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16. 나무날. 날씨: 춥다. 얼음을 찾았다.
학교살이(아침밥) ㅡ학교살이 마침회ㅡ아침열기ㅡ수학(구구단 활동지)ㅡ텃밭 김장 채소 뽑기ㅡ점심ㅡ김장 채소 다듬기ㅡ뜨개질ㅡ마침회ㅡ교사 면접
[김장 채소를 뽑아 다듬고 뜨개질 하고]
새벽에 일어나 난방 온도 올려놓고 자다 맞춰놓은 시간에 전화기가 울려 일어나니 윤태랑 준우는 벌써 일어나 옷을 갈아입는다. 다들 피곤해서인지 푹 자고 있어 최대한 늦게 깨우자 생각했다. 반찬 덥히고 국 다시 끓인 뒤 7시 30분에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먹는데 다들 피곤해 보인다. 노학섭 선생과 김우정 선생도 잠이 부족한 탓에 피곤해 보인다. 아침 먹고 쉬다 교사회 아침열기 마치고 바로 학교살이 마침회를 했다. 함께 지낸 김우정 선생과 노학섭 선생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아침밖에 없어서이기도 하고, 학교살이를 마치고 다시 아침열기를 시작해야 해서다.
8시 50분, 아침걷기로 간 텃밭,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고 땅이 얼고 정말 춥다. 예정된 9시 30분 배추 뽑기는 최대한 늦춰야 되겠다. 다행히 햇볕이 좋아 낮 때 뽑으면 좋겠는데 배추 절이는 시간이 필요해서 한 시간만 늦추기로 했다. 아침산책에서 미리 살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뽑고 일하기 어려울 뻔 했다. 교실로 돌아와 서둘러 텃밭 상황을 알리고 김장 채소 뽑는 걸 한 시간 늦추기로 해 10시 30분에 하기로 했다. 학교 겪어보기를 하는 김이슬 선생이 알찬샘과 함께 산다. 본디 아침 공부가 텃밭이라 수학을 안 하는 날인데 텃밭이 한 시간 늦춰져 수학 셈을 할 시간이 된다. 학교살이 여파로 아이들이 몸이 피곤한 상태라 활동수학은 하지 않고 구구단 곱셈을 확인하는 활동지를 천천히 풀기로 했다. 앗 그런데 피곤하다던 아이들이 쉬지 않고 활동지를 푼다. 저마다 푸는 속도가 다르다. 천천히 정확하게 하라는 말을 하지만 어서 다 풀어버리겠다는 묘한 경쟁이 시작된다. 이미 알고 있는 거라 쉽기도 해서 쑥쑥 푸는 재미도 있어 열 장이 많아 보이지 않나보다. 세상에 좀 쉬면서 하라고 준 문제지인데 쉬지 않고 머리와 손을 쓰는구나. 점심 때도 구구단 셈 활동지를 줄곧 푼다. 다들 재미들렸다. 분위기를 탄다.
10시 30분, 모두 텃밭으로 가서 김장채소를 뽑는다. 4, 5, 6학년과 선생들이 칼을 쓰고 1, 2, 3학년은 손질된 배추와 갓, 파를 나른다. 아이들 수가 많아 30분도 안돼 김장채소 뽑는 게 마무리된다. 4, 5학년은 바로 배추를 소금에 절이기를 시작하고, 나머지 학년은 텃밭 일지를 썼다. 모둠마다 일을 나눠 놓은 탓에 선생들은 미리 다듬을 채소를 챙겨놓고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1학년은 마늘과 생강, 2학년은 대파와 쪽파, 3학년은 양파, 미니라, 석박지용 무, 4,5학년은 배추 절이기와 무와 배 채썰기, 6학년은 육수내기와 내일 밤 배추 씻고 물 빼기다. 학년마다 맡은 일을 척척해내며 함께 일하는 재미를 알아간다. 교과통합 연령통합, 머리와 손 가슴의 조화로운 발달,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키워가는 교육이 저절로 되는 농사야말로 학교에서 바탕으로 삼아야 할 교육과정이다. 일과 놀이와 배움이 하나임을 알게 한다. 이 나라 교육 현장에서 실현될 날이 언제쯤일까. 김장하는 어린이 농부들. 뽑고 절이고, 김장 채소 손질하고, 이제 내일 섞어 버무리는 일만 남았다. 학년마다 일을 나눠 하니 어린이들이 하는 김장도 이틀이면 충분하다. 해마다 김장김치 맛이 다른데 이번에는 또 어떨까. 지난해처럼 올해도 날이 춥다.
낮에 모둠마다 맡을 일을 시작한다. 양파 채 썰다 눈이 매워 눈물도 흘리고, 미니리를 썰며 5센티미터 가늠해보고, 석박지용 무를 큼직하게 썰었다. 그런데 1학년이 맡은 마늘과 생강 일이 예상보다 아주 많아 도움을 요청한다. 다른 모둠이 돕기로 하고 알찬샘은 임영희 선생과 예정된 뜨개질 수업을 한다. 추운 날엔 따듯한 교실에서 뜨개질이 참 좋은 활동인데, 귀한 시간을 내주신 손끝장인 임영희님 덕분에 저마다 멋진 작품이 나오겠다. 대바늘로 코를 떠가는 게 쉽지 않으나 첫 삽을 떴으니 손끝이 야무진 아이들이라 줄곧 손을 놀리겠다. 뜨개질을 자주 안하던 나도 다시 해보니 손의 감각이 뜨개질을 기억하고 있다. 정말 손은 기억을 한다.
하룻 밤 이틀 낮으로 물들이기, 학교살이와 김장 채비로 몸을 많이 쓴지라 아이들도 선생도 몸이 피곤하다. 알찬샘은 평소 마침회와 달리 빠르게 집에 가서 쉬기로 했다. 교사면접 마치고 일찍 집에 들어와 밥 먹고 바로 쓰러져 잔다. 몸이 정말 피곤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