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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10
S#1. 도현의 집 / 침실 (9부 엔딩에서 이어지는)
어느 순간 천천히...눈을 뜨는 도현(과연 도현일까?). 눈앞에 잠들어있는 리진을 가만히....바라보다가.
문득 시선을 내려 보면, 리진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이 보인다. 순간 표정이 서늘해진다.
기척을 느낀 리진이 천천히 눈을 뜬다.
리진 : (아직 잠기가 채 가시지 않은 눈을 깜빡...깜빡...감았다 뜨며) 이제 괜찮아요? 차도현씨?
세기 : ......(서늘하게 노려보기만)
리진 : ......! (심장이 쿵 떨어지며) 신세기?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도망가려는 리진의 손(이미 세기에게 잡혀있는)을 자신의 쪽으로 확 끌어당기는 세기!
세기 : (살벌한 말투로) 니가.... 왜 여기 있어.
다시 도망치려는 리진을 잡아채서 침대에 눕혀버리는 세기!
자신의 가슴 아래 리진을 가두어버리고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기!
가까이서 마주치는 세기와 리진의 얼굴!
세기 : (살벌하게) 니가 왜 차도현의 침실에 있냐고, 왜! 왜!!!
리진 겁에 질린 얼굴로 세기를 올려다본다.
세기 그런 리진을 서늘하게 노려본다. 그 눈이 점점 붉어진다.... (9부 엔딩점)
세기 : (붉어진 눈으로) 대답해. 대답하라고!
리진 : (겁먹었지만, 침착하려 애쓰며) 어, 얼마 전부터... 차군의 주치의야.
세기 : ! (순간 절망으로 멍...해지는)
리진 : 차, 차군이 악몽을 꾸는 거 같길래 잠깐,
세기 : (OL) 날....죽이려고?
리진 : ......! (심장이 쿵 내려앉는)
세기 : (절망으로 멍...한 채로) 날...없애려고?
리진 : ......! (세기의 눈빛에 말문이 막혀버리는)
절망으로 리진을 보다가, 이내 다시 서늘한 눈빛이 되는 세기.
몸을 일으켜 리진을 잡아채서는 밖으로 끌고 나간다.
S#2. 도현의 집 / 거실 (밤)
리진의 팔을 거칠게 끌며 도현의 침실에서 나오는 세기.
리진 : (끌려가며) 어딜 가려는 거야?
세기 : 여기서 나가려는 거야. 차도현의 공간에 널 둘 수 없어.
리진 : 신군, 일단 진정하고 내 말을 좀,
세기 : (잡았던 리진의 팔을 거칠게 팍 뿌리치며) 무슨 말! 차도현과 손잡고 날 죽일 준비가 돼 있으니 각오하라는 말?!!!
리진 : (달래듯) 말했잖아. 나한테 그런 능력 없다고. 난 그저 차군과 신군 사이에 공평한 중재자가 되려는 것뿐이야.
세기 : 공평한 중재자?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 해?
리진 : 차군과 신군은 서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
세기 : (터지며) 둘 중 하나는 없어져야 끝나! 넌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리진 : ! (멈칫 정지되는)
세기 : 내가 사라져도 좋아?
리진 : ! (생각해보지 않은)
세기 : 내가....사라졌으면 좋겠어?
리진 : ......(혼란스럽게 보다가, 마음을 다잡고, 차분하게, 달래듯) 차군은 널 없애달라고 부탁한 게 아니야.
너와 대화하길 원하고 있어. 너와 화해하길 원한다고.
세기 : (서늘하게 노려보는 채로)
리진 : (담담하지만 단호한) 난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중재자야. 협상가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그러니까, 선택은, 내 몫이 아니야.
세기 : (서늘하게) 차도현한테...완전히 넘어갔군.
리진 : (이해시키려 차분히) 신군.
세기 : (OL) 차도현이 순수한 의도로 널 여기에 뒀다고 생각해?
리진 : (멈칫, 보며) 무슨 말이야?
세기 : (도발하듯) 그 새끼가 과연 그렇게 순수하기만 할까?
리진 : 무슨 뜻이냐고.
대답 대신 세기, 리진의 팔을 잡아채서는 상황실 앞으로 간다.
버튼을 누르면, 양옆으로 열리는 상황실의 문!
상황실의 존재를 몰랐던 리진, 놀란다.
상황실 안으로 리진을 끌고 들어가는 세기.
S#3. 도현의 집 / 상황실 안 (밤)
세기 리진을 끌어다 화면 앞에 세워놓고는, 기계를 조작한다.
화면에 세기의 협박 동영상(6부 8씬의)이 스틸로 뜬다.
세기 : (리진의 손에 리모컨을 탁 쥐어주며) 니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 (하고는 밖으로 나간다)
리진 : (잠시 화면 쪽을 보다가, 이내 리모컨 내려놓고, 따라 나간다)
S#4. 도현의 집 / 드레스룸 (밤)
안으로 들어오는 리진. 그 얼굴 위로 옷가지가 휙-- 날아와 덮인다.
치우고 보면, 옷가지를 허공으로 휙휙 던지며 옷장을 헤집고 있는 세기.
리진 : (불안해져서) 어딜 가려는 거야?
세기 : (옷가지를 헤집으며) 차도현은 룰을 어겼어. 이제 그 자식과 평화로운 공존은 불가능해.
(겉옷 하나 탁, 챙겨들고, 차갑게 리진을 보며) 내 방식대로 응징할 생각이야. 그게, 게임의 규칙이니까. (나가고)
리진 : (덜컹 불안해지며) 잠깐만! 룰이라니! 응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S#5. 도현의 집 / 거실 (밤)
세기 겉옷을 꿰입으며 현관을 향해 간다.
리진 따라 나와 세기 앞을 가로막아 선다.
리진 : (단호하게 보며) 말해. 게임의 규칙이 뭔지.
세기 : (서늘하게 보기만)
리진 : (단호하게) 말하라구!
세기 : 차도현은 널 인질로 잡은 거야. 자기 여자를 지키기 위해, 날 협박하기 위해. 어리석게도 넌 거기에 걸려들었어.
리진 : (!!!)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설명을 해!
세기 : (상관없이) 그래서 응징하겠다는 거야. 내 세상을 무너뜨렸으니, 차도현의 세상도 무너져야지. 그래야 공평하지.
리진 : !!! (덜컹 불안해지고) 너....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대체.
세기 : (살벌하게) 그 새끼가 돌아왔을 때, 도저히 수습하지 못할 만큼, 그래서 다시 숨고 싶어질 만큼,
숨어서 다시는 돌아올 생각을 못할 만큼, 철저히 망가뜨려 줄 생각이야. (리진을 한쪽으로 치우고는, 현관을 향해 가고)
리진 : (위험하다!) 잠깐만, (세기를 잡으며) 갈려면 나랑 같이,
세기 : (그 팔을 차갑게 탁! 쳐내는)
리진 : ! (처음 보는 차가움에 움찔)
세기 : (차갑게) 가질 거 아니면...만지지마. (현관문을 확 열고 나가고)
리진 충격으로 잠시 멍...해서 서 있다가, 정신을 수습하고 현관문을 열고 따라 나가려는데, 열리지 않는.
몇 번 더 시도해 보지만 역시 열리지 않는.
리진 : !!! (갇혀버렸음을 알고 문을 두드리며) 신세기! 이 문 열어! 이 문 열라고 신세기!!!
S#6. 도현의 집 앞 (밤)
리진의 외침을 뒤로 한 채 서늘한 표정으로 자신의 차로 향해가는 세기.
운전석에 올라타 거칠게 차를 몰아가고.
S#7. 도현의 집 / 거실 (밤)
리진 : (문을 두드리며) 신세기! 신세기!!!
다시 한 번 문을 열어보는 리진. 그러나 열리지 않고.
불안해지는 리진.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단축키를 누르는.
리진 : (착신되면) 안실장님, 저 오리진이에요. 문제가 생겼어요.
S#8. 달리는 세기의 차 안 (밤)
서늘한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세기. 그 위로,
세기 : ......(서늘한 눈빛에 비치는 서글픔) 이래서....정신과 의사는 피곤하다는 거야.
이내 살벌한 표정으로 액셀을 밟아 속도를 올리고.
S#9. 도현의 집 / 거실 (밤)
양손을 머릿속에 쑤셔넣은 채 현관문 앞에 주저앉아있는 리진. 불안하고 초조한 심정으로 안실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상황실 쪽을 바라보는.
S#10. 도현의 집 / 상황실 (밤)
안으로 들어오는 리진. 세기의 모습에서 스틸이 걸려있는 화면을 바라보며 서는. 그 위로,
세기 : (E) 차도현은 널 인질로 잡은 거야. 자기 여자를 지키기 위해, 날 협박하기 위해. 어리석게도 넌 거기에 걸려들었어.
스틸이 걸려있는 화면을 향해 리모컨을 누르는 리진.
스틸이 풀리며 재생되기 시작하는 화면. (6부 8씬의 동영상)
세기 : (화면 속에서) 오랜만이야 차도현. 그 동안 집을 아예 감옥으로 만들어놨군. (성의 없이 박수치며) 훌륭해. 아주, 훌륭해.
과연 재벌 3세다운 화끈한 돈지랄이야. (비식) 이런 식으로 나를 가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왜, 날 가둬놓고, 내가 없는 틈틈이, 또 내 여자를 만나려고?
리진 : ......!!!
S#11. 달리는 세기의 차 안 (밤)
살벌한 표정으로 거침없이 차를 몰아가는 세기. 그 위로,
세기 : (E) 감히 니가 내 시간을 뺏어? 그것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S#12. 도현의 집 / 상황실 (밤)
굳은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리진.
세기 : (살벌한 눈빛과 말투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똑바로 들어. 내 여자를 건드리면,
(화면을 향해 채연의 사진을 꺼내 들어 보이며, 이 악문 소리로) 니 여자가 위험해져.
리진 : !!!! (심장이 쿵! 내려앉는, 세기가 어디로 갔을지 짐작이 가는)
S#13. 채연의 집 / 거실 (밤)
아일랜드 식탁 앞에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는 채연과 기준.
가만히 고급 반지 케이스를 채연 앞쪽으로 밀어놓는 기준.
채연 : ? (봤다가, 기준을 보며) ?
기준 : 루비로 했어. 니 탄생석. 정열적인 사랑과 화해를 부른다는 의미도 있다고 하고. 다이아는 결혼식을 위해 남겨놨어.
채연 : (가만히....반지 케이스를 보며) ......
기준 : (피식 웃으며 가볍게 농으로) 폭죽이랑 중창단은 준비 안 했다?
대신 매일 매일이 축제고, 매일 매일 노래 부를 일만 생기게 해줄게.
채연 : (조금 피식) 차기준 용쓰네...그러다 닭 되겠다.
기준 : 안 열어봐?
채연 : ......(그제야 반지 케이스를 열어보면)
기준 : 마음에 들어?
채연 : (끄덕이는)
기준 : (까칠하지 않게)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채연 : (고개 들어 보며) 내 표정이 어떤데.
기준 : 도살장에서 순번 기다리는 소 같아. 체념하고 자포자기한 표정.
채연 : (우울하게 픽 웃으며) 오빤 닭 되고, 난 소 되면서까지 이 약혼을 꼭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하고는) 아, 신경 쓰지 마. 여자들 약혼 전에 다 이렇다드라.
기준 : 이해해. 그리고... 잘못했어.
채연 : (멈칫, 보면)
기준 : 니 기분, 니 자존심보다, 내 체면 먼저 챙겼어. 하찮은 루머에 치졸하게 반응했어. 너 외롭게 했어.
너무 오래 사랑한 사이라, 다 잡은 물고기 취급했어. 더 할까?
채연 : ......(보다가) 됐어. 그만해. 잘 알고 있네 뭐.
기준 : (웃으며) 안 껴봐?
채연 : (그제야 반지를 꺼내 껴보는, 영혼 없이) 이쁘다.
기준 : (흡족한 미소 짓고)
채연 : .....(반지 보다가, 시선 거두고, 기준 보며) 와인 한 잔 할래?
기준 : 아냐. 내일 조찬 모임이 있어서 금방 일어나야 돼. 차나 한 잔 더 줄래? (에서)
S#14. 도현의 집 / 거실 (밤)
리진, 노트북에 ID엔터 직원들의 프로필 띄워놓고 앉아, 채연의 주소를 찾고 있다.
마침내 찾아낸 주소를 다급히 휴대폰에 입력하는데,
현관 도어락 풀리는 소리와 함께 안실장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선다.
안실장 : 어떻게 된 일입니까?
리진 : (휴대폰 챙겨 일어나며) 일단 차키 좀 주세요, 안실장님.
안실장 : ! (차키 꺼내며) 세기를 찾았습니까?
리진 : 어디에 있는지 알 거 같아요.
안실장 :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그럼 제가,
리진 : (OL) 아니에요. (안실장 손에서 차키 가져오며) 혹시 세기가 돌아올지 모르니까, 안실장님은 여기 계셔주세요.
(다급히 뛰어나가고)
안실장 : (불안한 표정으로 보는 데서)
S#15. 채연의 집 앞 (밤)
채연 기준을 배웅하고 있는 중이다.
채연 : (한쪽에 세워놓은 기준의 차를 향해 함께 걸어가며) 엄마 오늘 저녁 비행기 타신댔어. 내일 오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실 거야.
기준 : (미소) 알아.
하다, 무심히 저만치 세워져있는 빨간 스포츠카를 일견하는 기준.
채연 : (모른 채로) 공항에 오빠가 나갈래, 아님 내가 나갈까.
기준 : (차에서 시선 거두며) 아, 어머니가 나가신댔어. (웃으며) 오랜만에 여고동창 만나신다고 굉장히 들떠 계셔.
(차 앞에 서며) 잘 자. 내일 보자. (볼에 가볍게 입 맞추고는 운전석에 오르고)
기준의 차 출발해서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집으로 향하는 채연.
카메라 팬하면, 일각에 세워진 빨간 스포츠카안의 세기!!!
세기 : ......(운전석에 앉아, 먹잇감을 노리듯 서늘한 눈빛으로 채연을 지켜보고 있는)
S#16. 채연의 집 / 거실 (밤)
들어와 식탁 위에 놓인 빈 찻잔을 치우기 시작하는 채연.
이때 울리는 휴대폰. 확인해보면, 액정화면에 뜬 ‘도혀니’
서늘한 표정으로 보다가, 꺼버리는 채연.
다시 울리는 휴대폰. 꺼버리는 채연.
다시 울리는 휴대폰.
채연 : (노려보다가, 받으며 차갑게) 지금 뭐하자는 짓이야. 전화는 왜 해. 너야말로 뒤늦게 어장관리 중이야?
세기 : (F, 도현 목소리로, 여유롭게) 어쨌든 받았잖아, 내 전화.
채연 : 나 기준 오빠랑 약혼 해. 앞으로 전화하지 마. (끊으려는데)
세기 : (F) 나이스 타이밍이네.
채연 : (기막힌) 뭐?
세기 : (F) 지금 잠깐 볼까? 보고 싶은데.
채연 : (냉랭하게) 바빠. 너 볼 시간 없어.
세기 : (F) 그럴 리가.... 방금 차기준도 보내고 혼자일 텐데...
채연 : ! (순간, 어떤 느낌에) 너....지금 어디야.
하는 순간, 초인종이 울리는.
놀라 확 돌아보는 채연.
세기 : (F) 밖에 누가 온 거 같은데?
채연 : (긴장된 표정으로 굳게 닫힌 현관문을 바라보며) 너 미쳤어?
세기 : (F) 왜 나라고 생각해? 차기준일 수도 있잖아.
채연 : (휴대폰 끊고, 긴장된 표정으로) 누구...세요? (또다시 초인종소리, 현관문 향해가며) 오빠야....?
S#17. 채연의 집 현관문 앞 (밤)
‘뭐 두고 갔어?’하며 현관문을 열다가 그대로 멈칫 굳어버리는 채연.
휴대폰을 귀에 댄 채, 현관문 앞에 서있는 세기!
세기 : (휴대폰 내리며) 안녕?
채연 : 미친 거 맞구나. (문을 닫으려는데)
세기 : (그 문을 탁 잡으며) 손님대접을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채연 : (서늘하게 노려보며) 밤늦게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거나,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으려고 한다면,
그건 니가 아니니까, 무조건 피하라며.
세기 : 내가(차도현이)...그랬어? 제법이네.
채연 : 가. 늦었어. (다시 문을 닫으려면)
세기 : (잡고 있던 문 안 놔주는, 문고리를 잡고 있는 채연의 손을 내려다보며) 약혼반지....멋지네?
채연 : (멈칫, 굳는)
세기 : (짐짓 좀 서글프게 웃으며) 내가 끼워주고 싶었는데...
채연 : !!!
세기 : 근데 너...너무 앞서 가는 거 아냐? (채연을 슬슬 집 안으로 몰아가며) 내가 선을 넘을 거라고 누가 그래?
난 그냥... 친구끼리 와인이나 한 잔 하자는 건데....
채연을 집 안으로 완전히 몰아넣는 세기.
세기의 등 뒤로 쾅 닫히는 현관문에서!
S#18. 채연의 집 앞 길 + 안실장의 차 안 (밤)
네비게이터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차를 몰아오고 있는 리진.
주변을 살피며 채연의 집을 찾다가, 저만치 앞에 주차되어 있는 세기의 빨간 스포츠카를 발견하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리진.
S#19. 채연의 집 앞 + 현관 앞 (밤)
세기의 차 옆에 차를 주차시키고, 서둘러 안에서 내리는 리진.
채연의 집을 향해 달려가다가 그대로 멈칫 서고 마는.
보면, 채연의 집 현관문이 열리며 안에서 나오는 세기!
겉옷을 꿰입으며 걸어오다가 리진을 발견하고 멈춰서는 세기.
리진 : ! (하늘이 무너지고)
세기 :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그대로 리진의 앞을 스쳐지나가는)
리진 : (스쳐가는 세기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세기 : (안 보는 채로, 차로 향하며) 일일이 묻지 말고 상상력을 발휘해봐.
리진 : (세기의 팔을 낚아채며, 터지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세기 : (팔을 탁 올려 뿌리치며, 차갑게) 안 가질 거면 만지지 말랬지!
리진 : ......(노려보고)
세기 : ......(마주 노려보다가, 몸을 탁 돌려 차문을 열려는데)
리진 : 그쪽 말고, (안실장의 차 가리키며) 저쪽!
세기 : (리진을 탁 노려봤다가, 안실장의 차로 가 운전석 문을 여는)
리진 : 운전석 말고, 조수석! 술 먹고 어디 운전대를 잡을라 그래!
세기 : (다시 탁 노려봤다가, 조수석에 올라타는)
리진 : (노려보다가, 운전석에 오르는) 안전벨트.
세기 : (노려봤다가, 안전벨트 메고는, 팔짱 끼고 눈 감는)
리진 : (노려보고는 차 출발시키는)
S#20. 달리는 안실장의 차 안 (밤)
리진 운전하고 있고, 세기는 여전히 팔짱 낀 채 눈 감고 있는.
리진 : 한팀장한테 무슨 짓 했어.
세기 : (눈 감은 채로) 날 믿는 만큼만 상상해.
리진 : (터지며) 신군!
세기 : (가만히...눈을 뜨더니 피식) 미치겠지? 날 놓쳤던 그 몇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돌겠지?
리진 : 약 올리니까 좋아?
세기 : 내가 그래. 내가 없는 동안 너와 차도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돌아.
리진 : ......!
세기 : 그래서 난, 널 믿는 만큼만 상상해. 넌...그 믿음을 배신했어.
리진 : ......그만 하자, 신군. 그만하고 여기서 멈추자고 이제.
세기 : (창 쪽으로 시선 돌리며) ......
리진 : 어떻게 하면 멈출래.
세기 : 아이큐 한 자리야? 몇 번을 말 해. 나 말고 차도현을 죽여.
리진 : (미치겠는 심정으로, 앞머리를 확 쓸어 넘기며, 한숨을 쉬고)
S#21. 도현의 집 / 거실 (밤)
안실장 불안한 심정으로 거실을 서성이고 있는데,
현관문 열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세기와 리진!
안실장 : (세기를 보며) 부사장님?
세기 : (비식) 안실장도 늙었네. 날 한큐에 못 알아보다니.
안실장 : ! (리진을 보면)
리진 : (안 돌아왔다고 고개를 젓는)
세기 : (소파로 가서 털썩 앉으며) 이거 꽤 외롭네. 사방에 전부 차도현의 아군들뿐이야. 적진에 끌려온 느낌이 이럴까?
안실장 : (리진에게) 오늘은 제가 있을 테니까 오리진씨는 잠시 호텔에,
리진 : 아니에요. 제가 있을게요. (세기 노려보며) 할 말도 있고.
세기 : 라고 하네? (검지로 현관문 가리키며) 문은 저쪽이고.
안실장 : (걱정되고 심란하고)......
S#22. 도현의 집 앞 (밤)
안실장을 배웅하고 있는 리진.
안실장 :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리진 : (짐짓 밝게) 계약서 4조 3항. 비상시에는 갑의 비밀유지와 안전 확보, 인격들의 돌발 행동을 막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안실장 : (멈춰 서서, 리진을 보며) 단, 을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
을은 자신의 안전 확보를 우선시 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닌다.
리진 : (미소로) 무슨 일 생기면 바로 SOS 보낼게요.
안실장 : (보다가) 오리진씨.
리진 : 네.
안실장 : 무엇보다 오리진씨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만일...오리진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부사장님은 영원히 자신을 용서할 수 없게 될 겁니다. 그런 분이니까요...
리진 : ......(미소로 보다가, 귀엽게 거수경례하며) 예썰.
안실장 : ......(애써 미소 짓지만, 역시 무거운 한숨)
S#23. 도현의 집 / 거실 (밤)
리진, 심란한 표정으로 들어서는데,
세기 : (주방에서 병맥주를 하나 들고 나오며) 혹시 차도현이 돌아올까 봐 남는 거라면, 관둬. 그 자식은 안 돌아오니까.
(방으로 가는데)
리진 : ! (세기의 앞을 가로막아 서며) 그게 무슨 말이야.
세기 : 못 들었어? (또박또박) 그 자식은 영원히 안 돌아올 거라고.
리진 : (심장 쿵! 해서) 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세기 : 기억의 봉인이 풀렸거든.
리진 : 기억의 봉인?
세기 : (피식) 입구가 풀렸으니 조만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줄줄 새어나오겠지.
그래서 숨어버린 거야. 나약해빠진 새끼. (마시고)
리진 : (퍼뜩해서) 설마, 너는 알고 있는 거야? 차군이 잃어버린 일 년간의 기억이 뭔지?
세기 : ......(보다가) 당연하지. 그걸 감당하기 위해 내가 탄생한 거니까.
리진 : (!!!) 그럼, 차군에겐 없고, 너에겐 있는 그 기억 속에 혹시... (조심스럽게) 내가 있어?
세기 : ......
리진 : (떨리는 심정으로, 읽듯이 보며) 내가....있어?
세기 : ......(한참을 보다가) 날 선택하면 알려주지.
리진 : (터지며) 장난해 지금?
세기 : (같이 터지며) 장난으로 보여 이게!
리진 : 고기 낚으려고 떡밥 던지는 거랑 뭐가 달라 대체!
세기 : 내 목숨을 걸고 던지는 떡밥이야! 그러니까 먹으라고! 낚이라고 좀!!!
리진 : 너야말로 아이큐 한 자리야? 몇 번을 말 해. 난 그럴 능력이,
세기 : (OL, 얼굴을 바싹 들이밀며 서늘하게) 명심해. 니 선택이 늦어질수록 차도현의 세상은 조금씩 무너져.
내가 그렇게 만들어. 알아들어?
리진 : (서늘함에 움찔)
살벌하게 노려보고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리는 세기.
겁먹은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다가, 그 자리에 그대로 무너져 내리듯 털썩 주저앉는 리진.
앞으로 어찌해야 될지 눈앞이 깜깜하고.
S#24. 채연의 집 / 주방 (밤)
식탁 위에 놓인 와인 잔 두 개와 반쯤 먹다 남은 와인병을 치우고 있는 채연.
개수대로 옮기다가 와인 잔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며 박살이 난다.
맥없이 바라보다가 주저앉아 유리 파편을 줍는 채연. 그러다 문득 손에 끼고 있는 약혼반지에 시선 가는.
세기 : (E) 약혼반지...멋지네? 내가 끼워주고 싶었는데....
채연 : ......(두렵고, 혼란스럽고, 불안하지만, 동요되는)
S#25. 꿈 (도현의 집 거실 / 밤)
불 꺼진 어두운 거실.
24시간 대기조처럼 소파에 누워 쪽잠을 자고 있는 리진.
어느 순간 리진 위로 덮이는 얇은 담요.
느껴지는 기척에 가만히....눈을 뜨는 리진. 흐릿한 시선으로 보이는 도현의 얼굴.
도현 : 오리진씨, 여기서 자면 감기 걸립니다.
리진 : (흐릿한 채로) 차군.....?
도현 : (미소로) 네. 차도현입니다.
리진 : (순간 표정 환해져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돌아왔어요?
도현 : ......(리진 앞에 무릎을 감싸 안고 앉은 채, 말없이 그저 미소만)
리진 :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정말 안 돌아오는지 알고 걱정했잖아요. 언제 왔어요?
도현 : ......(미소만)
리진 : 차군이 세기 좀 말려 봐요. 미안하지만 나는 도저히 못 막겠어..
도현 : 오리진씨.
리진 : 네.
도현 : 그 동안...고마웠습니다.
S#26. 도현의 집 / 거실 (아침)
순간 팟! 눈을 뜨는 리진.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펴보면, 아무도 없고.
불길한 꿈...덮고 있던 얇은 담요를 걷어내고 벌떡 일어나 도현의 방으로 향하는 리진.
노크하고 방문을 열어보면, 텅 비어있는 방!!
어쩐지 불길해지는 리진, 휴대폰을 꺼내 도현의 단축키를 누르는.
어디서 소리가 들릴까,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착신도 되지 않는.
끊고 다시 단축키를 누르려는데, 울리는 휴대폰.
리진 : (확인하고, 받으며) 네, 안실장님.
안실장 : (F) 부사장님 돌아오셨습니까?
리진 : 그....그게....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없어진 거 같아요.
안실장 : (F) 어, 없어지다니요! 누가, 어디루 말입니까? (에서)
S#27. 채연의 집 앞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출근길의 채연. 주차해 놓은 차로 향해 가다가 멈칫, 선다.
보면, 달려와 적당한 곳에 세워지는 도현의 차.
이어 차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내리는 세기! 지금까지의 도현과는 완전히 다른 세련된 모습이다!
채연 : ! (도현의 새로운 모습에 신선한 충격)
세기 : 또 보네?
채연 : (차라리 두려운) 너....나한테....이러는 이유가 뭐야?
세기 : 겁먹지 마. (어제 두고 간 빨간색 스포츠카를 턱짓하며) 내 차를 찾으러 왔을 뿐이니까.
하고는 스포츠카로 향해가더니 운전석에 올라타는 세기.
거칠게 차를 몰아 채연 앞에 끼이익--- 멈춰서고!
움찔 놀라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채연.
세기 : (차문 내리고, 채연을 보며) 내일은... (턱짓으로 방금 끌고 온 도현의 차를 턱짓하며) 저 차를 찾으러 올 거야.
피식 웃고는, 차문 내리더니 거칠게 차를 몰아 사라지는 세기!
채연, 두렵고, 혼란스럽지만, 묘한 떨림이 느껴지는데,
휴대폰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액정화면에 뜬 ‘엄마’
채연 : (왠지 죄를 짓다 들킨 기분, 표정 바꾸고, 애써 밝게) 엄마.
백진숙 : (F, 들뜬) 약혼 축하한다∼우리 딸~
S#28. 달리는 윤자경의 차 (아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백진숙과 윤자경.
백진숙은 채연과 휴대폰으로 통화 중이고,
그 옆에 앉은 윤자경은 개인전 브로슈어(또는 화집)를 보고 있는.
백진숙 : 잘 도착했지 그러엄. 지금 기준 엄마랑 같이 움직이는 중이야.
윤자경 : (웃으며 듣고 있다가, 기준 엄마라는 말에, 흘깃 보며, 못마땅한)
백진숙 : 느이 외삼촌네 가서 짐부터 풀고 전화할게. (사이) 그래, 알았어. 그럼 이따 보자, 따알∼ (전화를 끊으면)
윤자경 : (브로슈어 또는 화집 치우며) 얘, 너는 기준이 엄마가 뭐니. 옴서 감서 만난 우물가 아낙네들도 아니고,
백진숙 : ? 그럼 뭐라 그래?
윤자경 : (기막혀) 몰라 물어? 안사둔이지.
백진숙 : (소리 내 웃더니) 야, 너랑 나랑 안지가 삼십 년이다. 하루아침에 사둔 소리가 그렇게 쉽게 나오니? 천천히 하자구, 천천히.
윤자경 : 니가 이러니 내가 아직도 채연이한테 아줌마 소릴 듣지.
백진숙 : 어머, 너더러 아줌마래? (놀라다가 이내 웃고) 내 딸이지만 증말 골 때린다. 어떻게 하늘같은 시어머니한테 아줌마래.
윤자경 : (어이없어 웃으며) 남 얘기 해 지금?
백진숙 : 근데 자경아, 너 우리 채연이 좀 봐주라. 불쌍하잖니,
윤자경 : ?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백진숙 : 그렇잖아. 어릴 적부터 일편단심 민들레 모냥 기준 오빠, 기준 오빠, 갠 옹알이를 기준오빠로 시작했잖아.
대체 누굴 닮았는지 아까워죽겠어, 그냥.
윤자경 : 먼데서 찾을 거 없어 얘. 딱 너 판박인데 뭐.
백진숙 : 나?
윤자경 : 촉망받던 여류 화가 백진숙이, 남자한테 눈이 뒤집혀 준비하던 개인전 바로 작파, 바로 외무고시 뒷바라지, 바로 임신,
더 할까?
백진숙 : 그르네. 딱 나네, 딱 나야. (박수까지 치며 웃는데서)
S#29. 승진그룹 / 주차장 (아침)
주차되고 있는 기준의 차.
최실장이 운전석에서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열면, 안에서 내리는 기준, 당당한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가는데,
이때 기준을 스칠 듯 쏜살같이 달려와 주차공간으로 향해가는 빨간색 스포츠카!
기준 움찔 놀라 뒤로 물러나고,
최실장 : (놀라) 괜찮으십니까, 사장님?
기준 : (불쾌한 표정으로 보며) 운전을 어디서 배운 거야, 대체. (시선 거두며 돌아서다가 멈칫)
(F.C) 어젯밤 채연의 집 앞에 서있던 그 차!
기준 : !! (떠올리고는, 다시 확 돌아보면)
현란한 솜씨로 거침없이 주차를 하고는 스포츠카 안에서 내리는 세기!
기준 : !!!
최실장 : (놀라) 아니, 저분은! 부사장님 아니십니까? (감탄의) 이야, 점잖은 분인 줄 알았더니,
오늘은 굉장히 와일드하고 화려하네요.
기준 : (예민하게 최실장을 탁 보면)
최실장 : (그 시선 모른 채로, 감탄) 어디서 치명치명 열매를 따 드셨나? 결혼을 앞둔 여자마저도 농락할 만한 옴므파탈 같달까?
기준 : (기분 상해서 홱 가면)
최실장 : !!! (헉! 해서, 얼른 따라가며) 사장님! 그치만 제 눈에 사장님이 훨씬 멋지십니다!
S#30. 승진그룹 로비 (아침)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로비를 가로지르는 세기!
백팔십도 달라진 도현의 모습에 가던 길 멈추고 바라보는 사람들!
저들끼리 수군대며 눈에서 하트를 발사하는 여직원들!
그 시선 즐기듯 피식 미소 지으며 걸어가는 세기. 그 위로,
리진 : (E)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S#31. 도현의 집 거실 + 달리는 안실장의 차 안 (아침)
휴대폰 귀에 붙인 채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는 리진.
리진 : 세기의 차가 어디에 있다구요?
안실장 : 차량 위치를 추적한 결과 부사장님 차는 한팀장 집 앞에, 세기의 차는 회사 주차장에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리진 : ! (불안함에 멍...해지는 표정 위로)
세기 : (E) 명심해. 니 선택이 늦어질수록 차도현의 세상은 조금씩 무너져. 내가 그렇게 만들어. 알아들어?
안실장 : 아직 신세기인 상탠지, 부사장님으로 돌아온 상탠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휴대폰을 꺼놓은 상태라 통화가,
리진 : (OL) 회사예요!
안실장 : 네?
리진 : 신군이라면, 회사로 갔을 거라구요. (외투와 가방 등을 챙기며) 저 지금 회사로 가요.
혹시 모르니까 안실장님은 한팀장님 집을 확인해주세요! (현관으로 내닫는 데서)
S#32. 승진그룹 / 회장실 (아침)
아무도 없는 회장실. 가만히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안으로 들어선다.
방 중앙에 와서 멈춰서는 발. 세기다!
양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로 서서 잠시 빈 회장실을 둘러보더니...서태임 회장의 자리로 가 앉는다.
의자를 빙글 돌려 등을 젖히고, 책상 위에 두 다리를 꼬아 올린 자세로
고(故) 차건호 회장의 초상화를 바라보는 세기!
세기 : ......(미소로)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여전히...건재하시네요.
미소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서늘하게 변하는 세기의 눈빛에서.
S#33. 도현의 사무실 (아침)
벌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리진!
텅 비어 있는 사무실! 덜컹 불안해지는데, 뒤이어 들어서는 안실장.
안실장 : 여기도 안 계십니까?
리진 : (!) 그럼 한팀장님 집에도?
안실장 : 차만 세워져 있었습니다.
리진 : 어쨌든 회사 내부를 찾아보죠.
안실장 : (끄덕이고는 함께 뛰어나가고)
S#34. 승진그룹 일각 (아침)
달려오고 있는 리진과 안실장.
문득 회의 자료를 들고 회의실로 향하고 있는 최실장을 발견하고는 붙잡는 안실장.
안실장 : 최실장, 오늘 혹시 부사장님 못 뵀어?
최실장 : 와우, 오늘 끝내주시던데요? 난 완전 무슨 패션잡지를 찢어발기고 나온 줄 알았잖아.
리, 안 : !!! (마주보며, 마음의 소리, E) 신세기다!
안실장 : 그, 그, 그래서 지금 어디 계셔?
S#35. ID엔터 회의실 (아침)
회의를 위해 모여든 직원들 뭔가 수군수군하며 일제히 시선이 어딘가를 향해있다.
보면, 맨 상석인 기준의 자리에 삐딱하게 앉아 회의 자료를 영혼 없이 넘겨보고 있는 세기!
몇 장 넘겨보다가 벌써 싫증나는지 한 쪽으로 홱 치우고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데,
직원들과 눈이 마주친다.
세기 : (살벌하게) 뭘 봐. 잘 생긴 사람이 하품하는 거 처음 보나?
직원들 : !! (얼른 시선 피해 회의 자료에 코를 박는데)
이때, 안으로 뛰어 들어오던 리진과 안실장, 세기를 발견하고는 사색이 되어 달려와 양쪽에서 세기를 잡아 일으킨다.
안실장 : 부, 부사장님 잠깐 밖에서 회의 좀.
리진 : 파, 파티는 저녁에 있는데, 벌써 옷을 갈아입으셨네요. 하하하. 부지런하기도 하셔라 하하.
‘이거 왜 이래?’ 못마땅해 하는 세기를 끌고 나가는 리진과 안실장이고,
세 사람이 나가자마자, 본격적으로 확 달라진 도현에 대해 웅성웅성 수다를 펼치는 직원들.
S#36. ID엔터 일각 후미진 곳 (아침)
세기를 구석에 끌어다 놓고는 주위를 살피는 안실장과 리진.
리진 : 뭐하는 짓이야 지금, 당장 그만 못 둬?
세기 : (리진의 팔을 탁 쳐내며) 만지지 말랬지!
리진 : 드럽게 비싸게 구네, 진짜! (손으로 세기 여기저기를 터치하며) 자, 자, 만졌다. 만졌어. 만졌는데, 어쩔래, 어쩔래!
세기 : 만지지 마. 만지지 말라고 했어. 만지지 말라고!
안실장 :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여긴 회삽니다!
리진 : 죄, 죄송합니다. 하도 말을 안 들어서....
세기 : (리진에게) 들었지? (검지로 땅을 가리키며) 여긴 회사고, (자신을 가리키며) 난 차도현 부사장이고,
(회의실 방향을 가리키며) 회의에 참석해야 돼. (하고는 가고)
리진 : (미치겠는 심정으로, 얼른 따라가려는데)
안실장 : (가볍게 막으며, 체념의) 됐습니다. 말리기엔 이미 늦었어요.
리진 : 막아야 돼요. 세기는 지금 차도현씨가 애써 지켜온 것들을 무너뜨릴 생각이란 말이에요.
안실장 : 이미 직원들에게 모습을 들켰고, 오늘 회의는 부사장님께서 반드시 참석해야만 하는 회읩니다.
리진 : 하지만,
안실장 :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우리 두 사람이 온몸을 던져 막는 수밖에, (하는 순간, 울리는 휴대폰, 받으며) 네, 사모님.
(리진 쪽을 보며) 오리진씨를요? (낭패의) 지금...말씀입니까?
리진 : ? (안실장을 보는 위로)
음반팀장 : (E) 현재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락킹의 음반 판매량이,
S#37. ID엔터 회의실 (아침)
기준의 주도 하에 회의가 진행 중이다.
음반팀장 : (보고 중)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고, 해외 진출 준비 또한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기준 : 오케이. 음반팀은 다음 주까지 아시아 뮤직 페스티발 PT자료 준비해주시고, 다음은 영상팀으로 넘어가죠.
(자료 넘기며) 부사장님. (보고하라고)
세기 : (보고서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중)
기준 : ? (시선 들고, 보며) 부사장님, 보고하세요.
뒤에 대기하고 서 있다가, 불안한 표정으로 세기를 보는 안실장.
아무래도 안 되겠는, 조용히 세기 쪽으로 움직이다가 흠칫 놀라는.
(INS) 보고서 위에 적힌 세기의 낙서.
‘오리진 ♡ 신세기’ ‘오리진 너는 별로...내 마음의 별로’ ‘차기준=관심종자’ ‘지루해 뒈지겠네’ ‘잠깐 누울까?’ 등등이 써있고,
이제 막 하트를 까맣게 칠하고 있는 중인 세기.
안실장 : !!! (기겁해서, 홱 뺏어서는 양복 주머니에 구겨 넣으면)
세기 : (살벌하게) 안 내놔?
기준 : (OL, 짜증 섞인) 부사장님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안, 세 : (보고)
기준 : 오메가는 잡아오셨습니까?
세기 : 오메가? 내가 다랑어까지 잡아와야 되나?
직원들 : (쿡!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
기준 :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내 말이 우스워요?
안실장 : (OL, 얼른 끼어들며) 오메가 작가의 판권을 확보했습니다. (세기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계약서를 들고
기준에게 가서 직접 건네며) 오메가 작가가 직접 사인한 계약섭니다.
직원들 : ! (와아, 어떻게 잡았지? 술렁이고)
기준 : ! (계약서를 확인해보고는, 세기를 보면)
세기 : (뻔뻔) 성과를 냈으면 기뻐해야 되는 거 아닌가?
기준 : ......(보다가, 마지못해) 수고하셨습니다.
(계약서 이팀장에게 건네며) 이후 진행은 본래 담당자였던 이팀장이 맡아서 하는 걸로,
세기 : (OL) 얍삽하네.
기준 : (예민하게 탁 보면)
세기 : 재주는 곰이 부리고, 왕서방은 돈만 챙기시겠다?
기준 : 부사장님은 지금 이 회의실이 어린애들 놀이터로 보입니까?! 농담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세기 : 농담과 디스도 구분 못 하는 걸 보니 보기보다 머리가 별로네.
기준 : ! (그대로 굳으며) 방금....뭐라고 하셨습니까?
세기 :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직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상대를 왕따 시키면 안 쪽팔리나?
직원들 :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헉! 해서 기준 쪽을 보고)
기준 : (노려보며 오기로) 오메가건은 앞으로 이팀장이 맡아서 하세요.
안실장 : (조심스럽게) 저....사장님 그게...
기준 : (신경질적으로 탁 보며) 또 뭡니까?
안실장 : 오메가 작가가...영화 제작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부사장님께 일임하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해서....
기준 : ! (표정 굳고)
세기 : (피식 웃으며) 라고 하는군.
S#38. 기준의 사무실 (낮)
책상 위에 회의 파일을 탁 던져놓고는, 의자에 털썩 앉는 기준. 불쾌한 표정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푸는데,
노크 소리 들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최실장.
최실장 : (탄산수잔 들고 오며) 속이 타실 것 같아서 일단 얼음 넣은 탄산수 좀 준비했습니다.
기준 : 두고 나가세요.
최실장 : 너무 열받아 하지 마세요. (못마땅하다는 듯) 차부사장님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참....
기준 : (탄산수잔 들려는데)
최실장 : 멋지두만요.
기준 : (찌릿 보는)
최실장 : 평소엔 강아지 같던 양반이 오늘은 완전 하이에나 같은 게, 캬~ 반전매력이 있어요.
아니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확 달라지지? 무슨 다중인격도 아니고,
기준 : (OL) 나가세요! 나가라는 말 안 들립니까!!
최실장 : (엄마얏! 화들짝 놀라 후다닥 나가고)
기준 : (닫힌 문을 향해 서류파일을 확 던지며 분을 터뜨리는 데서)
S#39. 회의실 앞 복도 (낮)
회의를 마치고 복도를 걸어오고 있는 세기와 안실장.
세기 : 이해할 수 없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어떻게 이런 멸시와 수모를 받고도 가마니행세를 할 수가 있었던 거지?
대체 어디까지 바보가 돼야 그게 가능한 거야?
안실장 : (담담히) 그런 걸 책임감이라고 합니다.
세기 : (거슬리듯 보면)
안실장 : 지켜야 할 게 있으니까, 해내야 할 게 있으니까, 참는 겁니다.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사람이나 그런 여유로운 소릴 할 수 있는 거죠.
세기 : (걸음 딱 멈추며) 그거 내 얘기야?
안실장 : (대꾸 않고 가는)
세기 : (안실장 앞을 막아서듯 서며, 피식) 가만 보면, 안실장과 차도현은 참 환상의 조합이야.
그런데 어쩌지? (귀에 대고 작게) 차도현 그 자식은 이제 영원히 안 돌아올 텐데. (비식 웃고는 먼저 가버리고)
안실장 : ......(무거운 심정으로 보다가, 뒤 따르는)
S#40. 도현의 사무실 (낮)
안으로 들어오는 세기. 빈 사무실을 보고는 멈칫 서더니, 느닷없이 드레스룸으로 가서 문을 열어본다.
안실장 : (들어오다가 보며) 뭐 하는 겁니까, 지금?
세기 : 아까부터 오리진이 안 보이는데, 어디 간 거야?
안실장 : 오비서는, 부사장님 어머니의 호출을 받고 나갔습니다.
세기 : ! (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며) 누굴...만나러 가?
안실장 : 부사장님, 어머니, (하는 순간 세기에게 멱살을 잡히는)
세기 : 미쳤어? (눈에 핏발이 서며) 두 사람을 만나게 해서 어쩌자는 거야!
안실장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두 사람은 이미 구면이야!
세기 : !!! (덜컹 내려앉는) 어디루 갔어? 두 사람 지금 어디 있냐고!!!
S#41. 카페 (낮)
리진 앞으로 쇼핑백 하나를 밀어주고 있는 신화란.
리진 : ? (쇼핑백과 신화란을 번갈아 보며) 이게....뭐예요?
신화란 : 꺼내 봐.
리진 : (쇼핑백 열어 보면 가방이다) 이걸 왜 저한테....
신화란 : 어울릴 거 같아서 샀어. 들어 봐 한 번.
리진 : 저 이런 거 받을만한 일...한 적이 없는데요.
신화란 : (OL, 거의 명령이다) 들어보라구 한 번.
리진 : (어쩔 수 없이 가방을 꺼내 들어본다)
신화란 : 잘 어울리네. 역시 내 안목은 정확하다니까. (자기 핸드백에서 작은 가위 하나 꺼내 내밀며) 텍 떼.
리진 : 네?
신화란 : 잘 어울리니까 교환할 필요 없잖아. 텍 제거하라고.
리진 : ......(어쩔 수 없이 텍 제거하고, 가위 공손히 돌려주면)
신화란 : (가위 챙겨 넣으며) 텍도 제거했으니 말인데, 그거 뇌물이야.
리진 : (놀라) 네? (얼른 돌려주며) 그럼 돌려드리겠습니다.
신화란 : (음료 마시며) 텍 제거하면 교환 반품 안 되는 거 몰라?
리진 : (헐....고단수다) 그, 그럼...뇌물을 받은 대가는 뭘로....
신화란 : 앞으로 우리 차부사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나한테 보고해줬음 좋겠어. 특히 여자문젠 디테일하게.
리진 : ! (놀라) 지금 저보고 프락치를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신화란 : 그날 대충 눈치 깠겠지만...내가 내 아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야.
리진 : ......!
신화란 : 말이 많은 아이도 아이고, 본가에 자주 들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한테 말 전해주는 사람도 없고...
시시콜콜한 얘기라도 좋으니까, 아가씨가 가끔 나 만나서 얘기 좀 해줬음 좋겠어.
리진 : ......(안쓰럽고)
S#42. 달리는 세기의 차 안 (낮)
살벌한 표정으로 차를 몰아가고 있는 세기,
세기 : (살벌한 말투로) 차도현 이 병신 같은 새끼.... 기어이 두 사람을 만나게 만들어? 젠장....젠장... (터지며) 젠장!!!!
S#43. 카페 (낮)
신화란 : 우리 애....밥은 잘 먹어?
리진 : 네.
신화란 : 잠은...잘 자는 거 같고?
리진 : (순간 떠오르는)
(F.C-9부 73,75씬) 악몽을 꾸며 ‘가지마. 나랑 놀자’ 하던 도현.
리진 : 저기....사모님. 제가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신화란 : 뭔데?
리진 : 외람된 질문이지만, 부사장님한테는 일곱 살 때부터 여덟 살 때까지의 기억이 없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신화란 : (순간 당황하는 눈빛) 누, 누가 그래? 우리 애가 그래?
리진 : 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화란 : (얼른 잡아떼는) 일? 무슨 일? 별일 없었는데?
리진 : (그 반응 관찰하며) 그럼 혹시 부사장님이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내던 또래 친구가 있었나요?
신화란 : !!!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사라지며) 그, 그건 왜 물어.....?
리진 : 어제....드레스룸에서 쉬실 때 보니까 악몽을 꾸시는 거 같더라구요. 잠꼬대로 계속 어떤 아이를 찾으면서....
순간, 하얗게 질리며 음료잔을 그대로 바닥에 퍽! 떨어뜨리는 신화란!
동시에, 리진의 손을 잡아채서 일으키는 세기!
놀라서 보는 두 여자!
신화란 : (세기를 보며) 도, 도현아!
세기 : (서늘하게) 경고하는데, 앞으로 다시는 얘 불러내지 마. 알아들어? (하고는 리진의 팔을 잡은 채로 밖으로 끌고 가고)
신화란 : !!! (낯선 아들의 모습에 충격) 도현....아....
S#44. 카페 앞 + 세기의 차 안 (낮)
서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리진의 팔을 잡아끌고 가는 세기.
리진 : 잠깐만, 나 아직 어머니랑 얘기 안 끝났어! 할 얘기가 있다고!
세기 : (살벌하게) 들을 필요 없어! 저 여자 말은 들을 필요 없어.
세워놓은 차 안에 리진을 확 밀어 넣는 운전석으로 가는 세기.
S#45. 카페 (낮)
신화란 : ......(충격으로 멍하니 앉아서) 도현아...엄마 보는 눈빛이 왜 그래? 평소랑 다르잖아아아....
설마 너...다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S#46. 달리는 세기의 차 안 (낮)
리진 : (타이르듯 차분히) 뭘 그렇게 화를 내? 그냥 말벗 해드린 거야. 외로우면 누구나 아픔을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잖아.
세기 : (기도 안 찬다는 듯이 웃으며) 아픔? 외로움? (표정 살벌해지며) 저 여자가 어떤 여잔지 말해줘? 가면을 벗겨줘 봐, 내가?
리진 : 가면이라니...?
세기 : (눈에 살기가 서리며) 한 사람의 영혼이 파괴되는 학대 현장엔, 세 종류의 인간이 있어.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
그 셋 중 하나만 없어도 불행은 일어나지 않아.
리진 : ! (충격, 마음의 소리, E) 학대를....당했던 거야....?
세기 : 저 여잔 방관했어. 그걸 무기로 승진가에 살아남았어. 지금도 그 협박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리진 : !!!
세기 : (붉어진 눈이지만 눈빛만은 살아서) 그래도 내가 저 여잘 사랑할 수 있을까? 대답해봐. 대답해보라고!!! (소리치는데서)
S#47. 스포츠 센터 / 실내 클라이밍 (낮)
찰칵, 볼트 행어에 채워지는 카라비너.
리온, 스탠스에 발을 단단히 고정한 채 한 손으로 홀더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초크를 묻히며 다음 이동할 곳을 눈으로 가늠한다.
꽤 높은 암벽. 아래에서 편집장이 로프를 잡아주고 있고.
무릎의 반동을 이용해 몸을 날려 꽤 높은 위치의 홀더를 잡는 리온. 잡념을 떨치려 애쓰는 표정. 그 위로,
리온 : (E) 야, 근데, 그 남자 말이야. 니 말대로라면 디게 이상한 놈이다. 만날 때마다 확확 바뀐다는 게 말이 돼?
S#48. 플래시백 (3부 46씬 편집)
리진 : 근데 만약에 말이야.....그게 마음의 전략이 아니라면 어떨까?
리온 : 뭐?
리진 : (혼잣말처럼) 자의에 의한 전략이 아니라 불가항력이라면.... 보호색이 아니라 올가미라면......어떨까?
기분이.... 불행하겠지...? 위험하겠지...? 괴롭겠지...? 많이....외롭겠지?
S#49. 스포츠 센터 / 실내 클라이밍 (낮)
살짝 무릎을 굽혀 그 반동으로 몸을 날리듯 꽤 높이 떨어진 곳에 홀더를 채어 잡는 리온. 그 위로,
리온 : (3부 46씬 – E) 혹시...좋아하냐?
리진 : (3부 46씬 – E) 내가? 누굴?
리온 : (3부 46씬 - E) 건 모르지 나야.
# 인서트 (리온이 만난 도현의 인격들)
-도현에게 동영상을 남기다가 리온을 향해 살벌하게 ‘뭘 봐?’ 하던 세기(F.C.-5부 42씬). 그 위로,
리온 : (3부 46씬 – E) 니가 신경 쓰는 놈이, 늑대인간 쪽인지,
-‘실례지만 이 비행기 어디까지 가는 비행기입니까?’ 묻던 도현(F.C.-1부 24씬). 그 위로,
리온 : (E) 젠틀맨 쪽인지,
-‘음마? 깨나부렸네이—’ 하던 페리박(F.C.-5부 44씬). 그 위로,
리온 : (E) 뱃사람 쪽인지.
S#50. 스포츠 센터 / 실내 클라이밍 (낮)
순간 어떤 느낌에 홀더를 붙잡던 손이 멈칫하는 리온.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설마....설마....눈빛이 흔들리는.
리온 : (충격으로 멍해지며, E) 설마....다중인격?
순간, 홀더를 잡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며 그대로 낙하하는 리온!
움켜쥐고 있던 그리그리 캠을 재빨리 놓는 편집장, 놀라는데서!
S#51. 스포츠 센터 탈의실 (낮)
샤워를 마치고 나와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는 리온.
편집장 : (목에 수건을 걸고 나와, 거울 앞에 나란히 서며) 니가 웬일이냐? 생전 안하던 실수를 다 하고.
리온 : 아,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이에요.
편집장 : (눈 가늘게 뜨고 보며) 말해 봐. 뭐 있지?
리온 : (헤어에센스 바르며) 아, 있긴 뭐가 있어요.
편집장 : 클라이밍하다가 뭔가 또 기똥찬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지? 그치? 아, 스포일러 좀 날려봐.
리온 : (장난기 없이) 한 남자가 있습니다.
편집장 : (외려 당황해서) 뭐야. 오늘은 왜 이렇게 안 비싸게 굴어, 재미없게.
리온 : (상관없이) 외모, 경제력, 학벌, 겉으론 남부러울 것 없는 조건을 갖췄지만, 실은 정신적 장애를 지닌 남자죠.
편집장 : 추리소설 주인공 치곤 너무 평범하지 않아?
리온 : (상관없이) 어느 날 그 남자의 인생에 한 여자가 우연인 듯 운명처럼 나타납니다. 그리고....
(보며)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요?
편집장 : 나보고 쓰라고?
리온 : (자기 머리 톡톡 치며) 여길 좀 써달라는 거죠.
편집장 : 뭐야, 고민 상담이었어?
리온 : 만일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두 사람의 사랑이 축복받을 수 있을까요? 축복해줄 수....있을까요?
편집장 : 글쎄...? 뭐...평범한 사람들도 어느 정돈 정신적인 문젤 갖고 사니까,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긴 한데...
(좀 생각해보다가) 솔직히, 내 여동생이라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지 싶다.
리온 : ......
S#52. 스포츠 센타 일각 (낮)
리온 일각에 서서 손에 쥔 휴대폰을 가만히...내려다보며 서있다.
어느 순간 결심한 듯 단축키를 누르는 리온. 착신되면,
리온 : 형님, 저 오메갑니다. (좀 웃으며) 네, 잘 지냅니다. 다른 게 아니구요, 주소 하나만 찾아주시겠어요? (에서)
S#53. 도현의 집 / 거실 (낮)
세기, 리진의 손을 잡아끌고 안으로 들어온다.
거실 중앙에 와서야 리진을 풀어주는 세기.
세기 : 짐 싸. 여기서 당장 나갈 거야. (방 앞으로 가 문을 열려는데)
리진 : 차군이 잃어버린 기억이 뭔지 다 알면서,
세기 : (멈칫 서는 위로)
리진 : (E) 입을 다무는 이유가 뭐야.
세기 : (리진을 돌아보는)
리진 : 응? 말 안하는 이유가 뭐냐고 대체.
세기 : ......(보다가) 그 자식은 감당 못 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야. 그럼 우리도 죽어.
리진 : 감당할 수도 있잖아. 극복해낼 수도 있잖아, 차군이.
세기 : 그럼 우리가 죽어. 우린 그 자식의 고통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야.
그 자식에게 고통이 없어지는 순간 우린 필요가 없어져.
리진 : ! (아이러니다)
세기 : 이대로 덮고 살아가든, 아니면 그 자식 대신 내가 살아남든, 둘 중 하나야. 다른 방법은 없어.
리진 : ......(보다가) 한 가지만 더. (떨리는 심정으로) 차군에겐 없고... 너에게만 있는 그 기억 속에 내가...있어?
세기 : ......
리진 : 있어? 내가? 대답, (해봐, 하는 순간, 울리는 초인종)
리진, 현관문 쪽을 돌아봤다가, 다시 세기 쪽을 바라보면, 이미 방안으로 들어가버리고 없는 세기.
순간 긴장이 풀리며 허무해지는 리진, 현관으로 가고.
S#54. 도현의 집 / 현관 앞 (낮)
리진 ‘누구세요?’하며 현관문을 열고 나오다가,
문 앞에 서있는 리온을 보고는 기겁해서 놀라는 리진.
리진 : 리, 리온아, 니가 여길 어떻게.....
리온 : (말없이 리진의 팔을 잡아채서는, 끌고 가는)
리진 : (놀라) 야, 야, 어디 가는 건데, 지금?
리온 : (차로 향하며) 집에 갈 거야.
리진 : (기막힌) 너 이거 약속이랑 다르잖아.
리온 : 그땐 감성. 지금은 이성. (하고는 차문을 열어주는)
리진 : 야, 근데 지금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나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질 수도 있는,
리온 : (듣지 않고, 리진을 차 안으로 구겨 넣는)
리진 : 너 요즘 부쩍 날 함부로 대한다? 죽을래? (하며 나오려는데)
리온 : (리진의 머리를 눌러 도로 집어넣으며) 움직이지 마. 여기서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차도현이 다중인격이라는 거 ID엔터에 다 불어버릴 거니까.
리진 : ! (사색이 되며) 너....너....그거 어떻게 알았어?
리온 : 니가 부모님 속이는 것도 이해했고, 함께 있는 사람이 남잔 것도 이해했어.
근데 이건 얘기가 달라. 널 위험 속에 방치할 수 없어. 그러니까, (사이) 오빠 말 들어.
세기 : (E) 친 오빠가 맞긴 맞아?
리온, 리진 : ! (보면)
세기 : (현관문 앞에 고개 삐딱하게 하고 서서, 보고 있는)
리온 : ...(보다가) 넌 여기 있어. 아까 한 말 협박 아냐. 선전포고야.
(리진을 차 안으로 꾸겨 넣고, 차문을 쾅 닫고는, 세기에게로 가는)
리진 : (어쩌지도 못한 채 난감한 표정으로) 리온아. 야, 오리온!
리온 : (세기 앞에 와서 서며) 차도현씨?
세기 : 그렇다 치고. 쟨 왜 납치해 가는 거야? 누구 허락받고.
리온 : ! (눈빛이 다르다) 차도현씨가...아닙니까?
세기 : (혼자 피식) 차도현 이 새끼는 대체 몇 명한테 들키구 산거야?
리온 :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 동생, 데려 가겠습니다.
세기 : 누구 마음대로.
리온 : 계약에 대한 위약금은 얼마가 됐든 변상하겠습니다.
세기 : 니가 무슨 자격으로.
리온 : 세부사항은 나중에 차도현씨를 만나 얘기하겠습니다. 그럼.
세기 : (리온의 어깨를 확 잡아채서 돌려세우고는 살벌하게) 묻잖아. 무슨 자격으로 쟬 데려가는 거냐고!
리온 : (담담하게) 오빠 자격입니다.
세기 : 자꾸 남자 눈빛 쏘면서 자격 운운하면 그 눈깔 뽑아버린다?
리온 : 그러는 넌 더 자격이 없지. 너는... (세기의 귓가에 대고 작지만, 낮고 서늘하게) 승진가의 아들이니까.
세기 : ......! (순간, 그대로 굳어버리고)
서늘하게 노려보고는, 차로 가는 리온. 운전석에 올라 차를 출발시키고.
바위처럼 굳은 채로 멍....하니 서있는 세기.
S#55. 달리는 리온의 차 안 (낮)
백미러로 바위처럼 굳어 서있는 세기의 모습을 보고 있는 리진.
리진 : (어쩐지 불안해지는) 야, 너 신군한테 뭐라고 한 거야? 뭐라고 했길래 저렇게 슬퍼 보이는 건데?
리온 : (버럭) 입 다물어! 소풍 가? 너 지금 혼나러 가는 거야!
리진 : ! (평소와는 다른 리온을 보며)
S#56. 도현의 집 앞 (낮)
바위처럼 굳어 서있는 세기. 그 위로,
리온 : (E) 그러는 넌 더 자격이 없지. 너는... 승진가의 아들이니까.
세기 : ......(저주처럼 느껴지는, 주먹을 꾹 쥐는 눈가에 살기가 서리는)
S#57. 쌍리 앞 (밤)
쌍리 앞에 와서 멈추는 리온의 차.
리온, 차에서 내려 문을 거칠게 탕 닫더니, 조수석으로 가 문을 열고.
리온 : 최대한 놀라시지 않게 잘 말씀드리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 그리고 주치의는 당장 그만두겠다고 하고.
리진 : (무거운 한숨 내쉬고는 차에서 내리는데)
리온 : 그리고....그 녀석 이름이랑, 승진 그룹 얘기는 하지 마.
리진 : (멈칫, 보며) 왜?
리온 : (버럭) 이윤 묻지 말고, 그냥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해! (하고는, 먼저 뒤돌아서 들어가고)
리진 : 왜 저래.... (영문을 모르겠어서 보다가, 뒤 따르고)
S#58. 쌍리 홀 (밤)
리온과 리진, 홀로 들어서는데, 하하하하!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멈칫, 보면, 오대오, 지순영과 석호필이 맥주 한 잔씩 앞에 놓고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꽃,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석호필 : 그때 괴한을 엎어치기하는 오선생을 처음 본 순간 딱 알아봤다는 거 아닙니까.
이거 물건이다. 웬만한 환자는 맨손으로 제압하겠다. (하하하 웃다가, 막 들어서는 리진과 눈이 마주치고) 어, 오선생?
리진 : (놀라서) 교수님?!
오, 지 : (역시 웃다가, 소리에 뒤돌아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리진아?!!!! 니가 왜 여기 있어?!!!!
S#59. 쌍리 / 거실 (밤)
식탁에 과일 접시쯤 놔두고, 둘러앉은 리진의 가족들과 석호필.
리온은 혼자 한쪽에서 오징어 다리를 뜯으며 앉아 있고.
막 상황 설명이 다 끝나 죄송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는 리진.
어이없는 표정으로 리진을 바라보는 지순영, 오대오,
오대오 : (리진을 째려보며) 그렇게 된 거야?
지순영 : (리진을 째려보며) 그렇게 됐다잖아.
리진 : (고개 더 푹 숙이며) 미안....처음부터 속이려던 건 아닌데...
지순영 : (과일 접시에서 바나나를 하나 집어 들고 리진을 패며) 이눔의 기집애....어디 속일 게 없어서 그런 걸 속여?
우리가 널 그렇게 키웠어?
리진 : (피하며) 엄마, 잘못했어... 잘못했는데 교수님도 계신 자린데 내 사회적 체면 좀만 신경써주면 안될까....
지순영 : 이눔의 지지배가 뭘 잘했다고 그래도?
오대오 : 이번만큼은 아빠가 리진이 니 편을 들어줄 수 없겠다. 응.
석호필 : (당황해서 무마하려는) 다들 진정하세요, 진정. 오선생이 뭘 먹고 자라 강철체력에 천하장사가 됐나 했더니, 하하하....
집에서부터 계속 내적 외적 단련을 했나 봅니다.
지순영 : (석호필을 확 돌아보며) 그럼 교수님도 알고 계셨어요? 리진이, 미국 안 가고 눌러앉아 주치의 하는 거?
오대오 : 이 사람 참....교수님한테 왜 그래? 설마 알고도 말씀을 안 하셨겠어?
석호필 : (찔끔해서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죄....죄송합니다.
오대오 : 아니 근데 좀 전까지 어떻게 한 마디 언질도 안 주셨어요?
리진 : 교수님도 어제야 아셨어. 기껏 추천해주신 좋은 기회를 뻥 차버리는 바람에 폐를 끼친 것도 나구.
오대오 : 우리가 언제 리진이 니 선택을 무시하거나 반대한 적 있어? 그런데 왜 솔직하게 말을 안했어?
가족이 뭐야? 서로 믿고 아껴주고 이해해주는 게 가족인데,
석호필 : 오선생이 솔직하게 말 못한 이유는, 환자의 비밀 유지를 위해섭니다.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겁니다.
솔직히...제가 오선생한테 많이 부끄러워요.
리진 : (놀라서) 교수님....?
석호필 : 의사라면,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외면해선 안 되는 법인데.... 제가 오선생을 아끼는 바람에,
환자보다 유학을 선택하라고 종용했습니다. 그런데도 오선생은....의사의 양심에 따라 환자를 선택한 거구요.
리온 : .... (보는)
석호필 : (미소로) 이번에 오선생 덕분에 제가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니까 오선생 그만 용서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리진 : (찡해져서) 교수님.....
리온 : .....
S#60. 쌍리 / 리온의 방 (밤)
안으로 들어와 책상 앞에 털썩 앉는 리온.
책상 서랍을 열어 열쇠 하나를 꺼내, 맨 아래 칸 서랍의 열쇠구멍에 넣고 돌린다.
서랍을 열고 스크랩북을 꺼내드는 리온.
펼치면, 승진가 가계도며 관련기사 등 그동안 스크랩한 취재자료들.
한 장 씩 넘기며 보다가, 환하게 웃는 도현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는 리온.
리온 : 너도...그저 행복하게 살아온 것만은 아니구나...마음이 그렇게... 조각조각 부서진 걸 보니....
(도현의 현실이 조금은 짠하고, 가엾고, 원망스러운....그런 복잡한 감정에 더욱 가슴이 답답해지는)
S#61. 쌍리 / 리진의 방 (밤)
석호필,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방을 둘러보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찻잔을 담은 쟁반을 들고 들어오는 리진.
리진 : (잔 건네며) 차 드세요. 방이 좁아서 불편하시죠?
석호필 : 어? 아니야 아니야. (웃으며) 의자가 좀 꽉 끼긴 하지만.
리진 : (침대에 걸터앉고) 아까는 고마웠습니다, 교수님.
석호필 : 아니야... 솔직히 이번 일은 내 책임도 있는데 뭐. 차군은 애초에 내 환자였고, 그 부담을 오선생한테만 짊어지운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던 참이야. 안실장한테 들었는데, 차군이 돌아오질 않는다고?
리진 : (한숨 내쉬고) 네....세기 말로는 기억의 봉인이 풀려서 숨어버린 거라고, 아마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석호필 : (OL) 기억의 봉인이 풀렸다고....?! 그 계기가 뭔지 짐작 가는 건 있고?
리진 : 모르겠어요. 다만....차군이 마지막으로 꾼 악몽이 그 기억과 이어지는 고리가 되지 않을까....짐작만 할 뿐이에요.
석호필 : ..... (생각에 잠기는데)
리진 : 불안해요....차도현씨가 정말 돌아오지 않으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으면....어떡하죠?
석호필 :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주인격이 현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나약해지면,
교대인격이 주도권을 쥐고 주인격을 잠재워버리는 경우가 있어.
리진 : !!!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석호필 : 하지만 만일...기억의 봉인이 풀림과 동시에 뭔가 각성했다면,
잠복기를 거친 뒤 오히려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수도 있지.
리진 : 그럼....지금 차도현씨는....
석호필 : 신세기에게 이대로 잠식당하거나, 더 강해져서 돌아오거나. 둘 중 하나겠지.
리진 : ......!
S#62. 도현의 집 / 욕실 (밤)
샤워를 마친 젖은 머리 상태로, 세면대를 양손으로 짚은 채 거울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세기. 그 위로,
석호필 : (E) 과거의 상처와 직면할 용기를 내느냐 마느냐가 관건이야. 지금으로선 차군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세기 : 거기 있나, 차도현? 어떻게 생각해. 이제 그만 과거를 청산해야 되지 않겠어?
널 괴물로 만든 사람들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수 없잖아. 안 그래?
거울 속엔 세기 모습만.
세기 : 어떻게 할래. 내가 할까, 아님 니가 할래.
거울 속엔 여전히 세기 모습만.
세기 : 니가 할 거면 나와. 못하겠어? 날 말리고 싶거든 나와 봐. 못하겠지? 그럼....거기 영원히 찌그러져 있어. 다시는 나오지 마!
어차피, 니가 감당 못할 세상이 만들어져 있을 테니까!
차갑게 거울을 노려보다가 홱 나가버리는 세기.
여전히 빈 거울.
S#63. 서태임의 집 외경 (늦은 밤)
S#64. 서태임의 집 / 서재 (늦은 밤)
어두운 서재 안. 방문이 열리고 서태임이 들어선다.
방 불을 켜고, 서가 쪽으로 움직이다가, 기겁하며 놀라는 서태임.
보면,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세기!!
세기 : ......(바라보며 비식) 오랜만이에요, 할머니.
서태임 :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밤도둑처럼 기척도 없이.
세기 : (비식) 할머니 말씀을 따른 거뿐인데...많이 놀라셨어요?
서태임 : 무슨 소리야 대체!
세기 :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아가라고 하셨잖아요.
서태임 : ......! (순식간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세기 : 되도록, 남의 눈에 띄지 말고, 본 것도, 들은 것도, 겪은 것도,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조용히...기억 안 나세요?
서태임 : ......! (백짓장이 된 얼굴로) 너....너....
세기 : (미소로) 왜요, 제가 어린 시절 기억을 전부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놀라셨어요?
(짐짓 고개 갸웃하며) 왜 전부들 내가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마치 그러길 바라는 것처럼....
서태임 : (두려움을 숨기고, 담담하려 애쓰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무슨 할 말이 있어 숨어든 거냐고, 대체!
세기 : 승진그룹, 저 주세요. 할머니.
서태임 : ! (너무 기막혀서 말이 막히는) 뭐....뭐를....줘?
세기 : 승진그룹이요. 허수아비 후계자 노릇...이제 싫증나요.
서태임 : (순식간에 공포가 분노로 바뀌며) 니 에미랑 야합 했니? 이젠 편먹고 협박하기로 한 거야?
세기 : (미소로) 협박이 아니라 부탁인데...부탁을 했는데 공포를 느끼면 그게 협박인 거죠.
공포란 건....스스로 만들어 내는 거니까.
서태임 : (두려운, 떨려오는 몸을 추스르며, 애써 담담히) 썩 나가. 고용인들 깨기 전에. (홱 돌아서는데)
세기 : (E) 아직도 아버질 기다리세요?
서태임 : !! (어떤 느낌에 홱 돌아보면)
세기 : (책상 끝에 걸터앉아, 서태임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차준표의 사진 액자를 보며) 아직도...미련을 못 버리셨어요?
서태임 무섭도록 서늘해진 얼굴로 다가가 세기의 손에 들린 사진 액자를 채가려고 한다.
세기 액자 든 손을 뒤로 확 뺀다.
악착스럽게 뺏으려 하는 서태임의 손길을 피하는 세기.
팔을 길게 뻗더니 그대로 액자를 손에서 놓아버린다!
바닥으로 떨어지며 와장창 깨어지는 차준표의 사진 액자!
하얗게 질리는 서태임, 마치 아들이 다치기라도 한 듯 깨어진 유리 파편 속을 뒤져 사진을 찾아내고는, 세기를 노려본다.
서태임 : 니가 감히....감히...감히!!! (일어나 따귀를 때리려 손을 치켜드는데)
세기 : (그 팔을 확 잡아채고는, 살벌하게) 그 미련....제가 끊어드려요?
서태임 : !!! (공포를 느끼고)
세기 : (살벌한 눈빛으로) 끊어드려요 제가? (소리치는데서)
S#65. 도로 + 달리는 세기의 차안 (새벽)
어둠을 뚫고 무섭도록 차가운 표정으로 어딘가로 질주하는 세기!
S#66. 차준표의 병실 (새벽)
간접 조명만 켜져 있는 어둑한 병실.
호흡기를 달고 쌕쌕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차준표.
그 위로 드리워지는 어두운 그림자.
보면, 언제 왔는지 차가운 얼굴로 차준표를 내려다보며 서있는 세기!
세기 : 오랜만이에요 아버지...그렇게 안녕하진...않으신 거 같네요.
차준표 : ......
세기 : 그러니까 그때...저를 살리지 마셨어야죠. 저를....괴물로 만든 건...바로 아버지에요.
차준표 : ......
세기 : 제가...이제 그만...편히 쉬게 해드릴게요.
마치 차준표의 목을 조를 듯 천천히 다가가는 세기의 손.
무섭도록 차가운 얼굴에 눈가만 붉어지는 세기의 표정에서.
-<킬미 힐미> 10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