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굳이 길에 비유할 필요는 없겠지만
길 위의 삶을 사는 나에게는
삶이나 길이나 사실 그 구분이 의미가 없다.
며칠 전 서쪽으로 다녀왔는데,
자정이 넘은 밤길에서 노숙할 곳을 찾다 보니
트럭스탑이나 휴게소들에 자리가 없어
허둥대다가 막다른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아차! 했지만 차가 워낙 크고 길다 보니
들어서면 돌아설 방법이 마땅치가 않다.
10분 정도 앞으로 나갔더니 결국 길 끝을 만났다.
새벽이를 돌리기엔 공간이 부족해 보였고
도로포장도 끝난 울퉁불퉁 흙길이라
한밤에 무리했다간 짐통을 넘어뜨릴 수도 있어
마음을 접고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폈다.
길 끝 철망너머엔 짙은 어둠에 잠긴 황야가 있었고
밤하늘엔 총총히 뜬 별들이 맑으나 시린 빛들을
뿌려대고 있었다.
늦은 배를 채우고 잠을 들였다.
해 뜨면 다시 지형을 살펴보고, 방법이 없으면
견인차를 불러야지... 애써 마음 비우고 잤는데
그 꿈속에 철망 문이 열려 쉽게 그곳에서 벗어나는
꿈을 꾸었다.
새벽이의 품이라 이름 붙인 침대로 아침 햇살이
스며들었다. 애리조나의 아침 햇살은 거침없이
참 투명하다.
새벽이 주변을 살펴보니 뒤로 방향을 약간 틀어
각도를 조정하면, 천천히 후진으로 그 길을
빠져나올만해 보였다.
방법을 찾으니 속도 편해져서 우선 아침을 챙겨 먹고
거북이처럼 느리게 그 길을 뒷걸음으로 빠져나왔다.
들어갈 때는 10분, 나올 때는 30분이 걸렸다.
비로소 마음 여유가 생겨 거북이 뒷걸음 사진도 담았다.
살면서 여러 번의 길 끝을 만났고, 만날 때마다
벗어나려고 허둥대며 살았다.
아침이면 어둠이 걷히고 빛이 돌아온다는,
매일 경험하는 진리는 잊고
영원히 어둠 속에 갇힐까 봐
초조해하며 서둘다가
오히려 다가오는 빛조차 밀어내곤 했던
그런 날들이 기억이 난다.
길이 말했다.
'어둠에 빠지거나 막다른 길 앞에 서거든
어쩌면 그 둘 다 이거나
빛이 스며들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그 길을 다 빠져나와 휘파람을 불며
다시 길을 달렸다.
첫댓글 마음자리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동안 잘 계셨어요?
다시오셔서 반갑습니다~
@마음자리 제가 건강이 여의치 않아서
한동안 카페에 뜸했어요
반겨주셔 감사합니다 ^^
@해솔정. 건강은 다 회복되셨나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카페 활동
즐기시기를 소망합니다.
그 큰차를 몰고 막다른 길 까지 갔다가
후진으로 다시 빠져나오려면 많이 힘들었겠습니다
수고 많이 했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네. ㅎㅎ 고생은 했지만
그만큼 후진 경험이 늘었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길이 생기는 것이지요.
각각 다른 삶을 산다고 해도
각각의 여러 길이 있다고 봅니다.
자신의 삶, 길 위의 삶이라고 말씀하시는
마음자리님의 바르고 정직한 삶이지요.
막다른 길에 부딪혔어도,
침착하게 생각하며, 자고나면 다시 새 날이 밝지요.
앞에서,
해솔정님과 마음자리님의 반가운 인사가
더 반갑기도 합니다.^^
길 위의 삶을 사는 지금이
편안해서 참 좋습니다.
잘 하셨어요.
저도 용 써서 추진하던 일이 막힐 땐 잠시 덮어 둡니다.
며칠 지나서 다시 들여다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해결책이 보이는 마법이 있었습니다.
새벽이의 품에서 잘 주무셨습니다.
늘 안전 운전 하세요.
네. ㅎㅎ
점점 더 편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글 좋네요.
여러가지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라 ~ 한동안 머뭅니다
눈은 어떻게 좀 치우셨는지요?
내일부터 토요일까지 남쪽도
영하의 한파로 떨어진답니다.
맘자리 님은 길 위에서 삶을 배우고
저는 맘자리 님 이야기를 듣고 삶을
배우는 것같아서요.
맘을 비우고 잠자리을 청했다하더라도 얼마나 답답했으면 꿈속에서 막다른 골목을 빠져나기는 꿈을 꾸었겠어요.
빠져나와서 천만다행이예요.
그러게요 서두르기 보다는 침착하게
기다리는 미학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작업인 것같아요.
마음 비운 척해도 꿈에선
붙잡고 있음이 다 드러나더라구요. ㅎ
천만다행이었고, 다음엔 더 침착하자
교훈도 얻구요. ㅎ
인간은 오늘의 팩트보다 그에 대한 사유에서 하루하루의 삶의 질을 채워가는 것 같습니다!
하루의 경험이 즐거움이 되기를
바라며 삽니다.
두분 길 위의 형제 같습니다~
아슬아슬을 넘어 불안하기까지 하네요..
안전운행을 바랍니다.^^
늘 불안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안전운행하겠습니다.
그동안 써온 글과 사진을 넣어 수필집을 꾸며도 훌륭할것습니다. 마음자리님 글을 읽다보면 제가 대신 힐링이 됩니다. 제 친구도 미국으로 이민가서 마음자리님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답니다. 힘차게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과 가까운 친지들에게
훗날 USB에 담아 전해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자리 구글 블로그로 전해 줌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주요작품 모아서 전자책이라도 한권 하세요. 저도 사서 앍고 후기 쓰겠습니다.
막다른 길에서는 후진의 방법이 있네요 .
우리네 삶도 가끔은 그래야 할 때가 있는것
같습니다 .
잘 해결 되어 글을 쓰셨으니 휴 ~ 마음이 놓입니다 .
막히면 슬슬 돌아나오면 된다는 걸
아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여전히 배울 게 많은 세상을 삽니다.
역시 여유로운 생각이 해결책을 찾아 내셨군요. 저 같으면 분명 잠못자고 끙끙 거렸을겁니다.
늘~~즐거운 안전운전을 기원합니다.^^
잠을 좀 뒤척이긴 했지만
뾰족한 방법도 없었습니다. ㅎ
새벽이가 막다른 길로
접어 들었을때 얼마나
당황하셨을까요.
그래도 길은 있는 법.
다행히 길을 찾아 나올 수
있어서 글을 읽는 저도
안도의 숨이 나오네요.
광활한 땅과 하늘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길에선 삶과 마찬가지로 오만가지
일이 다 일어납니다. ㅎ
저도 경험하고도 또.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게 사람인 듯 합니다
베트남 여행은 잘 다녀오셨나요?
저는 실수가 잦은 편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