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꽃
김광한
꽃은 보기에 아름답지만 며칠 못가서 시들어 버립니다.우리들의 눈을 현란하게 장식해준꽃들백합화, 장미,달리아,모란 꽃 등 형형색색의 꽃들도며칠 지나면 빛깔을 잃어서 흉물이 되어버립니다.그래서 화무십일홍이란 말도 생겨났습니다.시든 꽃은 이내 보기 흉해져서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게 마련입니다.사람은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좋아하지만그 꽃이 시들지 않아도 오래동안 보면 곧 싫증이 나게 됩니다.지지 않고 오래동안 피어 있는꽃은 그래서 인기가 없습니다.
조화(造花)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듯이 생화가 오래동안 피어있는 것을 원하는 사람도 없습니다우리들의 인생도 그렇습니다.우리에게 아름답고 보람을 갖게 해준 사람은 꽃이나 다름없습니다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 오래 머물러 있지를 않습니다.내가 젊어서 그리워했던 사람들,친구들,스승들이 모든 사람들은 내곁에서 떠났지만 그들의 마음은 꽃이 되어서 남아있습니다.사랑했던 여인들의 아름다운 얼굴,그 눈매,만지면 톡튀어나올듯한 하얀피부,그러나 지금도 그대로일까요?
이마엔 주름살,정기잃은 눈동자,꾹누르면 바람빠진 공처럼 튀어나올줄 모르는 피부,꽃이 시들듯이 그분들의 몸과 마음도 시들어서 지금은 시든 꽃이 되어있습니다.사람들은 이렇게 꽃과 같은 사람을 만나기 원하지만 남에게 꽃이 되어주지를 않으려합니다.그것은 남보다 내가 더 낫고 욕심이 많고 화려하게 살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우리가 만난 지난날들의 꽃과같은 사람들은 우리로부터 떠나고 떠난 사람들은 곧 잊게 되고 우리들은 새로운 꽃을 찾아서 두리번 거립니다.
내가 남에게 꽃이 돼준다는 것은 남의 인생에 내 몫이 그만큼커진다는 것입니다.잠시만이라도 내가 남들에게 꽃이 돼줄 수 있는 사람은여유 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꽃을 찾아서 평생을 헤맨 사람은 남는 것이 없지만 내가 남의 꽃이 돼준 사람은 수지맞는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남의 가슴에 꽃을 꽂아주는 삶,비록 꽃은 시들어 잊혀지지만 우리가 본 그 꽃은 영원히 다른 분들의 가슴에 살아있는 꽃으로꽂혀있을 것입니다.
나는 과연 이웃들에게 몇번의 꽃이 되었는지 한번쯤 헤아려볼 세월입니다.꽃이 되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꽃이 되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고 꽃이 되는 마음으로 문학을 하고꽃이 되는 마음으로 살아갑시다.꽃이 됩시다.시드는 꽃이 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