸드볼팀을 창단하여 대회에 출전했다.
남학생팀이 좋지않은 성적을 거두자 팀을 헤체하고
6학년이 되던해 드센여학생으로 팀을 구성해 핸드볼을 지도했다.
방과후 시작되는 드리볼과 슈팅연습에
집으로 돌아올때는 발걸음 떼기가 힘들었다.
학교 행사가 있으면 남녀대결 핸드볼대회를 했는데
실력이 날로 상승했다.
국회의원배장탈 핸드볼대회를 앞두고
강준영 선생님은 대회에서
"우리학교 핸드볼 대표팀이우승하면
내가 벌거벚고 춤을춘다"고 놀렸다.
그러나 국회위원 유기정배쟁탈에서
첩첩두메산골에 있는 우리학교 핸드볼대표팀은
준우승을 거두었다.
시골의 작은학교에서는 큰 경사가 났다.
기분좋으신 교감선생님은 경기를 마친후
핸드볼선수들중 절반을 전주선생님댁으로 데리고 가서
재우고, 먹이고, 선물을 주었다.
나머지 선수는 교장선생님댁으로 가서 자고
다음날 전주시내구경을 시켜주셨다.
두메산골 산천초등학교가 일약 핸드볼 잘하는 학교로 되었다.
그때 받은 메달을 친정에서는 소중한듯 곱게 보관했다
결혼할때 나에게 주었다.
TV에서 핸드볼하는 장면을 보면
어린시절의 박진감 넘치는 핸드볼장면이 떠오른다.
아쉽게도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그친구들과
핸드볼 경기를 해본적이 전혀 없다.
중학교에 가려면 집을 떠나 하숙을 해야 했으므로
가난한 시골학교에서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드물었다.
중학생이 되어 구기대회가 있을때에는
핸드볼선수인 내세상이 되었다.
운동신경이 발달되어 운동장을 누비며 날아다녔다.
상대팀선수는 날세게 드리볼하는 내가 무서워
방어를 하지 못하고 피하였다.
시간이 많이 흐른 요즘에도 친구들을 만나면
얼굴이 유난히 하얗고
핸드볼 잘하는 예쁜친구였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첫댓글 핸드볼 잘 허는 예쁜친구가 살았던 고향마을의 풍경과 그곳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옛날 우리들의 추억들과 오버랲되면서 풋풋한 향수를 불러옵니다~
어린시절 물장구치고 놀던 고향은 언제라도 우리를 반겨주지요.
장편소설이네요 초등학교시절로 돌아가고 싶네여 은빛여울님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네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백두대간 산행후 피곤하실텐데 댓글 달아주는 새심한 관심 감사드려요. 올림픽 핸드볼경기를 보며 어린시절을 잠시 추억해 보았답니다.
은빛여울님께선 아름다운 어린소녀 시절을 보냈네요^^* 그래서 감성이 맑으시군요*.* 근데 마지막글~얼굴이 하얗고,운동 잘하고, 예쁜친구라 불리우면~강백산 총각님들 마음 더 설레이면 어떡 하실려구요...!!
나무꾼님의 글 감사드려요. 강백산에는 유난히 총각님들이 많이 계시네요. 덕분에 많은 사랑받게 됨을 감사하구요. 제가 보태서 말하는것은 아니고 사실대로 말씀드리는것인데 서울에사는 친구도, 미국에 사는 친구도 저에대한 기억을 똑같이 말해서 사실 저도 놀랐어요. 얼굴이 하얗고...라고~~~~
갑자기 전공과목이 궁금하네요 유년시절 아름다운 꿈을 예쁘게 역어내신 은빛여울님 댓글
기도 조심스러운 아련한 추억속에 그림 같은글 감사합니다
긴글 읽어주심 감사드려요. 교육학을 전공했어요. 공부하길 좋아하여 영어영문학 편입하여 공부하다 아예 미국으로 와서 어학연수중이구요.
좋은곳에서 살으셨네요 소녀적꿈과 지금은 어떤지요...........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산행 잘 다녀오셨는지요? 운좋게도 산좋고 물맑은 곳에서 자랐지요. 카페지기님, 신입의글 읽어주심 감사드려요.
너무 아름다운 곳에서 .......단편소설 같은 유년 시절의 좋은글.......잘 감상 하고 갑니다 .....!!!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고향이라서 눈내리는 날이면 저절로 시를 흥얼거리곤 했지요. 글 읽고 댓글주심을 감사드려요.
내가 자란 고향 같은데요.ㅎㅎㅎ.어릴적 워낙 개구장이라서 똘마니 대여섯 거느리고 정월 대보름이믄 찰밥 얻으로 다녔든 생각이 나네요..
옥돌님의 고향과 정서가 같네요. 방가...
멋지고 좋은 친구를 알게되서 정말 기쁘고 좋네...이제 개강인데 건강 조심하구 공부 열심히 하세요.....
새로운 선생님과 새친구를 만났어. 열공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