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에 이르도록 잘 구르던 트럭이 터덕거린다 정비소를 찾아갔더니 서비스료가 팔천육백 원이란다 노사간에 신경전으로 줄다리기하던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싸구려다 당돌한 여자 정비사가 윗도리를 홀랑 벗기고 침대 모서리에 등을 기대어 모로 눕힌다 전등을 꺼버리고 바싹 붙어 앉아 옆구리에 윤활제를 발라 꾹꾹 눌러 마사지한다 헤드커버를 분해하지 않고도 시큰둥 춤추는 심장 모습을 보여준다 노즐 구멍이 헐거워져 연료 과분사로 회전이 부정맥 상태란다 절구질하기가 불편스럽게 굳이 모로 눕혀 짓누르냐며 투덜거리는 피스턴
무언이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수명이 정해져 있다. 사람이 만든 기계라도 한계는 분명하고 소모품이 다 되면 끝이다. 사람을 기계에 비교하여 본다면 신이 만든 기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각종 소모품으로 겹합되어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기 때문이다.그러나 기계와 사람은 다르다. 부품을 교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의술의 발달로 부품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한 생명을 위하여 어느 생명의 희생이 필요하다. 그것은 강요하지도 못하고 기회를 잡지 못하면 불가하다. 쓸 때까지 다 쓰고나면 사람의 생명은 사라지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게 신이 만든 인간이다. 이상열 시인은 자동차와 사람의 질병을 서로 비교하며 이런 작품을 썼어도 사람의 수명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어던 결과를 만들어질지를 상상하며 썼다. 잘 구르던 트럭이라 해도 좋고 실제로 고장난 트럭을 정비소에 끌고 갔어도 좋다. 어느 방향에서 보든지 생명에 관한 이미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인의 문장력 구상은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정비사가 윗도리를 벗기고 심전도 검사를 위해 눕히는 것과 윤활제를 바르며 마사지 하는 모습은 자동차를 수리하는 모습과는 다르지만 헤드커버를 열지 않고도 심장을 보여주는 기계는 하나의 생명을 쥐락펴락한다. 노즐구멍이 늘어나 연료의 과분사로 듸젤엔진이 매연을 품고 자신의 심장혈관이 늘어나 제역할을 못한다는 표현에는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 시인은 그런 모습에서 사람의 부품도 마음대로 만들 수 있고 언제든 교환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