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라는 단어는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책임감이 따른다. 특히 유구한 역사를 지닌 분야일수록 그 단어가 지니는 무게는 늘어난다. 모름지기 ‘최고’란, 문자 그대로 적수가 없는 그 분야의 가장 높은 위상을 지닌 대상을 가리키는데, 스포츠 역시 각자의 분야에서 마찬가지로 다양한 선구자들의 피와 땀이 어린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발전해나가고 있으며, 그 많은 선구자들 중 최고를 가린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고 또한 그 평가의 기준 역시 다양하고 모호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평가분야가 팔씨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는데, 농구에 ‘황제’ 마이클 조던이 있듯이, 각 분야에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이 간혹 있곤 하다. 팔씨름 역시 마찬가지이며 최고라 불리는 왕좌를 존 블젱크가 꿰차고 있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존은 1964년 일리노이 주에서 태어났으며, 이른 나이에 부모님의 분가를 겪었다. 식당에서 종업원 일을 하던 어머니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존과 빌, 두 형제를 아버지에게 보내게 되는데, 당시 현역 팔씨름 선수로 이름을 날리던 아버지는 두 형제에게 팔씨름을 가르쳐주게 된다. 선천적으로 두꺼운 팔뚝을 자랑하던 존은 아버지가 쓰던 운동기구들을 가지고 노는걸 최고의 취미생활로 여겼으며 13세의 어린 나이에 팔씨름을 시작하고 팔씨름을 배운지 1년만에 자신의 학교에서 모든 상급학생들을 꺾어버린다. 그리고 더 이상 이길 상대가 없게 되자, 존은 얼마 안가 자신의 아버지까지 이겨버리는 괴력을 보여주는데, 이때 존은 팔씨름 선수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의 나이 16세때의 일이다.
존이 18세가 되던 해에, 그는 본격적으로 프로선수의 행보를 걷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존은 ABC가 주최하는 1983년 WWS(Wide World of Sports)라는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게 되는데, 그 대회에서 존은 90kg도 안되는 체중으로 200kg이 넘는 참가자를 순식간에 꺾는 진기명기를 보여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이 대회에서의 우승이 존이 거머쥔 최초의 월드 타이틀이다. 이후 존은 당시 최고의 암레슬러였던 조니 워커를 상대로 승리하여 세계 팔씨름계의 세대교체를 만천하에 알리게 되며 20년이 넘도록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게 된다. 20여 년간 존은 90kg에서 102kg까지 체중을 높여가며 자신보다 더 거대한 슈퍼헤비급의 강자들까지 꺾는 등 통합 월드챔피언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데, 2000년대 이후 알렉세이 보에보다와 데본 라렛 등 신흥강자들의 등장과 본인의 노쇠화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존은 94년까지 4번의 월드 헤비급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95년에는 미들급까지 체중을 낮춰 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하는 등 다양한 체급에서의 활약을 보여준다. 사실상 존은 체급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으며 다양한 무제한 체급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하였다. 또한 존은 팔씨름 훈련에 있어서 철저한 실전 연습파였으며, 암레슬링계의 인텔리 엔진 터지가 인정할 정도로 가장 다양한 팔씨름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존은 일반적으로 실전훈련 외에 원암 풀업을 최고의 훈련법으로 꼽는다.
존이 인정하는 자신의 롤모델은 조니 워커(77-84년까지 월드 미들급 챔피언이었으며 85년에 존에게 패배한다)라고 하며 항상 그처럼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트래쉬 토크(경기 중 상대방을 도발하기 위해 던지는 욕설)를 극도로 싫어하며 오직 실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그의 마인드는 조니 워커에서 비롯되었다고 본인 스스로 말하며 실제로 상대방의 도발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시작과 동시에 상대방을 꺾어버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굉장히 흡사하다. 존이 조니 워커를 꺾을 때, 존에겐 ‘Golden Boy’라는 별명이 붙여지나, 헤비급으로 월장을 하면서 자신보다 더 거대한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Perfect Storm’(바다에서 두 폭풍이 합쳐져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말하며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최악의 재앙으로 불리운다. 존의 상대방에겐 최악의 재앙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사용되었다.)이란 별명을 새로 지어주게 된다.
존을 상대하는 선수들의 눈에선 두려움과 자신감의 상실이 보인다고 존 자신은 말한다. 그렇기에 존은 가장 상대하기 힘든 상대로 ‘자신이 이길거라 굳게 믿고 있는 선수’를 꼽았으며, 실제로 그렇기에 데본 라렛과의 08년도 슈퍼매치에서 6-0이라는 스코어로 패배했다고 본인은 말한다. 존이 말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은 결국 그가 역사상 최고의 암레슬러로 우뚝 설 수 있게 해준 최고의 원동력이었던 것이며, ‘테이블 앞에 선 순간, 난 내 자신만을 믿는다’라고 말하는 이 남자는 한국 나이로 51살임에도 불구하고 그 철학을 관철시켜 나가며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이 위대한 남자의 위대한 행보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자신보다 뛰어난 상대를 만났을 때 비로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강력한 암레슬러는 하루 아침에 태어나지 않는다.’
-John Brzenk
첫댓글 읽기 전에 고맙다는 댓글부터 남긴다.
읽으시고 실망하시면 어쩔까 고민되네요 ㅎㅎ;;글재주가 워낙 미천해서...
이 글을 읽으니 "스스로 이길거라 굳게 믿을 정도"로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원혁아 매번 좋은 글 고맙다^^
아닙니다 항상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형님께 더욱더 감사드립니다 ㅎㅎ
존이 대해 미처 몰랐던 부분들도 알게 됐어요ㅎㅎ 장원혁님 덕분에 늘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좀더 나은 글솜씨로 읽기 편하게끔 해드려야하는데 칭찬 너무 감사드립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매번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존을 말하고자하면 커리어가 워낙많아 어렵지만.. 적당히 잘 정리된것 같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이건 새발의 피라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나중에 더 지식이 쌓인다면 그때 가서 더 길게 써봐야겠습니다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참 대단한 사람이야...이런 사람이 내한했을때 못갔다니....
너무 재미있게 잘 보았어~~ 고마우이~~
부족한 글솜씨에도 불구하고 칭찬 감사드립니다 형님!!^^
오 글솜씨가 대단하시네요!!!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스럽고 또 감사드립니다 ㅎㅎ더 나은 글솜씨로 써야하는데 ㅠ
직접 쓴건가요? 잡지에 실려도 될 거 같네요...잘봤습니다...ㅎ
많이 부족함에도 칭찬 너무 감사드립니다 필력을 좀더 키워서 읽기 편하게 해드려야 할텐데요 ㅎㅎ...
ㅎㅎ 다른 선수도 계속 부탁해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욕만큼 능력이 따라주질 못하지만 자주 올리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