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3년 11월 10일 목요일
'린'이는 욕심이 많은 아이다. 처음 센터에 왔을 때 연지센터는 글쓰기 전성기였다. 쟁쟁한 아이들 사이에서 자신도 글을 잘써서 칭찬받고 싶어했다. 그래서 항상 엄청난 양의 글을 썼다. 물론 사족도 엄청 많고 거의 책을 필사 수준으로 써서 다른 아이들에게 지적도 많이 당했다. 그럼에도 많이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린'이 이제 퇴소한다. 연지센터의 전통으로 퇴소하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상당히 솔직하게 편지를 썼다. '린'과 싸웠던 이야기, 섭섭했던 사건들, 꽁해 있던 마음들도 다 고백하고 그럼에도 '린이 퇴소해 섭섭하고 슬프다고 했다. 편지를 다 듣고 서로 사과도 하고 추억에 잠기는 이야기들도 나누다 보니 어느새 편지를 다 읽었다.
마지막으로 '린'이 나에게도 편지를 썼다. 잘 가르춰줘서 고맙고 나가서도 책을 계속 읽을 것이라는 고마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린'은 나가는 순간까지 자신의 얼굴을 다 보여 주지 않았다. 매번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을 반쪽만 공개하더니... 아이들이 나가는 마당에 얼굴 다 보여드려라고 해도 안된다고 했다. 난 이미 다 봐서 아는데...
이렇게 또 한 아이가 세상으로 나간다. 세상은 그대로라도 너는 변했으니 당당하게 삶을 살아나기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