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와 테이프 / 신덕룡
한사코 침대에 눕지 않겠다는 그가
휠체어에 앉아 졸고 있다
비닐주머니를 찬 허리와 서너 개의 링거를 꽂은 가느다란 팔뚝, 핸드폰을 움켜쥔 손이 움찔거리더니
화들짝 놀라 몸을 떤다
휘어진 나뭇가지가 툭, 하며 쌓인 눈을 털어내듯
번쩍 뜬
찌푸린 얼굴로 찬찬히 둘러보는 눈동자에
잠든 사이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 다녀갔을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두려움이 뒤섞이고 있었다
맥박과 혈압, 숨소리도 고르지 않지만
침대에 등을 대고 눕는 순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거라는
믿음이
할 일이 태산이라는 노심초사가
말기암의 그를 가파른 벼랑 끝에 붙들어 매고 있다
이건 단지 악몽일 뿐이라고 낚싯바늘에 꿰인 물고기처럼 억울해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거다
몰래 조금씩 천천히
내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도둑처럼 빠져나갈까 봐
새털처럼 가벼워진 몸
의자에, 초강력 접착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계간 『동리목월』 (2023년 봄호)
신덕룡 시인
1985년 『현대문학』평론으로 등단, 2002년 『시와시학』로 등단
시집 『하멜서신』, 『단월』
김달진문학상, 발견문학상, 편운문학상, 백호임제문학상, 김준오시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