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호랑이와 곶감’에서 탄생한 추리 동화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간 호랑이가 어느 집 앞에서 아이의 울음소리와 ‘자꾸 울면 호랑이가 잡아 간다’고 으르는 엄마 목소리에 놀라 발을 멈춘다. 하지만 호랑이가 왔다는 소리에도 계속해서 울어 대던 아이가 “옜다, 곶감이다!” 소리에 뚝 그치자 되려 호랑이가 곶감이 무서워 줄행랑을 친다. 바로 ‘호랑이와 곶감’ 옛이야기이다.
『무서운 곶감 위에 나는 호랑이가 있었으니』는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감곶산에 사는 호랑이 맹맹이도 그 옛날 호랑이가 그랬던 것처럼 감골 마을에 소를 잡으러 내려왔다 울어 대는 아이와 엄마의 얘기를 엿듣게 된다. 그리고 무언가 털썩 등에 주저앉자 무서운 곶감인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지만 이야기는 맹맹이의 줄행랑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뜻밖의 사건으로 전환된다.
다음 날, 고심이네 집에선 한바탕 난리가 난다. 곶감 한 줄과 한 달밖에 안 된 송아지가 사라진 것이다. 아주 작은 것도 이상하다 싶으면 몇 시간이고 들여다보며 답을 알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감골 마을 탐정 고심이가 나설 차례다. 결국 고심이는 마루 위에 찍힌 동물 발자국과 먹다 버린 곶감 조각과 진흙에 파묻힌 짚신 한 짝을 발견한다.
고심이의 용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셋은 짚신 주인 멀대 총각, 멀대 총각이 고심이네 집에서 봤다는 맹맹이, 곶감에 찍힌 이빨 자국의 주인 토순이. 재미난 ‘호랑이와 곶감’ 옛이야기는 어느새 범인을 찾는 흥미로운 추리 소설이 되어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예리한 질문으로 수사망을 좁혀 가는 고심이는 과연 순둥이와 곶감 도둑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리고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목차
사라진 순둥이 · · · · · 8
짚신 주인 · · · · · · · 17
호랑이를 잡자고? · · · 28
호랑이 형제 · · · · · · 39
수상한 토끼 가족 · · · 54
호랑이 잡기 작전 · · · 64
멀대 총각의 거짓말 · · 78
맹맹이의 거짓말 · · · · 88
밝혀진 진실 · · · · · · 99
또 하나의 진실 · · · · 111
옜다, 곶감! · · · · · · 127
글쓴이의 말 · · · · · · 134
저자 소개
글: 공수경
세상 속에 숨어 꼼지락거리고 있는 재미난 이야기들을 찾아내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열심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동화 공부를 하다가 ‘제26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제2회 보리 [개똥이네 놀이터] 창작동화 공모전’에도 당선되었습니다. 지은 책으로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를 고소했대』 『버럭 임금과 비밀 상자』 『코인 숙제방』 『무서운 곶감 위에 나는 호랑이가 있었으니』 『어쩌다 독서 배틀』 들이 있습니다.
그림: 신나라
대학에서 디지털 아트를 공부하고 어린이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 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창비교육 상상 그림책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그림책 창작을 시작했다. 그동안 잡지나 포스터, 광고 등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해 왔으며, 『독립운동 스타 실록』 『궁금했어, 과학사』 『무서운 곶감 위에 나는 호랑이가 있었으니』 『스마트 브레인 스티커북: 공룡』 『스마트 브레인 스티커북: 동물』 『꿈꾸는 한국사 1,2』 등에 그림을 그렸다. 독립출판물 『어슴푸레』 『어디로 갈까?』 등을 냈으며, 『오싹한 내 친구』는 작가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다.
출판사 리뷰
수사 과정에서 마주한 편견들
고심이가 마을 사람들 앞에서 멀대 총각과 맹맹이와 토순이를 심문하는 과정은 단순히 ‘범인이 누구일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우리도 모르게 빠져 있는 편견들을 찾아내 꼬집고 비틀어 준다. 동네에서 착하기로 소문난 멀대 총각은 고심이네 집에서 짚신 한 짝이 발견돼 범인으로 몰린다. 멀대 총각은 말 못 할 속사정을 감추느라 쩔쩔매며 자신을 믿어 달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멀대 총각이 원래 자기 마을 사람이 아니라 떠돌다가 정착하게 된 과거를 들추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멀대 총각의 ‘착함’은 나쁜 본심을 감추기 위한 위장이었다며 고개를 돌려 버린다. 왜 이방인은 결정적인 순간에 선 밖으로 밀려나야 하는 걸까? 맹맹이가 고심이네 집에 온 사연을 듣다 보면 또 다른 편견을 마주하게 된다. 겁이 많고 사냥을 싫어하고 열매를 좋아하는 맹맹이는 호랑이들 사이에서 놀림과 따돌림의 대상이다. 고심이네 집에 온 것도 소를 잡아 오면 더 이상 겁쟁이라 놀리지 않겠다는 호랑이들의 꾐에 빠져서이다. 호랑이는 늘 용맹하고 강해야 한다는 건 누가 정한 기준일까? 범인으로 몰린 토순이 역시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사랑으로 키우던 새끼들을 사람들이 마음대로 팔아 버려 산산조각이 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람들에게 묻는다. 왜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은 소중하면서 동물 가족은 함부로 대하는가?
그리고 이야기 말미에 우리는 깨닫게 된다. ‘순둥이 실종 사건’은 이러한 사람들의 편견과 이기심이 자초한 일이라는 것을. 순둥이는 단순히 누군가 잡아먹기 위해 잡아 간 게 아니라는 것을.
진정한 용기란 무엇일까?
곶감이 무서워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난 옛이야기의 주인공 호랑이. 곶감 이야기에 털이 쭈뼛 설 정도로 떨던 맹맹이 역시 감곶산 전체가 알아주는 겁쟁이이다. 진짜 호랑이 맞냐고, 몸집 큰 고양이 아니냐고 정체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하지만 팥죽 할머니의 입을 통해, 토순이의 입을 통해, 순둥이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맹맹이의 행동은 대반전이다. 형에게 혼날 걸 알면서도 토순이를 놓아주고, 곶감이 무서워 줄행랑친 형을 감싸 주고, 팥죽 할머니네로 팔려 간 아기 토끼를 구하러 가고, 토순이를 설득해 순둥이의 엄마를 찾으러 떠나고, 절벽에서 떨어질 뻔한 순둥이를 목숨을 걸고 구하고…….
다른 호랑이들에 비해 몸집도 작고 싸움도 못하는 맹맹이가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우리는 그걸 ‘용기’라고 부른다. 어둠 속 작은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고 위험을 알면서도 기꺼이 손을 내미는 맹맹이야말로 감곶산에서 아니,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호랑이가 아닐까? 그리고 무서운 곶감보다 한 수 위에 있는 나는 호랑이가 아닐까?
작가의 말 중에서
옛이야기를 읽으면 숨바꼭질이나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물론 제 상상 속에서 찾아내는 것들이지요.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를 읽다가 겁쟁인 줄로만 알았던 호랑이의 숨은 사연을 발견했어요.
곶감을 무서워하는 호랑이라니! 우스웠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맹맹이를 찾아냈고, 맹맹이가 겁쟁이가 아닌 엄청 용감한 호랑이라는 것도 알게 됐죠. 무서운 순간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용기를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