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NATO)는 29일 열린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은 열려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 대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에너지 기반 시설 복구에 힘을 쏟기로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23~2025년 금융 시장 개발 규칙' 초안에서 서방의 제재 조치로 동결된 자산을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헤르손시 부시장을 러시아에 협조한 혐의로 체포했다. 러시아 비료를 실은 첫 번째 선박이 네덜란드 항구를 떠나 아프리카로 향했다.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나토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방공미사일을 배치하면, 러시아군의 합법적 타격 목표가 된다/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 발굴해 전하는 '우크라 이슈-29일'자다/편집자
◇ 대(對)러시아 강경기조 확인한 나토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의 문은 열려있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기존의 방침이 재확인됐다고 미 블룸버그 통신이 29일 전했다. 그러나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가입 희망국인) 그루지야(조지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함께 이 회의에 초청됐다.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캡처
첫날 회의 기조는 러시아에 대한 강경 흐름으로 확인됐다. 당국에 의해 외국 에이전트(대리인)으로 지정된 러시아 매체 로스발트.ru는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과 캐나다, 튀르키예(터키) 외무장관들은 평화를 입에 올리면서도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강화해야 평화(혹은 평화협상)를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우크라이나로 이전된 무기들을 소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슬로바키아가 30대의 장갑차 BMP-1을 키예프에 넘겼고, 미국의 '하이마스'(HIMARS)와 유사한 프랑스의 다연장 로켓 시스템(MLRS) 'LRU M270'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또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유럽 주둔 나토군 사령관(미 전 해군제독)은 블룸버그 통신 기고문에서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초기에 거론된 폴란드 보유 미그(MiG)-29와 미국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이 다시 검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한 잡지(스펙테이터)에 따르면 이 방안은 미국과 중국의 비밀 협상에 의해 폐기됐다고 한다. 중국이 핵준비 태세에 들어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조건으로 미국이 미그-29 전투기등의 우크라이나 이전에 반대했다는 게 핵심이다.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 위해 수송기에 실리는 영국 무기들/사진출처:영국 국방부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은 "스톨텐베르크 나토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이전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사실상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가 전투기 이전보다 더 주목한 것은 다양한 서방 방공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이전이다.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이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과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 방공 시스템을 대부분 받을 것"이라고 썼기 때문이다. 이를 공식 확인한 곳은 없지만, 스톨텐베르크 총장이 이날 회의에서 패트리어트 시스템의 공급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확인한 걸 고무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소식 텔레그램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놓고, 독일과 폴란드가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폴란드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 배치할 경우, 자국 영공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독일은 우크라이나 이전 자체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나토의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 설치될 경우, 합법적인 타격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우리에게는 IRIS, 호크스, 패트리어트와 같은 방공 시스템과 변압기가 가장 필요한 것들"이라며 "변압기와 발전기가 있으면 에너지 시설을 복원할 수 있고, 방공망으로는 러시아의 다음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 복구 방언을 논의하고, 변압기와 발전기, 의료품 등 비살상 분야 지원에 합의했다.
자포로제 원전 내부 상황실 모습/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자포로제(자포로자) 원전 직원들 가운데 러시아 측과의 새로운 고용 계약 체결을 거부한 우크라 직원들이 출근을 저지당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자포로제 원전은 우크라이나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드네프로강 동쪽의 에네르호다르에 있다.
- 러시아 비료를 실은 첫 선박이 네덜란드 항구를 떠나 아프리카로 향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이 밝혔다. 비료 2만 톤(t)을 실은 화물선 'MV 그리니치'호는 모잠비크를 거쳐 말라위로 향할 예정이다. 이 선박은 러시아가 아프라카에 기부하는 비료를 싣고 떠난 첫번째 배다.
- 러시아 재정분야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알렉세이 쿠드린 회계감사원장(전 재무장관)이 민간 프로젝트 개발에 종사하고 싶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공공 부문에서 25년을 보냈다"며 "이제는 일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민간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텔레그램 캡처
- 러시아 중앙은행의 '2023~2025년 금융 시장 개발 규칙'초안에 따르면 서방 제재로 인해 동결된 자산을 다시 매입하지 않고,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우호국가에게는 외화 송금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헤르손시 부시장을 러시아에 협력한 혐의로 체포했다. 그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진을 보면 블라디미르 페펠이라고 한다.
- 러시아 산업통상부가 인도에 항공기와 헬리콥터, 기차, 자동차 등의 부품 제공을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러시아의 일부 회사는 이미 인도 업체로부터 예비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러시아는 서방의 일부 제재를 우회할 수 있고, 인도는 교역규모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사 등 일부 산업은 서방의 대러 제재 조치로 각종 부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외신은 러시아 항공회사가 필요한 부품 확보을 위해 멀쩡한 항공기를 뜯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미-러 신 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의 양자협의위원회가 회의 하루 전날 연기된 데 대해 "연기 결정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내려졌다"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우크라이나 주변 상황도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 회의는 지난 29일부터 12월 6일까지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돌연 무산됐다. 주러 미국 대사관은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회담을 연기했다"고 주장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고 강조하면서 "다른 우선 순위 의제가 있었지만,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사찰 재개만 논의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