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해지는 계절이면 따뜻한 음식이 생각난다. 관절 건강에 효과가 있는 잡초, 우슬초와 닭다리를 넣어서 푹 끓이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보양식이 완성된다. 글과 사진 고진하(시인) 요리 권포근(잡초요리연구가)

집 뒤편에 샘이 있고, 샘물을 돌리기 위한 도랑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 그래서 집이 습한 편이다. 집이 습濕하면 병이 생기기 쉽다. 몸이 예민한 아내는 이곳으로 이사하고 나서 무릎이 자주 아팠다. 평소 잡초를 연구하던 중 습으로 인해 생기는 병을 치료할 식물이 집 안에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참으로 조물주섭리가 놀랍게도, 습한 탓에 생긴 병을 치료할 약이 습한 ?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 식물이 바로 ‘우슬초’다. 우슬초는 도랑이나 습기가 많은 논가에서 자라는데, 이런 습기 많은 곳에는 고마리 같은 풀도 자란다. 이 풀은 물을 정화하고 주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슬초는 비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초본식물인데, 줄기에 있는 마디 형상이 소의 무릎과 비슷하다고 해서 ‘쇠무릎’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슬초는 봄부터 여름까지 주로 잎을 뜯어 요리해 먹는다. 우슬초 잎은 맛이 담백하고 순하며 독이 없다. 늦가을에는 뿌리를 채취해 깨끗이 씻어 말려뒀다가 약으로 쓰면 좋?.
그렇다면 우슬초가 지닌 약성은 무엇일까? 우슬초 줄기 마디의 형태가 무릎을 닮은 것과 같이 무릎 질환을 비롯해 관절염·류머티스성 관절염, 타박으로 인한 염증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허리와 다리가 무겁고 통증을 느끼며 때로 근육 경련이 있을 때도 많이 활용한다.
잘 말린 우슬초 뿌리를 차처럼 꾸준히 끓여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우슬초는 여성이 겪는 생리통을 완화해주고 생리 불순이나 자궁 출혈, 무월경 등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우슬초는 혈관 내 콜레스테롤을 ?추거나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좋으므로 혈관을 확장해 혈액순환이 원활하도록 도와준다. 동맥경화·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변비 개선이나 이뇨 작용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주변에 흔하디흔한 우슬초를 많이 활용하면 좋을 듯싶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무릎이 시릴 때면 말린 우슬초 뿌리로 요리한 것만큼 좋은 음식이 없다. 유리 냄비에 우슬초 뿌리를 넣고 은은한 불로 달여 차로 마시기도 하고, 닭죽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나이가 들고 무릎이 좋지 않으면서 자주 먹는 요리다. 죽한 그릇으로도 몸과 마?에 큰 위로를 받는다. 비위가 좋지 않다면 죽에 들깨를 넣어 요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소한 맛이 고기 냄새를 싹 잡아주므로 먹는 데 거북하지 않다. 특히 몸이 냉한 소음인에게 추천할 만한 음식이다.
고진하 시인(왼쪽)은 목사이며 ‘얼음수도원’ ‘명랑의 둘레’ ‘영혼의 정원사’ 등을 펴냈고, 시와 영성, 잡초 철학 등의 분야에서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권포근 씨는 인류 미래식량의 대안으로 잡초 요리를 연구하는 ‘한국잡초요리연구소’ 대표이며, 2015년 ‘잡초레시피’ 2017년 ‘잡초 치유 밥상’을 발간했다. 현재는 잡초 요리를 강연하고 있다.
[Recipe]< 준비하기>말린 우슬초 뿌리 20g, 닭다리 1개, 불린 찹쌀 2컵, 물 1.5ℓ, 들깻가루 3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1. 말린 우슬초 뿌리는 깨끗이 씻어 5㎝ 간격으로 잘라 실로 묶는다 2. 냄비에 우슬초 뿌리와 닭다리를 넣고 끓인다.
3.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이고, 국물이 반으로 줄어들면 건더기를 건져낸다. 4. ③의 국물에 불린 찹쌀을 넣고 끓이다가 쌀이 퍼지면 닭다리 살을 찢어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