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군가를 증오했던 적이 있습니까?
왜 그를 증오했으며, 얼마나 증오했습니까?
----허구성 짙은 거짓말 같은 이야기---- Start 。
"이거 놔!"
"이 망할 년! 아비한테 그게 무슨 말 버릇이야?!"
"......"
찰싹!
외마디 충격음과 함께 사정없이 돌아가는 내 얼굴.
붉게 물든 건 당신의 얼굴뿐이 아니란 거... 왜 몰라?
"....."
"너 같은 건 어디 나가서 그냥 죽어버려! 더러운 년! 쓰레기 같은 년!"
내가 뭐가 그렇게 더럽단 건지. 왜 내가 그냥 죽어야 되는지 왜 더러운지 왜 쓰레기인지.
단 한 개도 모르겠다.
퍽퍽. 퍽.
몸의 고통은 익숙해지는데... 왜 일까?
어째서 심장에 새겨진 작은 생채기는 아무리 노력해봐도 익숙해지질 않는 걸까?
늘 누군가를 향해 물어보지만 이렇다 할 똑바른 정답은 찾을 수가 없다.
1시간 2시간. 제 풀에 지친 남자는 씩씩대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거실에 남겨진 난 제 멋대로 찢겨진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며 밖으로 나갔다.
휘잉-
쌀쌀한 겨울바람이 나를 자꾸만 밀어냈다.
난, 무엇 때문에... 왜 난 매일같이 맞아줘야 하지?
나는 맞기 위해서, 욕먹기 위해서, 화풀이 용으로 태어난 '물건'이었나?
[드르르륵!]
핸드폰 액정에 뜨는 이름 석자. 이제는 아무 관계아닌 녀석의 미운 이름 세글자.
받을까 말까 하다가 이내 끊겨진 진동. 이윽고 다시 울리는 진동에 조용히 폴더를 열면
기다렸다는 듯 밝은 목소리 하나가 핸드폰을 타고 내 머리로 깊게 각인 되었다.
"현정아? 현정이지? 왜, 이제서야 전화 받아?"
"....왜?"
"야~ 이 오빠, 지금 대구에 왔다."
"....."
"마중 나오란 소린 안 할게. 대신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한달 만 딱 한달만이라도 다시 사귀어 보자.나 너 정말 사랑한다, 현정아."
"....."
"..박현정 내 말 듣고있어?"
"지겨워. 그만 해. 내 성격 아직도 몰라? 끝이라고 했었잖아."
신경질 적으로 베터리를 분리 시키고는 주머니 깊숙한 곳에 밀어 넣어버렸다.
집으로 가봤자 또 다시 그 사람에게 시달릴게 뻔한 노릇이니...
터덜터덜. 나, '거지'는 오늘도 간신히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 헤멘다.
"어머, 현정아! 이 시간에 웬 일이야?"
비쩍 마르고 매우 작은키의 여자가 반색하며 나를 반기면 나는 힘없이 웃어주며
그녀가 근거하는 작고 비좁은 자취방으로 들어가며 낮게 말한다.
"그야 내가 거지이니까."
\ 다음 날.
"어제 그 자식... 대구에 왔다고 전화 왔었다."
초라한 밥상 앞에서 밥을 깨작거리던 내가 무심결에 내 뱉은 말에 희민은 큰 눈을
더더욱 크게 떠보이며 꺅꺅 댔다.
"뭐어? 그 새끼, 대구에 왔다구? 그래서 그래서? 걔가 뭐라고 해?"
"...뭐라긴 다시 붙자고 하지."
"걔도 정말 웃긴다! 절대 사귀지 마. 그 딴 쓰레기 같은 놈이랑."
"....."
"지는 돈 벌면서 온갖 여자 다 만나는 주제에 너가 양동생 한 번 만나면 완전
발광하잖아 걔. 그건 내 생각에 널 좋아하는 게 아니라 외동 아들로 귀한 대접받고
자라서 소유욕이 강한 것 뿐이야.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 멍청하고 이기적이지.
절대 너 임형준한테 또 속는 어리석은짓 하지 마. 다 널 위한 거라구."
박희민이 임형준을 그렇게 싫어했었나?
한 편의 방대한 분량의 말들을 막힘없이 술술 내게 풀어 놓던 미키마우스는 속이 탄 듯
내가 마침 마시려던 물컵은 빼앗더니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리고는 쇄기를 밖듯 내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넌 그 자식이랑 아니야."
1교시 수업 시간 시작할 때 겨우겨우 교실에 도착한 나와 희민은 같은 반 아이들의
집요한 시선을 무심히 받아들이며 제 자리에 가서 앉았다.
수업은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고작 거지가 학교에 다녀서 뭘 어쩌자 겠다는 건지...스스로 생각해도 비웃음만 비식비식
새어 나왔다.
"이게 뭐야?"
"어머, 쟤 역시.. 그런 얘였구나."
"소문이 더럽다는 건 알았지만...흠."
"킥킥, 우리 오빠가 그러는데, 쟤 그 쪽으로는 꾀 유명하대나 봐."
"듣겠다, 조용히 조용히."
"제 까짓 게 들어봤자지 뭐, 사실인걸."
몇몇 반 애들이 모여서 뭔가 숙덕거린다. 날 향한 은근한 시선들을 보아하니
아마 날 헐뜯는 듯, 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그런 더러운 시선과 혐오 가득한
발언에도 조용히 창가 쪽만 바라보는 나. 옆에서 화장을 고치던 희민이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 벌떡 일어서더니 그 무리에게로 성큼 다가갔다.
"야, 이 년들아! 할 말 있으면 까 놓고 하지, 어디서 소근대고 난리야?"
"어머, 여기 너만 있니? 남이사~ 모여서 잡담을 하든 뭘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뭐?!"
"박현정이랑 너도 개라메?"
"이,이 년이! 야, 너 말이면 다 인줄 알아?!"
"흥!"
......
"아, 존나 짜증나. 그 년들 오빠들한테 말해서 다 죽여버릴까?"
여덟 개 째 담배를 다 태운 희민이가 신경질 적으로 머릴 쓸어 넘겼다.
하지만 난 희민에게 이렇다 해 줄 말이 없었다.
희민이 좀 전에 한바탕 날 뛰었을 때 내게 날라온 한 통의 문자 때문에...
'야, 박현정. 나 민경수 친군데, 너 아무한테나 잘 대준다며? 킥킥.
언제한 번 부탁 좀 하자.'
경수는 내 양동생이었고 그 녀석의 친구는 분명 우리학교 옆 중학교의 뭣도 모르는
어린 새끼일 게 뻔했다.
어린애한테 까지 '아무에게나 몸바치는 여자'란 소릴 듣게 될 줄이야.
"....."
"야, 박현정 내 생각이 어떠냐니....현정아, 너 왜 울어? 응? 아까 그 년들이 멋대로
떠벌려서 그런거야? 응?"
당황하며 교복마이 소매 끝으로 내 눈가를 닦아주는 희민이.
아아, 이런 일 한두 번도 아닌데... 아직도 난 많이 약한가?
일진이 매우 재수없다며 기분풀이 하러 가자는 희민의 말에 엄겹결에 따라 나온
시내 중앙 사거리. 나와 그녀는 단골 포장마차에 가서 무작정 술을 마셔댔고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희민이 먼저 급한 볼 일이 생겼다면서 자릴 떴다.
"아, 나도 슬슬...집으로."
비틀비틀 대며 일어서려 하자 생각와 몸이 반대로 움직여서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버린 나.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무릎이 까진 것 같았다.
"아, 아프다."
"멍청하긴. 그러길래 왜 밤에 집에 안 있고 돌아다녀? 이 기집애야."
"....?"
몽롱해진 정신에 들려온 남자 목소리.
익숙한 스킨 냄새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단단하게 내 허리를 지탱해주며 날 일으켜 세운 남자. 자꾸만 꺽이는 고개를 들어
바라 본 그 곳엔...
"안 되겠다. 나, 너 이런 꼴 더는 못 봐. 나랑 다시 시작하자. 현정아."
"임..형준?"
"그래, 나 형준이다."
"형준아. 너 형준이야?"
"그래, 맞아. 나 네 옛 남자친구 임형준 맞아."
"흐윽...흐윽."
"....."
말 없이 나를 따뜻하게 끌어 안아주는 임형준.
오늘만 울고 내일 부터는 울지 말아야지. 울지 말아야지.울지 말아야지...
그날 이 후, 나와 형준이는 다시 붙어 버렸다.
무엇 때문인지 희민이는 자꾸만 형준이를 욕해댔지만 난 별 상관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해해 줄테지.
....정말 시간 제멋대로 잘도 흘러 간다.
집에 발을 들여 놓지 않은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갔다.
하지만 딱히 이렇다할 어떤 심정은 아니다. 오히려 시원하다면 시원한 거 겠지만.
"여기 주문이요!"
"네!"
고기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한 지 3일 째.
꾀나 소문 난 집이라 그런지 손님은 끊이지 않아서 난 눈코 뜰새 없이 바빠졌다.
메뉴판을 들고 15번 테이블로 빠르게 걸었다.
"여기 메뉴판....."
.....
"현,현정아?"
"......"
"...입니다."
왜 인지 물으면 너희들은 뭐라고 대답해 줄 거지?
박희민 그리고 임형준...너희들은 뭐라고 내게 설명해 줄 거지?
놀란 듯 두 눈을 커다랗게 떠 보이는 형준. 그리고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머금고
전혀 놀란 사람 같지 않은 표정으로 내 손목을 끌어 당기며 애쓰는 미키마우스 박희민.
"아니야, 현정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우연히 길을 가다가 만나서
밥이라도 한 끼..."
"됐으니까 놔."
"현정아 난."
"놓으라고 했어, 박희민."
스르르 내 손을 잡고있던 손에서 힘을 빼는 박희민.
앞치마를 벗어던지며 난 꼴도 보기 싫은 두 사람을 등지고 가게를 빠져 나왔다.
"현정아!!!"
"지금 가봤자 현정이 우리 사이 오해만 더 할거야."
"이거 놔 봐!"
"잠깐만...형준아."
"뭐야? 바쁘니까 빨리 말 해."
"나, 너 예전 부터 많이 좋아했었어. 현정이 말구 나랑 사귀자."
"....."
"내가 더 잘 할게. 나랑 사귀자, 형준아."
.....
"걔도 정말 웃긴다! 절대 사귀지 마. 그 딴 쓰레기 같은 놈이랑."
"넌 그 자식이랑 아니야."
전에 박희민이 했던 말을 똑같이 소리내어 따라해 보았다.
하나같이 다 우습게 느껴졌다. 날 위한 건 줄 알았던 그녀의 배려라고만 생각 했던 게
사실을 다....연기 였었다는 거.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게 남은 건 그와 바로 너니까.
박희민 너랑 그 녀석만이 내 전부이니까.
내가... 내가... 이 거지가 포기하면 되는거지?
그런거 맞지? 나 틀렸다고 뭐라고 하지 않는거지?
당신은 누군가를 증오했던 적이 있습니까?
왜 그를 증오했으며, 얼마나 증오했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혹, 아무도 증오 할 수없는 자신을 증오하진 않았나요?
(거지와 그와 그리고 너 The End★)
※ 잠깐!: 이 것은 실화가 바탕이다.
그리고 아직도 현정과 형준은 사귀고 있으며 희민은 계속해서 형준에게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현정은 그저 눈을 감고 아무것도 듣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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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닷단편소설
[단편]
[맨젝★] ※ 거지와 그와 그리고 너※
맨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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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16 23:2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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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미있어요~~>0<;;남자 번외 써주세요!!!
희민이란 여자 제가 만나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버릴거에요. 나쁜사람.
남자번외 ㅜㅜㅜ!!!!!!
어, 실화라구요?ㅇ ㅇ
네 이 이야기는 제가 분명히 전해들은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그 남자의 사정은 잘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