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대다수가 공유하는 추억, 혹은 기억. 분신사바.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 이 주문을 외거나, 외는 것을 보았으리라 짐작된다.
본인이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엔 저 주문이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딧세이, 그랏세이'로 알려졌으나 후에 이는 틀린 주문으로 밝혀졌었다. 정확한 주문은 '분신사마, 분신사마, 오이테 쿠다사이'라고 한다. 대충 귀신님, 말해 주세요라는 주문인 것 같다. 재미삼아 잘못된 주문을 풀이해 보자면, '분신 고등어, 분신 고등어, 놓아주세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자면, 여고괴담과 유사하다. 배경도 여고인데다 왕따를 당했던 학생이 귀신으로 등장하는 것 까지. 어쩌면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왕따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심히 많나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외진 산골 마을에 무당 모녀 춘이와 김은숙이 이사오게 되고, 이방인을 싫어하는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쫓아내려 하지만, 춘이와 관계를 가진 마을의 높은 사람들이 그들을 두둔한다. 그러나 그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죽음에 분개한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불태워 죽여버리고, 이 때 춘이는 마을 사람 모두를 저주하며 죽어간다.
그리고 30년 후, 왕따를 당하는 고등학생 세 명이 분신사바라는 주술을 통해 죽은 김은숙을 불러내서 복수를 하게 되는데, 이는 복수를 넘어서 마을 전체를 죽음으로 몰고간다. 뭐, 결과적으로 춘이의 화려한 복수극이라는 것이다.
소재는 괜찮았다. 모두가 공유한 기억 속에서 공포를 이끌어 내려는 시도도 좋았고, 왕따 당하는 학생의 복수심이라는 도입부도 좋았다. 그러나, 이야기는 정말 실망이다. 사건들을 잔뜩 벌려놓고 수습이 안되자 억지로 끼워 맞춰 놓은 듯 한 이야기. 설마, 시즌에 맞춰 극장에 내 걸기 위해 서두른 걸까? 스토리만 좋았다면 정말 성공했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제외한 화면 구성이나 음향 등은 꽤 무서웠으니까. 하지만 그 뿐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역시 너무 식상했다. 영화든 소설이든 허구의 이야기에서라면 가장 흔한 캐릭터들의 총 집합이랄까. 무당의 딸이라 왕따를 당한 학생, 뭐가 그리 잘났는지 왕따를 괴롭히는 학생, 그런 학생을 감싸는 교사,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어른들, 그리고 공포영화라면 한번쯤은 나오는 영매스타일.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몽땅 이상하고, 어색한 스토리에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였다는건 아니다. 전반부 까지는 정말 괜찮았다. 문제는 후반부. 잔뜩 벌려놓은 사건들을 수습을 하긴 해야 하는데, 대책이 안서는 이야기들로 메꾼 듯 한 느낌이라니.
가장 어이 없었던 장면이라면 역시 환생한 춘이가 화장을 하고, 마무리로 점을 찍으며(이는 아마 춘이의 환생임을 관객에게 억지로 알리기 위해서일 것이다)"예쁘니?"하고 묻는 장면. 왠지 저 대사를 듣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전반부까지는 괜찮은 소재로 괜찮은 구성을 이루며 공포영화로써 성공한 듯 보였지만, 결국 벌려놓은 사건을 수습하지 못해 허접하게 끝난 영화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개봉 전부터 무척이나 기대를 갖고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인데, 이런 허무하기가 소용돌이 짝인 영화라니. 실망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