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만으로
타인에게 이유 없이 다정할 때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플롯이 바뀝니다.
비록 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았지만, 제 뒤에 오는 사람들은
지금 쓰러져 울고 있는 땅 아래에
자신이 모르는 가능성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 세계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만으로 말입니다.
****
‘지금까지의 나’가
항상 어떤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관념 속의 나였다면,
‘지금부터의 나’는 매 순간 바뀌는
관계 속의 나가 되기를.
이 말은 이런 뜻이다.
혼자 힘만으로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없다.
새로운 인생은 세계와, 또 타인과 새롭게 관계를 맺을 때 시작된다.
어떤 관계를 원하느냐는 내게 달린 문제다.
****
이전까지 소설가로서 정체성이 있긴 있었겠지만, 이제 좀 달라졌다.
쓰는 게 좋아서, 좀 잘 쓰고 싶어서 썼지만,
지금은 이야기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면서
더 좋은 이야기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모슬포의 작은 서점에서 열린 낭독회에 갔는데,
작업복을 입고 피곤하고 졸리는 표정의 독자들이 참석했더라.
그들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면서
마치 빵이나 밥 같은 것을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 소설이 허기진 누군가한테 제공되는
정신적 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우리 머리 위에는 거대한 귀 같은 게 있을 거야.
그래서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말이라도
우리가 하는 말들을 그 귀는 다 들어줄 거야.
그렇다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맺어주거나
내 안에 가득한 슬픔을 없애준다는 뜻은 아니니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그저 크고 크기만 한 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귀가 있어 깊은 밤
우리가 저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들은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은 거야.
**** 김연수
첫댓글 점심시간
식당에서
음식 기다리면서
...
김연수의 글을 읽습니다
점심 맛있게 드시고
남은 하루도
건강하고 좋은 시간 되십시요.
I Am You
퇴근길 지하철에서 들어야겟어요
...
고맙습니다
예전에 들려주셨던 곡들
지금은 들리지 않은 것들
조금씩 조금씩 나름 찾아보고 있습니다. ^^
@musicok 유투브로
샐리 포터 목소리를 듣습니다만 예전만큼의 감흥이 없으니
...
웬일 일까요~~
@여정 포스팅의 깊이 차이지 싶습니다.
저도 그 느낌이 아니더군요.
같은 곡이라도
누구의 손끝에서 울려나오느냐가
중요하지 싶습니다.
@musicok 저도
몇번을 생각해 봤는데
....
아마도 혼자만 듣는것이라서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네요
...
음악감상도 교류가 중요함을 절감하는 이즈음 입니다
포스팅 하면서
그리고
댓글로 감상의 느낌을 나눈다는게
...
감동의 크기가 마니 다름을 이즘 자주 느끼고 잇어요~~
오직
이유없는
다정함 만으로
말입니다
~~~
다시 읽으니
더욱 좋으네요
@musicok
이유없는 다정함 만으로
등을 갖다 붙입니다. ㅎㅎ
@musicok 글에
딱 맞는
이모티콘 이군요
ㅎㅎ
@여정
음악을 따라가다가 black이란 단어에 눈길이 머물러 클릭했더니
묵직한 음악에 마음이 끌려 가는군요.
어느 방에 놓을까 곰곰 하다가
거듭 읽고 싶은 김연수의 글에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