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과 함께한 선원전의 역사
덕수궁 선원전 영역은 현재 덕수궁 궁역의 북서쪽 외곽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야트막한 구릉의 북쪽사면으로, 선원전이 들어서기 이전에는 조선시대 5군영 중 하나인 수어청(守禦廳)이 자리하고 있었다. 덕수궁 선원전은 1897년 아관파천(俄館播遷)했던 고종이 환어(還御)하면서 덕수궁 포덕문 부근에 지어졌으나 1900년 10월 13~14일 화재로 소실되면서 영성문(현 덕수초등학교 앞 회전교차로 부근)내의 발굴조사 지역에 1901년 새로 지어진다. 이후 1920년 창덕궁으로 이건되었다.
선원전 영역은 크게 선원전과 흥덕전(興德殿)②, 흥복전(興福殿)③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흥덕전과 흥복전은 2013~2015년에 발굴조사가 진행되었다. 이번에 진행한 선원전 영역 발굴조사는 선원전과 부속건물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선원전은 역대 왕들(태조, 숙종, 영조, 정조, 순조, 익종, 헌종)의 어진(御眞)④을 모시던 신성한 공간으로 왕실의 길례(吉禮)나 흉례(凶禮)의 제례의식을 행하던 공간이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덕수궁 모습 되찾기에 주력
선원전은 어진을 모시던 7실의 감실과 좌우측 협실이 설치된 정면 9칸, 측면 4칸의 구조였으며, 전각앞에 월대(月臺)⑤가 설치되어 있었다. 발굴조사결과 태조와 헌종의 어진을 모신 1실과 7실은 미국대사관저 건물이 지어지면서 유실되었고, 2~6실이 잔 존함을 확인하였다. 이외에도 월대 전면에 설치되었던 3개의 계단, 동쪽 측면에 설치되었던 측면 계단의 기초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선원전 앞마당에 설치된 21칸 행각의 기둥자리와 벽체 하부시설도 조사되어 전체적인 선원전의 건물배치를 규명하였다. 선원전이 지어지기 이전에 흥덕전이 이곳에 있었으나 선원전 중건을 위해 흥덕전을 북쪽으로 옮기고 선원전을 지었는데, 기존에 있었던 흥덕전의 건물 기초도 함께 조사되었다.
선원전의 부속건물 중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전각은 숙경재(왕이 제례를 지내기 전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는 곳), 어재실(왕이 제례를 준비하면서 머무르는 곳), 좌중배설청(제례에 필요한 물품을 보관하고 준비하는 곳), 내외소주방(생물방에서 조리한 음식을 가져와 상차림을 준비하고 식은 음식을 데우는 곳)이 있다. 각 건물들 역시 훼철과정에서 대부분 유실되어 기둥과 기단의 기초시설만 남아 있다. 반면 내외소주방에서는 아궁이와 온돌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건물 이외의 시설로는 선원전 앞마당에 자리하였던 우물, 선원전 뒤쪽의 화계(花階)⑥ 등도 조사되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서는 덕수궁 선원전 영역의 정비복원계획을 수립하였으며, 향후 2039년까지 선원전을 비롯하여 흥덕전, 흥복전을 복원하여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덕수궁의 모습을 되찾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①훼철(毁撤): 부수어서 걷어치우다
②흥덕전(興德殿): 어진의 보관과 모사, 국상 때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모시던 빈전(殯殿)으로 사용하던 전각
③흥복전(興福殿): 국장 뒤 삼 년 동안 신위를 모시던 혼전(魂殿)으로 사용된 전각
④어진(御眞): 임금의 화상이나 사진
⑤월대(月臺): 중요 건물 앞에 설치된 넓은 기단
⑥화계(花階): 화초를 심기 위해 돌을 높게 쌓아 만든 화단
글, 사진. 현대환(누리고고학연구소)
[문화재청, 문화재사랑. 2023-01월 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