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우연한 기회로 옛날에 살았던 동네를
가봤었다.
행정상으론 엄연히 서울시에 속해 있었지만
버스로 한 코스만 더 가면 있는 종점을 경계로
경기도로 진입하는 동네였다.
50년만에 가 본 그 동네는 몰라보게 발전해서
옛 흔적을 찾을수 없었는데 큰길가에 있던
목욕탕이 그 상호 그대로 있어서 놀라웠다.
그 목욕탕을 중심으로 어림짐작 해서 옛 집이
있던 자리를 더듬어 봤다.
그리고..그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도..
명문 ㄱㄱ여고 출신으로 지병이 있어 결혼도 안하고
가게에 딸린 작은방에서 혼자 생활하던 만화방 아줌마.
당시 30대 후반 이었는데 나이와 체중이 같다고 했을만큼 작고 깡말랐었다.
조실부모 하고 누나와 단둘이 살며 밤무대 기타리스트
였던 ㅁㅅ이네 방 도 그 만화방 안채에 있었다.
결혼에 실패하고 이발소 면도사로 일하다가 연하의
총각남과 새살림을 차린 미스 정 언니.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건실한 청년 ㄱㅅ이.
3류 잡지사에 다니며 어찌 하오리까 ~코너에
수기를 가라로 쓰고 ^^ 펜팔난에 주변인들을
마구잡이로 등록 시키던 멋쟁이 반장집 언니.
그 언니네는 공업용 장갑 공장을 했는데 그집 근처
만 가도 독한 화공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홀어머니가 하시던 찐빵집 아들인 대학생 ㅅㅅ이 오빠 그 오빠는 아버지 요청으로 나한테 과외 지도를 했는데후에 소식 들으니 선교사로 독일에 갔다고 했다.
그리고..
모 타이어 회사 경리사원 이던 ㅇㄹ이..
당시 유행하던 바람머리에 하얀 얼굴에 은테안경을
끼고 대학생 흉내를 내고 다녔다
퇴근후면 대학로 음악 다방을 들락거리느라 월급을
낭비해서 밥값도 안낸다고 그집 엄마가 투덜거렸다.
택시 기사인 남편이 사고를 내서 영어의 몸이 되고
작은방 한칸에 4남매를 데리고 복닥이며 살던 우리집
세입자 아줌마네. 등등..
갖가지 사연과 상처를 안은 사람들이 그 도시 변두리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었다..
반백년 만에 찾은 거대한 콘크리트 숲으로 변한
옛 동네를 배회하며 옛집들이랑 옛 사람들..
그리고 정겨웠던 그 시절을 떠올려본 날 이었다.
오랜만에 수필방 님들께 인사 드립니다
새봄을 맞이하여 가내 두루 평안 하시고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우리가 어릴적 혹은 젊어서 살았던
그 골목의 이야기들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그 거리 그 소음 그 냄새까지..
해솔정님 다시오셔서 반갑습니다.
예 저도 반갑고 감사합니다
전에 폰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제 정보를 날렸는데 도무지 찾을수가 없어
ㆍ하나 찍어서 다시 가입했더니 딴 사람이된
기분입니다 ㅎ
나도 내가 살던 광화문 당주동 한옥집
종로삼가 빌딩집을 가끔 가보게 되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거기에 아는분은 하나도 없습디다
광화문 당주동 한옥집은 형체도 없이 골목길 포함해서
사라져 버리고 세문안 교회건물이 들어앉았구요
종로 삼가 빌딩집은 아직도 건재해서 반가웠습니당
옛날 살던집 가끔 가게 되는거는 여전히 옛추억이 그리워서 일겁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현재 제가 사는 지역에서
과히 멀지않은 곳인데 왜 진작
가볼 생각을 못했는지요
옛것들은 다 사라지고 추억만 남나봅니다
들려주셔 감사합니다
호쾌하신 태평성대님 ^^
해솔정님, 너무 반갑습니다.
유난히 조신해 보이면서 글도 예쁘게 써시던,
해솔정님이 보이지 않아 많이 서운했거던요.^^
변해버린, 옛 시절 동네가 항상 마음에서
떠나질 않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멈춥니다.
대신 교통 편하고 현대식 건물로 들어 선
인프라가 좋은 곳에서 살지만,
해솔정님이 기억하는 이웃의 정을 모르고 사는
우리들입니다.
이제 자주 뵈올 수 있지요^^
콩꽃님 안녕하세요
저도 너무 반갑습니다
부족한 사람 이쁘게 기억해주셔
그저 감사합니다
수필방에 늘 마음이 닿아 있었지만
사정상 들리지 못했어요
앞으로
자주는 아니어도 짬짬이 들리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5.02.19 08:5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5.02.19 09:00
어서 오새요.
해솔정님 반기는 분들이 많아요.
아직 그런곳이 있다니 한번쯤 가 보고 싶네요.
이전 글에 소개했던 물레방아도 있던가요 ㅎ
단풍님 반갑습니다
기억해주셔 감사해요
저동네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지
오래됐어요
물레방아가 있던 곳은 제 아버지
고향 마을이구요 ㅎ
약속이 있어 나갔다 오느라 인사가 늦었습니다^^
마치 양귀자 작가의 '원미동 사람들'을
읽은 것같아서요.
50년 전 옛고향에 아직도 남아있는
목욕탕이 왠지 정겨워요.
양귀자님 저도 참 좋아하던 작가예요
예전에 그책 읽고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
28번지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가가 직접 거주하던 동네를 무대로
이웃들 얘기를 쓴거라 참 정감이 가고
친근하게 읽혔어요
당시 도시 변두리 소시민들의 삶은 어디나
비슷 했을겁니다
들려주셔 감사해요 나무랑님^^
옛동네 이야기가 참 정겹게
다가오네요.
제가 어렸을때 살았던 마을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글을 읽었습니다.
옛동네에서 옛추억을 소환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