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주어륙(推舟於陸)
뭍에서 배를 민다는 뜻으로,
고집으로 무리하게 밀고 나가려고 함을 이르는 말이다.
推 : 밀 추(扌/8)
舟 : 배 주(舟/0)
於 : 어조사 어(方/4)
陸 : 뭍 륙(阝/8)
[유의어]
견강부회(牽强附會)
아전인수(我田引水)
수석침류(漱石枕流)
지록위마(指鹿爲馬)
이치에 맞지 않는데도 억지로 일을 밀어붙인다. '홍두깨로 소를 몬다’는 속담이 잘 나타냈다. 무리한 일을 억지로 한다는 뜻으로, 전혀 가당치도 않은 말이나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조건이나 이치에 맞추려고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견강부회(牽强附會)와 통한다.
바른 길인 줄 알고 일을 처리하는데 잘못이 드러났지만 모른 체 계속한다. 그럴 뿐 아니라 자신이 택한 길이 옳다고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러한 사람이 예나 지금이나 많은지 나타내는 성어는 많다.
유사한 표현에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있다. '제 논에 물 대기'라는 뜻으로, 자기에게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한다는 말이다. 저수지(못) 등에서 내려오는 물길 전체가 자기 논으로 가도록 하는 행위로 도리나 이치와는 상관 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합당하다고 우기는 꼴이니, 지나치게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킬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우리말에 세상에서 가장 보기 좋은 것이 내 논에 물 들어가는 모습하고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이라는 속담이 있다.
돌로 양치질하고 시냇물을 베개로 삼는다는 뜻의 수석침류(漱石枕流)도 있다. 말도 안 되는 근거를 끌어다 대며 억지 주장을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지록위마(指鹿爲馬)도 있다. 거짓된 행동으로 윗사람을 농락하는 모습으로 사실이 호도되는 상황이라는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육지에서 배를 민다는 이 성어도 고집으로 일을 무리하게 밀고 나가려고 하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도가(道家)의 대표적 사상가 장주(莊周)의 저작 장자(莊子)에 이 성어가 나온다. 처음 책은 10만여 자에 달하는 대작이었다는데 대부분 표현이 재미있는 우언우화(寓言寓話)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장자는 꾸며낸 이야기지만 어부(漁夫), 도척(盜跖)편 등에서 공자(孔子)를 비꼬아 특이하다. 형이상학적인 사유와 자연을 추구한 장자는 세속적이고 형식을 중시한 공자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천운(天運)편에 실린 내용에도 장자의 입장에서 공자의 행동을 반박한다. 노(魯)나라 음악장인 태사(太師) 사금(師金)이란 사람의 입을 빌어서다.
공자 제자 안연(顔淵)이 위(衛)나라로 유세를 떠난 스승의 앞날에 대해 묻자 사금이 욕을 보실 거라며 대답한다. 물위를 가려면 배만한 것이 없고 땅에서는 수레 이용이 좋다면서 설명이 이어진다.
周魯非舟車與(주로비주거여)
今蘄行周於魯(금기행주어로)
是猶推舟於陸也(시유추주어륙야)
勞而無功(노이무공)
身必有殃(신필유앙)
옛날 주(周)나라와 노(魯)나라의 차이는 배와 수레의 차이인데, 옛날의 道를 魯나라에서 행하려고 하면 마치 배를 육지에서 미는 것과 같아, 애를 쓰나 功이 없고 그 몸에는 반드시 재앙이 올 것입니다. 공자(孔子)를 무한한 변전(變轉)의 도(道)를 모른다고 비판한 것이다.
推(추)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隹(추)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隹(추)는 본디 뜻은 새이었으나 여기에서는 椎(추; 나무방망이), 錐(추; 송곳) 따위와 공통되어 치는 듯한 거동(擧動)을 나타낸다. 推(추)는 손으로 밀다에서 전하여 밀어 젖히다, 밀어 치우다, 밀어 나아감, 또 옮기다, 짐작하다 따위의 뜻으로 쓰인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끌 인(引), 당길 만(挽), 끌 만(輓)이다. 용례로는 높이 받들어 우러름을 추앙(推仰), 추측하여 판정함을 추정(推定), 사리를 미루어서 생각함을 추리(推理), 미루어 생각하여 헤아리거나 어림을 잡음을 추측(推測), 어떤 조건에 적합한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함을 추천(推薦), 밀고 나아가는 힘을 추진력(推進力), 자기 마음을 미루어 보아 남에게도 그렇게 대하거나 행동한다는 추기급인(推己及人) 등에 쓰인다.
舟(주)는 상형문자로 통나무배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한자의 부수로는 배와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배 강(舡), 배 방(舫), 배 항(航), 배 박(舶), 배 선(船), 배 함(艦)이다. 용례로는 서로 배를 타고 싸우는 전쟁을 주전(舟戰), 배를 타고 감을 주행(舟行), 배처럼 생긴 모양을 주형(舟形), 배는 물이 없으면 가지 못한다는 주비수불행(舟非水不行), 배 속의 적국이라는 주중적국(舟中敵國), 혼인한 지 61년 되는 날이라는 주량회갑(舟梁回甲) 등에 쓰인다.
於(어)는 상형문자로 扵(어)의 본자이고, 烏(까마귀 오)의 옛 글자의 약자이다. 까마귀의 모양을 본떠, 음을 빌어 감탄사, 관계, 비교를 나타내는 어조사로 쓰인다. 한문 투의 문장에서 장소를 표시하는 말이 '얹히어'에서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용례로는 벌써나 어느새라는 어언(於焉),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이라는 어언간(於焉間), 가운데가 되는 정도라는 어중(於中) 등이 있다.
陸(륙/육)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坴(륙)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지붕이 높은 건물의 모양의 六(륙)과 土(토; 토지, 곳)로 이루어진 坴(륙)은 흙더미의 모양이 전하여 높이 솟구쳐 오른 언덕을 뜻하고, 물이 있는 곳에 대하여 육지와 나중에 지형(地形)에 관계가 있음을 똑똑히 하기 위하여 좌부변(阝=阜; 언덕)部를 더하여 이루어졌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바다 해(海), 물 수(水), 빌 공(空)이다. 용례로는 육지에서 싸우는 군대를 육군(陸軍), 육지와 섬을 이은 다리를 연륙교(連陸橋), 공중에서 땅으로 내려 앉는 일을 착륙(着陸), 물에 덮이지 않은 지구 표면을 육지(陸地), 산과 바다에서 나는 맛있는 음식물을 수륙진미(水陸珍味), 바다와 육지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음을 이르는 말을 수륙만리(水陸萬里), 육지에서 배를 저으려 한다는 뜻으로, 곧 되지 않을 일을 억지로 하고자 함의 비유한 육지행선(陸地行船) 등에 쓰인다.
다음은 장자(莊子) 천운(天運)편 4장 전문(全文)이다.
天運
4.
孔子西遊於衛(공자서유어위)
顔淵問師金曰(안연문사금왈)
공자가 서쪽 위나라로 여행을 갔을 때, 안연이 사금에게 물었다.
以夫子之行爲奚如(이부자지행위해여)
선생님의 이 번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師金曰(사금왈)
惜乎(석호)
而夫子其窮哉(이부자기궁재)
사금이 말했다.“애석하게도, 당신의 선생님은 궁지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顔淵曰(안연왈)
何也(하야)
안연이 물었다.“왜 그렇습니까?”
師金曰(사금왈)
夫芻狗之未陳也(부추구지미진야)
盛以筴衍(성이협연)
巾以文繡(건이문수)
尸祝齊戒以將之(시축제계이장지)
사금이 말했다.
무당이 쓰는 개허수아비는 귀신 앞에 진열되기 전에는, 상자에 담겨, 무늬를 수놓은 보자기에 싸여집니다. 시동과 축관은 제계를 하고 그것을 신에게 바칩니다.
及其已陳也(급기이진야)
行者踐其首脊(행자천기수척)
蘇者取而爨之而已(소자취이찬지이이)
그러나 그것을 바치고 난 다음에는, 길가는 사람들이 그 머리와 등을 짓밟고, 풀 베는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때게 됩니다.
將復取而盛以筴衍(장복취이성이협연)
巾以文繡(건이문수)
遊居寢臥其下(유거침와기하)
彼不得夢(피부득몽)
必且數眯焉(필차수미언)
그렇지 않고 누군가 다시 그것을 가져다가 상자에 담고, 무늬가 수놓인 보자기에 싸놓고, 그 곁에서 자고 눕고 한다면, 그가 악몽을 꾸게 되거나, 자주 가위에 눌리게 된다고 합니다.
今而夫子(금이부자)
亦取先王已陳芻狗(역취선왕이진추구)
聚弟子游居寢臥其下(취제자유거침와기하)
지금 당신의 선생님은, 옛 임금들이 이미 사용한 개허수아비를 가져다, 제자들을 모아놓고 함께 그 곁에 지내면서 자고 눕고 하고 있습니다.
故伐樹於宋(고벌수어송)
削迹於衛(삭적어위)
窮於商周(궁어상주)
是非其夢邪(시비기몽사)
그러므로 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넘기는 협박을 당했고, 위나라에서는 발자국까지 지우며 다녀야 할 정도로 쫓기며, 상주 나라에서 궁지에 몰렸었습니다. 이것이 악몽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圍於陳蔡之間(위어진채지간)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死生相與隣(사생상여린)
是非其夢邪(시비기몽사)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하여, 칠일동안이나 익힌 음식을 먹어보지도 못하고, 죽음과 삶 사이에서 지냈습니다. 이것이 가위눌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夫水行莫如用舟(부수행막여용주)
而陸行莫如用車(이륙행막여용거)
물 위를 여행하기에는 배를 이용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땅 위를 여행하는 데는 수레를 이용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以舟之可行於水也而求推之於陸(이주지가행어수야이구추지어육)
則沒世不行尋常(칙몰세불행심상)
배로 물 위를 여행할 수 있다고 해서 땅 위에서도 배를 저어가려 한다면, 평생을 가도 얼마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古今非水陸與(고금비수륙여)
周魯非舟車與(주로비주거여)
옛날과 지금이란 물이나 육지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주나라와 노나라는 배나 수레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今蘄行周於魯(금기행주어로)
是猶推舟於陸也(시유추주어륙야)
지금 주나라의 방식을 노나라에 행하려고 하는 것은, 마치 육지 위에서 배를 밀고 가려는 것과 같습니다.
勞而無功(로이무공)
身必有殃(신필유앙)
힘들기만 하지 아무런 성과도 없을 것이며, 자신에게 반드시 재앙이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彼未知夫無方之傳(피미지부무방지전)
應物而不窮者也(응물이불궁자야)
저들은 방향이 없는 작용이 사물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궁지에 몰리는 일이 없는 것임을 모르고 있습니다.
且子獨不見夫桔橰者乎(차자독불견부길고자호)
선생께서는 무거운 추를 달아놓은 두레박틀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引之則俯(인지칙부)
舍之則仰(사지칙앙)
彼人之所引(피인지소인)
非引人也(비인인야)
故俯仰而不得罪於人(고부앙이부득죄어인)
끌어올리면 내려가고, 놓으면 올라갑니다. 그것은 사람이 끌어당기는 것이지,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내려가든 올라가든 사람에게 책잡히지 않습니다.
故夫三皇五帝之禮義法度(고부삼황오제지례의법도)
不矜於同而矜於治(불긍어동이긍어치)
삼황오제의 예의와 법도는, 모두 공통됨을 숭상하지 않고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숭상했습니다.
故譬三皇五帝之禮義法度(고비삼황오제지례의법도)
其猶柤梨橘柚邪(기유사리귤유사)
其味相反而皆可於口(기미상반이개가어구)
그러니 삼황오제의 예의와 법도를 비유로 들면, 마치 돌배와 배와 귤과 유자나 같은 것입니다. 그 맛은 모두 틀리지만 모두가 입에 넣으면 맛이 있습니다.
故禮義法度者(「고례의법도자)
應時而變者也(응시이변자야)
그러므로 예의와 법도라는 것은, 시대를 따라서 변해야 되는 것입니다.
今取猨狙而衣以周公之服(금취원저이의이주공지복)
彼必齕齧挽裂(피필흘설만렬)
盡去而後慊(진거이후겸)
원숭이에게 주공의 옷을 입혀준다면, 원숭이는 반드시 물어뜯고 찢어발겨, 모두 벗어야 만족을 할 것입니다.
觀古今之異(관고금지이)
猶猨狙之異乎周公也(유원저지이호주공야)
옛날과 지금의 차이를 보면, 마치 원숭이가 주공과는 다른 것과 같습니다.
故西施病心而矉其里(고서시병심이빈기리)
其里之醜人見之而美之(기리지추인견지이미지)
歸亦捧心而矉其里(귀역봉심이빈기리)
아름다운 서시가 가슴이 아파서 그의 동네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자, 그 동네에 사는 못난 여자가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 생각하고는, 돌아와서 자기도 역시 가슴에 두 손을 얹고서 남이 보는 데서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其里之富人見之(기리지부인견지)
堅閉門而不出(견폐문이불출)
貧人見之(빈인견지)
挈妻子而去走(설처자이거주)
그 마을의 부자는 그를 보고는, 문을 굳게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를 보고는, 처자를 거느리고 다른 고장으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彼知矉美(피지빈미)
而不知矉之所以美(이부지빈지소이미)
그 여자는 아름다운 얼굴에 찌푸림이 있음만을 알았지, 찌푸린 얼굴이 아름다운 이유는 몰랐던 것입니다.
惜乎(석호)
而夫子其窮哉(이부자기궁재)
안타깝게도, 당신의 선생님도 이와 같은 궁지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